수영(水)과 관련하여

박태환 로마in 이야기 ① 타고난 경기 운영

물조아 2009. 7. 17. 09:11

[중앙일보] 때론 막판 스퍼트 … 때론 초반 승부수 … 그때 그때 달라요

 

 

박태환(20·단국대)이 2009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17일 이탈리아 로마로 떠난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다이빙(17~26일),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18~26일), 수영마라톤(19~26일), 수구(19일~8월 2일) 순으로 세부종목을 시작한다. 박태환이 참가하는 경영은 26일부터 열전에 들어가며, 박태환은 이날 자유형 400m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와 1500m 등 총 3개 종목에 참가할 예정이다. 박태환은 2007년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에는 사상 첫 세계선수권 2연패에 도전한다. 수영올림픽으로 불리는 이번 세계선수권의 관전 포인트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태환이는 해낼 겁니다. 일단 물속에서 붙으면 누구든지 따라잡으니까요.”


노민상 경영대표팀 총감독은 박태환을 한마디로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이 말대로 박태환은 국제대회 때마다 불가능해 보였던 세계의 벽을 넘어섰다.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박태환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이 종목 금메달을 따냈다.


박태환은 부력과 폐활량을 타고난 데다 맹훈련한 결과 남다른 지구력과 근력을 갖췄다. 하지만 박태환을 ‘월드 넘버원’으로 만든 진짜 비결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있다. 바로 천부적인 레이스 운영능력이다. 키(1m83㎝)는 서양 선수들보다 10㎝ 이상 작지만, 경기를 운영하는 머리는 단연 세계 최강이다. 박태환은 경쟁자들의 허를 찌르는 작전으로 정상에 올랐다. 과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어떤 작전을 쓸지가 궁금하다.


◆2007년의 깜짝 스퍼트=박태환은 멜버른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결승 때 350m 지점까지 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마지막 50m에서 순식간에 경쟁자들을 제쳤다. 일본의 수영잡지 스위밍은 베이징 올림픽 직후 특집판에서 박태환에 대해 “마지막 50m에서 따라붙는 모습이 너무 강렬해서 역사에 남을 수퍼 경주마 ‘딥 임팩트’ 같은 인상이었다”고 보도했다.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 역시 자서전에서 “박태환은 막판 스퍼트가 굉장한 선수”라고 말했다. 박태환은 멜버른에서 마지막 50m의 기록이 초반 50m보다 빠른 ‘괴력’을 보여줬다.


◆초반부터 치고 나간 2008년=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400m 예선에서 장린(중국)에게 0.03초 뒤졌다. 장린은 2007년 말부터 그랜트 해킷(호주·은퇴)의 옛 스승에게 개인지도를 받은 이후 기록이 좋아졌다.


김봉조 전 대표팀 감독은 “태환이가 예선에서 장린에게 뒤져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하지만 실전의 ‘스피드 플레이(속도를 조절하면서 레이스하는 것)’는 태환이가 몇 수 위”라고 설명했다. 경쟁자들은 올림픽에서도 박태환이 막판 스퍼트 작전을 쓸 것으로 예상했지만 박태환은 150m부터 선두로 나서며 경쟁자들의 허를 찔렀다. 박태환의 ‘막판 스퍼트 작전’을 그대로 따라 했던 장린은 2위에 그쳤다. 일본의 스위밍은 “박태환은 베이징에서 영법의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 못했던 레이스의 전개는 라이벌에게 큰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디펜딩 챔프’ 2009년은?=자유형 400m에서는 장린이 최대 라이벌로 꼽히고 있다. 올해 기록은 장린(3분42초63)이 박태환(3분50초27)을 크게 앞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둘이 맞붙는 실전에서는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봉조 전 대표팀 감독은 “중국 선수들은 전통적으로 초반에 페이스를 높이며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지는 경우가 없었다. 태환이의 배짱과 자신감, 근성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면서 “태환이가 지구력 훈련을 잘 했다면 그를 바탕으로 이번에도 과감한 작전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태환도 자신의 ‘감’을 믿고 있다. 그는 “작전은 미리 세우지 않는다. 예선에서 경쟁자들의 페이스를 보고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위밍은 “박태환이 향후 어떤 전술로 연패를 노릴지, 마치 추리소설을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며 박태환의 새 작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