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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에 지친 피부 달래주는 알로에

물조아 2009. 5. 10. 19:46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원산지는 아프리카 희망봉이다. 식품이나 약으로 쓰이지만 맛을 기대하진 말자. 아라비아어로 ‘맛이 쓰다’는 뜻이다. 『동의보감』엔 “페르시아에서 나는 나무의 진으로 치질·기생충·옴 등의 치료 효과가 있다”고 쓰여 있다. 생산·수입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중 홍삼·영양보충용 제품에 이어 3위다(2007년 985억원·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어떤 식품에 관한 얘기일까.


답은 알로에(aloe)다. 국내에선 ‘알로에 베라’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베라(진실이란 뜻)’는 알로에의 한 종류일 뿐이다. 일본에선 ‘알로에 사포나리아’와 ‘알로에 아보레센스’의 인기도 높다. 사포나리아는 알로에 특유의 쓴맛이 없어 주스용으로 널리 쓰인다. 아보레센스는 잎이 얇아서 대개 껍질째 먹는다.


알로에는 과거부터 동서양에서 약재로 널리 썼다. 특히 잎에서 추출한 즙을 상처·감염·화상 등 다양한 피부 질환에 사용해 왔다. 알로에의 효과를 지지하는 학자들은 위·십이지장궤양 환자가 섭취하면 속이 덜 쓰리고 편해진다고 주장한다. 피부에 난 상처를 낫게 하듯이 위 내벽 세포에 생긴 상처도 치유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의학회는 “알로에 사용이 상처 치유 과정을 단축하거나 더 이익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관련 연구논문의 수가 적고 상처 치유 효과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알로에를 바르거나 섭취하는 것이 아토피성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의 치유에도 유익할 것이라는 견해 역시 동물실험 결과일 뿐이다. 사람에게선 증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피부엔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름 휴가 동안 햇볕에 그을려 따갑고 열이 나는 피부에 엷게 썬 알로에를 얹어 놓으면 피부가 시원하고 촉촉해진다. 보습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바른 뒤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또 잎 안쪽을 말린 것은 과거부터 변비 치료를 위해 사용했다. 생리활성물질인 알로인과 배당체가 위장관 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가벼운 설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유럽과학생약협동체에도 피부질환이나 변비 등에 쓰이는 생약으로 등록돼 있다. 비교적 안전하다는 뜻이지만 의사의 지시 없이 임의로 2주 이상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고려대 의대 이성재 교수).


일부에선 알로에가 항암 효과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에 따르면 알로에의 암 예방 효과는 ‘C’급이다. 인정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스플라틴(항암제)을 복용할 때 알로에를 함께 섭취하는 것은 고려해 볼 만하다. 시스플라틴의 최대 약점이 신부전 유발 등 부작용인데 알로에 성분인 알로에신이 신장이 망가지는 것을 막아준다.


알로에 잎은 물이 95%, 나머지가 알로인·알로에신·다당류 등이다. 알로에 제조업체들이 면역력 증강에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가운데 다당류의 효능 때문이다. 알로에 잎을 자르면 노란색 즙이 나온다. 알로에 가루는 이 즙을 농축·건조시킨 것이다. 그러나 즙이나 가루를 과다 섭취하는 것은 곤란하다.


알로에를 섭취하면 체내에 프로스타글란딘 E2가 분비된다. 이 물질은 자궁수축·혈관확장·혈압하강·기관지확장·장관수축 같은 증상을 유발한다. 따라서 현기증·치질·출혈 환자는 함부로 알로에를 섭취해선 안 된다. 소화기가 약한 사람과 임산부에게도 권장되지 않는다. 알로에는 찬 성질을 지닌 데다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성질이 강하다. 모유를 먹이는 산모도 섭취해선 안 된다. 알로에 성분이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해질 수 있다. 설사를 자주 하거나 생리 중이거나 손발이 찬 사람과도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