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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24> 노래방이 알고 싶다

물조아 2009. 4. 27. 21:59

[중앙일보] 한국인처럼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국민이 또 있을까요? ‘전 국민이 가수’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인의 노래 사랑은 뜨겁습니다. 어린 학생들의 모임에서도, 직장인의 회식에서도, 동창회에서도 빠지지 않는 단골 유흥 코스가 노래방에서 노래하기입니다.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노래 한 곡쯤은 비장의 무기로 준비해 두는 것이 사회생활을 잘 하는 노하우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전국적으로 노래방은 3만5000여 개(2007년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이릅니다. 한 시간에 2만원 안팎이면 즐길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엔터테인먼트 장소인 노래방. 그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가 누구이고, 가장 많이 불린 노래는 어떤 곡인지 알아봅니다. 노래방에서 노래가 많이 불리면 가수도 돈을 벌 수 있을까요. 궁금증을 풀어 봅니다. 이경란 기자

 

‘최고 인기 가수는 누구?’란 질문엔 소녀시대·빅뱅·동방신기 등의 답이 상위권에 오른다. 하지만 노래방 최고 인기 가수를 묻는 질문이라면 결과는 달라진다. 노래방에서 인기는 반주기에 얼마나 많은 노래가 실렸는지, 그리고 얼마나 노래가 많이 불렸는지로 가늠해 볼 수 있다. 노래방을 찾는 이용객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해 특정 연령대와 성별에서만 인기를 얻는다고 해서 최다 수록곡과 애창곡이 될 수 없다. 앨범 한 장을 달랑 발표한 신인 가수들은 제아무리 인기가 높아도 노래방 인기 가수 축에 끼기 힘들다.


누구 노래가 많이 있나, 나훈아 181곡, 쿨 119곡, 조용필 116곡…


국내 노래방 반주기 시장은 금영과 TJ미디어가 양분하고 있다. 두 반주기 업체의 가수별 수록곡을 합산, 평균을 내보니 노래방 최다 수록곡 가수(표 참조)는 역시 나훈아였다. 그는 히트곡 ‘사랑’ ‘무시로’ ‘잡초’ ‘머나먼 고향’ ‘고향역’ ‘영영’ ‘갈무리’ 등 174곡(금영)·187곡(TJ미디어)을 각각 반주기에 수록해 평균 181곡으로 1위에 올랐다. 성인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트로트 장르의 가수인 데다, 43년의 활동 경력이 노래방에서 저력을 발휘한 셈이다.


2위 자리엔 ‘국민가수’ 조용필이나 이미자를 예상했으나 의외로 혼성 3인조 그룹 쿨이 119곡으로 선전했다. 쿨의 ‘애상’ ‘슬퍼지려 하기 전에’ ‘운명’ ‘송인’ 등이 인기곡. TJ미디어 최윤정 대리는 “쿨은 10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고 꾸준한 인기를 이어와 히트곡이 많은 그룹”이라며 “30대 이상도 노래방에서 부르기 편안한 템포의 노래를 많이 부른다”고 상위권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3위엔 ‘친구여’ ‘허공’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고추잠자리’‘창밖의 여자’ 등 평균 116곡을 수록한 조용필이 올랐다.


신세대 댄스 가수로는 보아가 4위에 올랐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각각 5장, 6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해 두 업체 반주기 평균 105곡이 수록됐다.


노래방 반주기에 노래가 많이 실렸다는 것은 인기를 반영한 결과다. 음반을 발표했다고 무조건 반주기에 노래가 실리는 것은 아니다. 각 반주기 업체에는 선곡 담당자가 있어 자료수집을 거쳐 노래방 수록을 결정한다. 곡 수록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는 이용객의 요청과 인기 여부다.


TJ미디어 콘텐트 연구소 김지한 주임은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신곡을 수집하고 신곡 가운데 반응이 좋은 노래들을 우선적으로 선별한다”며 “힙합이나 인디밴드 음악 등 비교적 소외된 장르에 대해서도 각종 음악 커뮤니티를 보며 자료를 수집해 그 가운데 사내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신곡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TJ미디어와 금영의 홈페이지를 찾아 좋아하는 신곡을 이용객들이 직접 신청할 수도 있다. 홈페이지 ‘곡 신청하기’ 메뉴에 신청곡을 올리면 네티즌 투표를 거쳐 노래가 수록된다.

 

무엇보다 노래 반주기에 노래가 실리기 위해선 저작권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모두 직접 만드는 싱어송라이터 서태지의 경우 2006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탈퇴해 그의 8집 이후 노래들은 반주기에 수록되지 않는다. 서태지 8집 ‘모아이’ ‘버뮤다’ 등의 신곡은 노래방에서 즐길 수 없다.


최고 인기곡, 인터넷 반주기로 집계…사랑 노래한 발라드곡 많아


최신 히트곡이라고 해서 노래방 인기곡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도 최신 댄스곡을 따라 부르다 박자를 놓쳐 망신당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동행들이 잘 모르는 최신곡보다는 익숙한 애창곡을 부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노래방에선 늘 선곡되는 ‘스테디 셀러’가 있다. 노래방 반주기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인터넷 반주기에는 사용자들이 부른 노래의 흔적이 모두 남아 어떤 노래가 가장 많이 불렸는지 데이터를 집계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노래방 최다 연주 순위(표 참조)를 살펴보면 최상위권에 오른 곡들은 주로 사랑에 관한 발라드다. 여성 4인조 그룹 빅마마의 ‘체념’은 1100만 번이 넘게 전국 노래방에서 울려 퍼졌다. 2위엔 고 최진실의 애창곡으로 알려지며 뒤늦게 사랑받은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가 올랐다. 1위 ‘체념’과 2위 ‘애인 있어요’는 모두 짝사랑에 괴로워하는 여성의 심경을 대변한 노래다. 이어 3위에는 임재범의 ‘고해’가 올라 버즈의 ‘가시’와 ‘겁쟁이’, 윤도현의 ‘사랑TWO’ 등과 함께 발라드 강세를 입증했다. 이 밖에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 소찬휘의 ‘티어스(Tears)’ 등 록 장르가 2곡, 박상철의 ‘무조건’, 서주경의 ‘당돌한 여자’ 등 트로트가 2곡 포함됐다.

 

 

이 순위에 중·장년층의 취향은 조금 덜 반영돼 있을 수도 있다. 금영의 이재원 과장은 “전국 노래방 중 인터넷 반주기만이 데이터 집계가 가능하다”며 “인터넷 반주기는 주로 젊은 층이 찾는 노래방에 많이 보급돼 있어 애창곡 집계엔 젊은 층의 취향이 잘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료, 저작권료 곡마다 최하 4.5원, 방마다 매월 4500~7500원


‘이효리 노래를 부르면 이효리가 돈을 벌까?’ 정답은 ‘아니다’. 노래방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는 노래를 창작한 작사·작곡가의 몫이다. 노래만 부른 가수에겐 혜택이 없다. 노래방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는 두 가지다. 반주기에 노래 반주를 복제해 수록할 때 발생하는 복제 사용료와 노래방에서 고객이 노래를 부를 때 발생하는 공연 사용료다. 노래방 반주기에 실리는 신곡은 한 곡당 최하 4.5원의 복제 사용료가 발생하며 노래방 반주기 업체들이 기기 생산 대수에 따라 저작권협회에 지급한다.


공연 사용료는 노래방의 방 크기와 개수에 따라 달라진다. 노래방에선 매월 방당 4500~7500원(6.6㎡ 미만 4500원, 6.6㎡~13.2㎡ 5500원, 13.2㎡~19.8㎡ 6500원, 19.8㎡이상 7500원)의 월정액료를 낸다.

 

 

이런 기준에 따라 저작권협회가 지난해 거둬들인 노래방 관련 저작권료는 모두 124억원(복제 사용료 27억원, 공연 사용료는 97억원)에 이르렀다. 징수된 저작권료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작사·작곡가에게 분배된다. 전체 징수금액의 30%는 노래방 반주기에 실린 곡 수에 따라서 작사·작곡가에게 분배하고, 나머지 70%는 많이 불린 노래 순서에 따라 지급한다. 작사가와 작곡가의 저작권료 비율은 50대50으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