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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딱 하루 프로포즈 ‘선수’ 가 돼라

물조아 2009. 2. 6. 18:25

[조인스] 장미꽃과 다이아몬드 반지는 일생에 딱 한 번인 프러포즈의 순간, 모든 고백의 말을 대신하는 영원한 아이템이다.


프러포즈 성공작전


올봄 여자친구와 결혼하기로 결심한 회사원 김성윤(34)씨는 프러포즈 아이디어 짜내기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평소 여자친구에게 꽃다발 같은 깜짝 선물을 자주 했던 것이 지금은 후회스럽기도 하다. 감동적인 프러포즈를 하려면 그보다는 더 강도가 세야 하기 때문. 실에 반지를 묶어 끼워줘볼까. 명동 한복판에서 ‘결혼해 줘’라고 외쳐볼까. 이 궁리 저 궁리 해보아도 뾰족한 생각이 안 떠오른다. 내 여자, 웬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프러포즈를 하려니 아리송하기만 하다.


5월의 신부를 맞으려면 이달을 놓치면 안 된다. 연인들이 프러포즈 D-데이로 꼽는 밸런타인 데이도 이달에 있다. 호텔·레스토랑들은 이날 연인용 이벤트를 준비하고 ‘봄에 결혼하려면 지금 프러포즈를 하라’고 유혹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


대학원생인 김모(27)씨는 호텔방을 빌려 프러포즈를 했다. 방에 풍선을 가득 띄우고 샴페인도 준비했다. 여자친구가 깜짝 놀랄 때 반지를 준다는 게 그가 짠 시나리오. 그런데 여자친구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김씨의 선배가 했던 프러포즈를 따라 한 걸 여자친구가 알았기 때문이라는 게 김씨의 분석이다.


회사원 정모(31)씨는 레스토랑에 공개구혼 이벤트를 신청했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 화장실에 간다고 일어나 식당 무대로 올라갔다. 마이크를 잡고 편지를 읽은 뒤 그녀의 이름을 힘껏 불렀다. 돌아온 건 여자친구의 싸늘한 얼굴. ‘남들 앞에서 이게 뭐냐’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영화에선 통하는 장면들이 실제로는 연인들을 오히려 어색하게 만드는 이런 사례가 수없이 많다. 도대체 왜 안 되는 걸까. 그래서 그 이유를 week&이 알아봤다. 결혼정보 업체 ‘듀오’를 통해 남녀 성인 196명(남자 89명, 여자 107명)을 대상으로 ‘내가 꿈꾸는 프러포즈’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프러포즈 방법에 관한 한 남녀 간의 동상이몽이 보였다.


일단 남자들 속내부터 공개한다. 남자들이 점찍은 프러포즈 장소로는 펜션·휴양지(38명)와 레스토랑(21명)이 1, 2위를 달렸다. 그곳에서 케이크·와인에 반지를 숨기고(35명) 여럿 앞에서 공개 프러포즈를 하겠단다(29명). 선물은 뭘로 준비할까.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고백의 말’ 자체가 최고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그 답은 3면으로 이어진다. 여자들의 속내까지 가는 동안 이 분야 전문가들이 추천한 프러포즈를 할 만한 명당과 실전 팁들도 추려놓았다.


조심!! 케이크 속 반지?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프러포즈 방식에 대해 갖는 기대와 생각에 관한 한 남녀는 달랐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아예 다른 별의 언어로 생각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장소·이벤트·선물 등 상당 부분이 어긋나고 있음을 설문조사 결과가 말해줬다.


여자들이 가장 프러포즈를 받고 싶은 곳은 ‘도시 근교의 야외’가 압도적으로 1위였다(43%). 평범한 실내 공간보다 색다른 장소에서 영화 같은 프러포즈를 원한 것이다. 하지만 남자들 중에선 4%만이 교외를 프러포즈 장소로 꼽았다. 남자들이 최고의 장소로 생각했던 펜션·레스토랑에 대해 여자들은 각각 19%, 18%가 괜찮다고 답했다.


‘남자가 제발 하지 않았으면 하는 프러포즈’ 1위로는 ‘궁상맞아 보이는 사랑 고백’을 꼽았다(32%). 회사원 김모(30)씨는 지난해 1년간 사귄 연하남과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던 찰나에 밸런타인 데이를 맞았다. 갈 데가 있다는 말에 잔뜩 기대를 했지만 남자친구가 데려간 곳은 다름아닌 모텔. 로비에는 김씨보다 열 살은 더 어려보이는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화를 내고 헤어졌다. 나중에 들어보니 남자친구가 프러포즈를 위해 호텔보다 싼 모텔을 찾은 것. 방 안에 꽃과 와인까지 준비했다고 했지만 김씨는 ‘아낄 때 아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만큼은 어설프게 준비하거나 돈을 아끼려는 모습을 보이면 용서가 안 될 것이라는 게 여자들의 생각이다.


또 남자들이 가장 로맨틱하다고 생각했던 ‘음식물 속에 반지 숨기기’ ‘떠들썩하게 하는 공개 프러포즈’의 경우, 여자들은 비호감 프러포즈 2, 3위에 올려놓았다. 동갑내기 커플인 손모(32)씨는 남자친구가 양가 상견례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프러포즈를 미뤘다. 어느 날 예비 신랑과 술 한잔 하며 손씨가 “너는 청혼도 안 하느냐”고 면박을 줬더니, 집으로 가는 종로 한복판에서 박진영의 ‘청혼가’를 부르며 춤까지 췄다.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는 바람에 당황한 손씨는 모른 척하며 그 자리를 떴다.


프러포즈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물에 대해서도 남녀의 생각은 달랐다. 여성 응답자의 57%가 심플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최고의 선물로 꼽았다. 남자 중엔 21%만이 마음에 뒀던 선물이다. 또 남자들이 1위로 꼽았던 ‘고백의 말 자체’는 여성들 중 21%가 ‘좋다’고 답했다. 남자들의 12%가 꼽았던 노래 선물의 경우, 여자들 중에선 바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