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동안 국회에서 멱살잡이를 해 온 여야(與野)가 국회 파행 사태가 끝나기 무섭게 떼를 지어 외유(外遊) 채비에 나섰다. 하라는 일은 하지 않고 국회의 문짝과 창문을 때려부수고 국회 경위들을 구타하더니 흉물(凶物)스러운 국회가 끝나자마자 국민 세금으로 공짜 여행을 즐기겠다고 나선 것이다. 18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역대 최저(最低)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2263건의 의안(議案) 중 293건을 처리, 12.9%를 기록했다. 8일 본회의를 통과한 58건을 포함시켜도 15.5%밖에 안 된다. 법을 만드는 곳이라는 입법부(立法部)라는 말을 반납해야 할 형편이다.
이런 국회를 그냥 놔둘 수 없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뜯어고쳐야 한다. 우선 국회의원 수(數)를 줄여야 한다. 헌법 41조2항은 “국회의원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공직선거법 21조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299명으로 정했고, 시·도의 지역구 의원 정수는 3인으로 한다고 돼 있다. ‘200명 이상’, ‘299명’ ‘3명 이상’ 등 각 법조문에 나온 숫자들은 무슨 근거가 있는 숫자가 아니다. IMF 외환위기 때는 국회도 사회적 군살빼기에 동참한다며 299명을 273명으로 줄였다. 그러다 2004년 17대 선거 때는 슬그머니 299명으로 다시 늘렸다. 얼마든지 늘였다 줄였다 고무줄처럼 할 수 있는 게 국회의원 숫자라는 이야기다. 시·도 지역구 의원을 최소 3인 이상으로 한 것은 의원 1인이 몇 명의 주민을 대표하는 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가를 도외시한 엉뚱한 숫자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비율을 4대1 미만으로 규정한 당시 선거법은 위헌이라며 3대1로 바꾸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금 각 선거구의 인구 하한선은 10만4000명이고, 상한선은 31만2000명이다. 대도시 선거구는 대부분 30만 명에 이르지만, 농촌 지역은 이 숫자를 맞추기 위해 총선 직전 선거구 획정 협상에서 시·군·구를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 한다. 그러다 여야 실력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냈다.
현재 234개의 시·군·구를 70여 개의 광역 단위로 재편하는 행정구역 개편이 논의되고 있다. 국회의원 정수(定數)도 대폭 줄여야 한다. 남북 통일이라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그 필요성은 더 커진다. 북한 지역 주민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려면 북한 지역에는 주민 수보다는 더 큰 대표성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 북한 쪽에 200명의 의원을 배정하고, 우리가 지금의 299명 의원을 유지한다면 무려 500명 가까운 국회의원이 된다. 남·북한 인구를 합치면 7000만 명 정도인데, 인구 3억이 넘는 미국 하원 435명, 인구 1억3000만 명의 일본 중의원 435명보다 훨씬 국회의원이 많게 된다. 양식(良識) 상식(常識) 지식(知識)은 비었는데 몸집만 늘리면 피해만 커진다.
비례대표 제도의 원래 취지는 지역구 의원이 갖지 못한 전문성을 높이고 직능별·성별 대표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당권을 가진 쪽의 정치 이권(利權)으로 전락했고 그 과정에서 거액이 오간다고 해서 ‘전(錢)국구’라는 말도 나온다. 비례대표제도 없애든지 대폭 축소해야 한다.
15명의 현역 의원으로 구성된 국회 윤리특위는 1996년 15대 국회부터 17대 국회까지 12년 동안 윤리위에 올라온 94건 가운데 단 한 건도 실질적 제재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가재가 게 편 노릇한 것이다. 최근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외부 인사로 구성되는 ‘윤리 심사위’를 만들어, 여기서 제재 수위를 결정하면 따르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윤리위를 더 이상 국회의원의 윤리 수준에 맡겨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 사진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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