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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칼럼] 국회의원 숫자 줄이기 서명 운동 벌여야

물조아 2009. 1. 8. 18:53

"한국은 미국 인구 16%에 국회의원 숫자는 70% 넘어, 국회의원 숫자 줄여야 국회 효율 높아지고 세금 가벼워져" 강천석·주필


대한민국 국민의 새해맞이는 우스운 사람들의 우스운 짓거리로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 정파(政派) 하마스가 대포와 로켓 포탄을 주고받는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난민(難民)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처량한 신세가 됐다. 이쪽은 '정치 난민' 저쪽은 '전쟁 난민'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도 저쪽은 이스라엘이 식량과 연료 등 생필품이 가자 지구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루 3시간씩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어주고 하마스 역시 이 시간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해머·전기톱·소화전을 들고 설치는 여의도 조폭(組暴)보다는 대포·고사포·로켓포로 무장한 중동 전쟁꾼이 정치력도 한 수 위란 이야기다.


여의도 난동 사건을 지켜보며 우선 드는 생각은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많은 국회의원들이 폭력배로 변신하는 순간 국회는 진압 경찰이 폭력시위대한테 몰매 맞는 꼴이 되고 말았다. 씨알도 먹히지 않는 대의(代議)민주주의 강의를 읊조릴 게 아니라 국회의원 숫자 줄일 궁리부터 해야 한다. 헌법 21조는 '국회의원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국회의원 수는 2004년 전까지 273명이었던 게 지금은 299명이 됐다. 여야(與野), 도농(都農)을 떠나 끼리끼리 담합(談合)해 공직선거법을 고쳐 26명을 더 늘렸다. 그랬다고 예산 심의가 정밀해져 국민 세금 부담이 줄지도 않았고 법안 심의가 빨라져 국민 불편이 덜어지지도 않았다. 말 좀 하고 힘 좀 쓰는 인간들에게 국회의원 감투가 돌아갈 기회를 늘리고 그들에게 보좌관 비서 운전기사를 붙여주느라 국민 세금 수백억원을 까먹은 것밖에 없다.


2008년 미국 인구는 3억명을 약간 넘는다. 그 인구에 하원의원 정원이 435명이다. 1911년 이후 그 숫자 그대로다. 인구는 3배 가까이 늘었는데도 그렇다. 한국은 인구 4800만명에 국회의원 숫자가 299명이다. 인구는 미국의 16%인데 국회의원은 미국의 70%나 된다. 만약 통일이 돼 북한 인구 2300만명이 더해져 그만큼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면 인구 7000만명의 대한민국이 인구 3억명의 미국보다 국회의원이 많아진다.


국회의원이 많아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 아까운 국민 세금이 줄줄 샌다는 돈 문제만이 아니다. 의사당에 가보면 본회의장이 올림픽 실내체육관만하다. 그 거대한 홀에 299명의 국회의원이 올망졸망 모여 있으니 토론다운 토론이 될 리가 없다. 정부와 국회, 여(與)와 야(野) 사이의 치밀한 질의 응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회의 중심(中心)인 본회의장이 시골 웅변 대회장과 한가지다. 자기는 하나마나 한 이야기를 곧잘 하면서도 들으나마나 한 남의 연설을 참고 들어주는 국회의원은 없다. 그래서 대정부 질문 이틀째나 사흘째쯤 되면 본회의장은 탈모증(脫毛症) 환자처럼 여기저기 의석이 뭉텅뭉텅 빠져 흉한 몰골을 드러낸다. 정부와 국회, 여와 야가 얼굴 맞대고 토론이 가능한 수준으로 의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정부도 함부로 거짓말을 못한다.


우리 국회의원은 말이 국회의원이지 사실은 지방의원이다. 자기 선거구에 다리를 놓고 도로 포장 예산을 끌어들이는 데는 열심이지만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세금 부담이 얼마나 무거워졌는지 그 세금이 제대로 쓰여지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200조원이 넘는 예산·결산의 실질 심의를 하루 이틀, 길어야 1주일 만에 뚝딱하고 만다. 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가 좋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미국 사람들은 여권발급이든 아이들 학교 앞 횡단보도 안전성이든 뭔가 문제가 생겼다 하면 국회의원 사무실에 연락하는 것이 상례(常例)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이런 덕을 본 국민은 거의 없다. 이럴 바에야 선거구는 크게 넓히고 국회의원 숫자는 대폭 줄여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을 뽑는 게 백 번 낫다.


국회의원 숫자는 적을수록 좋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려고 헌법을 손질할 필요도 없다. 공직자선거법만 바꾸면 된다. 여의도 난동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이 멋대로 늘린 국회의원 숫자 줄이기 1천만명 서명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 50명을 줄이면 국회가 상당히 나아질 것이고, 1백명을 줄이면 크게 좋아질 것이다.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늘 뺨을 맞아야 된다는 법은 없다. 국민도 국회의원의 따귀를 올려붙여야 할 때는 올려붙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만만하게 대하지 못한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