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쉴 수 있어 (感謝)

[Why] 왜 불황 땐 사원 정신교육이 늘까?

물조아 2008. 11. 30. 07:56

 

불안감 해소하려 시행, 심리상담·극기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 동원

 

"지금 힘든 것은 다 마찬가지다. 그러나 바다가 항상 평온하기만 하다면 어떻게 노련한 선장이 나오겠는가."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전무이사는 요즘 최악의 상황에서 자기 자신과 경쟁해 성공하는 법을 설명하고 다닌다. 청중은 대개 대기업체 직원들이다. 그는 한국 양궁 선수들이 실내 수영장에서 11m 높이에서 다이빙을 하고 분당 율동공원과 아테네의 코린트 운하에 가서 번지점프를 했던 사례를 든다. 공수특전사와 북파 공작원들이 받는 극한 훈련도 빼놓지 않는다.


서 전무는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후 한국 양궁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한 비결에 대해 강연해 달라는 요청이 늘었다"고 했다. 작년만 해도 월 5~10회에 불과했던 강연 요청은 올 들어 월 20~30회가 됐다.


개그작가이기도 한 신상훈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교수는 "요즘엔 강연 요청이 올 때 살기 어려운데 복잡한 이야기는 싫으니 그냥 웃겨달라는 주문이 많다"고 했다. 그는 "기업 최고경영자건 일반인들이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는 것을 올 하반기부터 확연하게 느낀다"고 했다.


기업이 원하는 강사를 찾아 소개해주는 클릭 컨설팅의 한정숙 과장은 "작년에 기업들이 원하는 화두가 열정이었다면 올해는 웃음과 긍정적 사고"라고 했다. 불경기가 시작되면 한 사람이 혼자 힘으로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더구나 세계 경제 사정이 다 같이 좋지 않을 땐 더더욱 개인의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영역은 작다.


심리학자들은 "그럴 땐 사람 심리가 마음이라도 편하게 사는 것이 최고라는 쪽으로 움직인다"고 분석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의 경제위기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실업 가능성과 은퇴 이후 등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요가, 명상, 운동, 산책 등을 권했다. 실제로 미국에선 경기가 나빠지면 요가나 명상센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교회나 성당 등 종교를 찾는 사람도 증가한다. 개인적인 힘의 한계를 느낄 때 더 큰 데 의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사찰에 며칠 머무는 '템플 스테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최근엔 증권사들이 임·직원 교육을 위해 '템플 스테이'를 자주 활용했다. 조계종불교문화사업단의 이민우 대리는 "증권사가 유독 많은 것은 워낙 경쟁이 치열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사찰에서 며칠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라앉는데 그 평화를 누리기 위해 템플 스테이를 한다는 것이다.


롯데쇼핑에선 올해부터 직원들을 위한 심리 상담을 시작했다. 원래는 직원들의 각종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기 위해 시작했던 상담을 본격 심리상담으로 발전시켰다. 전문 상담가가 파견돼 우울증, 스트레스, 가정문제 등까지 상담해준다. 사원복지팀의 최미경씨는 "경기가 나빠지니 상담 요청이 늘었는데 가족이나 대인관계의 불화도 알고 보면 경제 문제가 해결이 안 돼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황 때면 인기를 끄는 해병대와 특전사 훈련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해병대전략캠프의 이희선 부장은 "경기가 나빠질 때는 강의실에 앉아 듣고 배우는 것보다 직접 몸을 움직이는 행동훈련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했다.


공동묘지에서 1㎞ 정도 혼자 걷게 한다든지 육체적으로 견디기 힘든 수준의 극기훈련을 실시하면서 어려움을 함께 겪는 것은 팀워크를 강화하고 애사심을 고양하는 데 빠른 효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훈련을 마친 사람들의 90% 이상이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올해 출판계의 화두도 '치유'와 '위로'였다. 웅진지식하우스 이영미 차장은 "하루하루가 살기 고달픈 상황에선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해서 성공하라는 메시지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마음 편하게 살자는 목소리가 독자들에게 더 호소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강인선 기자 사진 이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