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水)과 관련하여

나탈리 뒤 투아 "내 스토리가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힘 됐으면"

물조아 2008. 8. 25. 09:06

 지난 20일 열린 베이징올림픽 여자 수영 10㎞에서 나탈리 뒤 투아(가운데)가 의족을 벗고 출전 준비를 하고 있다. AFP

 

한쪽 다리 없이 올림픽 수영 10㎞ 역영 나탈리 뒤 투아, "7년前 사고로 무릎아래 절단… 처음엔 25m도 못 헤엄쳐, 왼팔로 더 세게 스트로크해 약점 보완… 2012년에도 출전"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밝히자 나탈리 뒤 투아(Natalie du Toit ·24·남아공)는 "한국 사랑해요"라고 반색을 했다. 그녀는 "이번 올림픽에 오기 전에 한국 대구라는 곳에서 2주간 훈련을 했다"며 대구라는 발음이 맞냐고 몇차례 물어봤다. 베이징 현지 적응을 위해 대구에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훈련했다는 얘기였다.


올림픽은 숱한 휴먼 드라마의 무대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의 어떤 드라마도 '수영 마라톤' 10㎞에 출전한 불굴의 여성 나탈리 뒤 투아의 감동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녀는 7년 전 교통사고로 왼쪽다리를 무릎부터 잃은 절단 장애인. 그럼에도 다른 선수들과 10㎞를 당당히 겨뤘다. 그녀가 25명 중 16위(2시간0분49초9)의 기록으로 결승선에 들어올 때 관중들은 열광적인 갈채를 보냈다. 남아공 올림픽위원회의 주선으로 베이징올림픽빌리지(선수촌)에서 뒤 투아를 만나 인터뷰했다.


―올림픽 일정이 모두 끝났군요.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9월6~17일) 때까지 뭘 할 건가요. 남아공으로 돌아가게 됩니까.


"계속 베이징에 머물러 있을 거예요. 패럴림픽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저의 생활이야 훈련의 연속이죠. 보통 오전 5~6시면 일어나서 훈련을 시작해요. 하루에 15㎞쯤 수영을 하고요, 자는 시간은 좀 늦어요. 밤 10시쯤."


―밤 10시가 늦은 시간인가요?


"저의 하루는 길거든요. 그리고 하루 종일 뛰어다니구요. 훈련도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쉬지 않고 이어지죠."


―사고 상황을 들을 수 있을까요.


"트레이닝을 끝내고 스쿠터를 타고 가고 있었죠. 신호를 보고 속도를 줄이는데 차량 하나가 제 왼쪽 다리를 들이받았어요. 저는 스쿠터에 앉은 채로 쓰러졌고 무릎과 정강이와 발이 다 뒤틀린 모습을 볼 수 있었죠. 뼈가 피부를 찢고 나온 모습도 내 눈으로 봤어요.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울부짖었죠. 수술이 매일 이어졌어요. 사고 후 맞은 어느 토요일 아침인데, 엄마에게 오늘은 어디를 수술하느냐고 물었더니 아래를 보라고 하더군요. 다리가 이미 절단돼 있었어요. 그렇게 하고 나니 오히려 고통이 줄더군요."


―수영은 언제 다시 시작했죠?


"언제나처럼 의사 선생님 방을 찾아갔더니 '다시 수영장으로 가도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농담이죠'하고 물었어요. 의사 선생님은 '아니, 수영해도 좋아요'라고 했어요. 그 길로 바로 수영장에 갔어요. 엄마와 아빠가 지켜보는 가운데 풀로 뛰어들었죠."


―금방 적응할 수 있었나요.


"처음엔 25m도 헤엄칠 수 없었어요. 물에 돌아가기도 싫었죠. 적응하는 데는 몇 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아주 먼 길을 걸어온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얼마나 많이 해낼 수 있는지 보면 놀랍죠."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죠. 그래도 성공했다고 생각합니까?


"누구나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어요. 챔피언이 되기 위해 금메달리스트가 돼야 하는 건 아니죠. 스스로의 꿈에 도달하는 사람이 진정한 챔피언이니까요. 저의 꿈은 올림픽 출전이었고 꿈을 이뤘으니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요.


"자기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나건, 목표가 있고 꿈이 있다면 그걸 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해요. 이런 말을 종이에 쓴 일이 있어요. '인생의 비극이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달성할 목표가 없는 것이 진정한 인생의 비극이다.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것은 치욕이 아니다. 그러나 달성할 목표가 없는 것은 치욕이다. 그러니 높은 목표를 정하고, 자기를 믿고, 도전하자. 어떤 일도 가능하다.' 이건 저의 모토이기도 해요."


―요즘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는 것 같아요.


"그동안 미디어의 주목을 많이 받았죠. 대부분 긍정적인 내용이었어요. 물론 부정적인 것도 한두 개 있었지만요. 저는 긍정적으로 살려고 합니다. 저의 스토리를 듣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 고개를 곧게 들기를 원해요. 그들에게 어떤 일이 생기든 일어서서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그런 동기를 줄 수 있다면 충분해요."


―올림픽 출전은 멋진 기억이 되겠죠?


"사람들이 저에게 '가라, 힘내라'라고 소리칠 때, 너무 멋지지 않나요? 그런 성원이 없었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겠어요. 올림픽에선 저의 조국인 남아공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저를 성원합니다. 그것이 올림픽의 특별한 점이죠."


―힘들 때도 있을 텐데요.


"사람에겐 눈물을 흘려야 할 때, 슬픈 때가 찾아오게 마련이죠. 하지만 저는 기억하려고 합니다. 지금 이 모습이 나의 현실이라는 것,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 포기하지 말고 꿈을 좇아야 하며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요. 당신이 목표를 달성할지 못할지 누구도 말해줄 수 없어요. 당신이 현재 어떤 모습이건,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건 스스로를 믿어야 해요."


―가족의 도움도 컸겠군요.


"엄마가 나의 경기를 보러 나와 같이 왔어요. 언제나 가족의 후원이 있었죠. 저의 올림픽 참가로 엄마도 꿈을 이룬 셈이에요."


―수영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요.


"오른쪽 다리밖에 없기 때문에 물을 차면 몸이 왼쪽으로 가게 되죠. 그래서 왼팔 스트로크를 더 강하게 해야 해요. 왼팔이 왼발의 역할을 대신하는 거죠. 하지만 중요한 건 제가 일반 수영선수들과 어떻게 다르게 수영하느냐 하는 점이 아니에요. 그들과 똑같이 노력한다는 점이죠."


―한쪽 다리로 스타팅 포지션을 취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사고 후 많은 물리치료를 받았어요. 제 몸의 무게중심은 일반인과 달라요. 여러분처럼 몸의 가운데 무게 중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왼발이 없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쏠려있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 발로 서서 밸런스를 잡는 훈련을 수도 없이 했어요."


그녀는 구체적으로 어떤 훈련이냐고 하자 "다른 사람이 던져주는 볼을 쓰러지지 않고 잡는 훈련"이라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 그녀는 활기에 넘쳤고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올림픽을 언제부터 꿈꿨나요.


"6살 때 수영을 시작한 이후로요. 저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도 꼭 나갈 거예요. 패럴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고요. 그렇게 하려면 선발전을 꼭 통과해야겠죠.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선 제가 해야 할 모든 준비를 하지 못했어요. 근력 훈련도 더 해야 하고. 다음 번엔 기량이 훨씬 좋아질 거예요."


―패럴림픽과 올림픽의 차이가 있을 텐데요.


"일단 패럴림픽에는 제 친구들이 훨씬 많아요.(웃음) 패럴림픽이나 올림픽이나 똑같아요. 레이스가 시작되면 모든 것을 다 바쳐서 경기해야 하죠."


―장애를 감추려는 사람들도 많지 않나요.


"세계 어디서건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거예요. 장애를 가진 아이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격리하는 부모도 아마 사랑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거겠죠.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 부모들이 더 이상 돌볼 수 없어요.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우리는 같은 인간입니다. 모든 인간은 동등한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어요."


―남자 친구는 있나요?


"그동안 남자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었어요. 완전히 수영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저의 꿈인 올림픽만 쫓아다녔으니까요."


―스타킹 신은 모습도 외신 사진에서 봤습니다.


"스타킹은 가끔 신어요. (의족 때문에) 구멍이 나는 게 문제긴 하죠. (웃음)"


나탈리 뒤 투아: 아프리카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난 나탈리 뒤 투아는 6살 때 부모와 함께 처음 수영장에 갔다. 처음엔 물의 느낌이 너무 싫었지만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함께 풀에 뛰어들게 됐다고 한다. 이후 수영은 그녀의 인생이 됐다. 14세이던 1998년부터 국제대회에 출전한 유망주 뒤 투아는 2001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는 큰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선 그녀는 2004년 아테네패럴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을 따냈고, 절단장애인 사상 최초로 올림픽 수영부문(10㎞)에 출전해 전 세계 팬들을 감동시켰다. 조선일보  베이징=김동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