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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인생의 창’

물조아 2008. 5. 19. 07:33

[중앙일보] 주부 의사소통·취미 공간으로, 맞선 볼 때도 자기소개서 역할


“입사 지원자의 최종 당락을 결정하기 힘들 때 그 사람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찾아봐요. 그 사람의 포장되지 않은, 순수한 모습을 알아낼 수 있거든요.” 올해 최대의 목표로 ‘탈(脫) 전업주부’를 선언한 결혼 6년차 주부 김시윤(33·경기도 고양시 일산동)씨가 이달 초 첫아이 유치원에서 만난 한 학부모로부터 들은 얘기다. 김씨는 새삼 놀랐다. 블로그의 파워가 이 정도인 줄 몰랐다.


얘기를 꺼낸 학부모는 육아·직장생활을 병행하며 현재 모 기업 인사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이종숙(30) 주부는 주변의 미혼 친구나 선후배에게 배우자감을 소개할 때 반드시 상대방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미리 알려준다. 서로 방문해 보고 양쪽 모두 호감을 보인 다음에야 만남을 주선해 준다.


“미니홈피에 들어가 보면 상대의 외모뿐 아니라 취미나 일상생활까지 파악할 수 있잖아요. 얼굴을 맞대고 앉아 신상조사를 할 필요도 없고, 블로그 내용을 끄집어내면 대화도 순조롭게 진행되거든요.” ‘다소마미’로 더 유명한 유경아 주부나 ‘둥이맘’으로 통하는 문성실 주부처럼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는 요리를 블로그에 차곡차곡 정리하다가 미디어의 주목을 받아 일약 스타급 요리전문가로 발돋움한 경우도 있다.


집안 주부들도 이제 블로그와 떨어져 살기가 어렵다. 친구들과의 가벼운 의사소통 공간, 취미생활의 연장선 등으로 블로그를 활용한다. 요즘에는 블로그나 미니 홈피가 자신의 얼굴을 상징하는 공간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알게 모르게 취업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배우자 선택을 좌우할 정도다. 블로그는 이제 세상에 공개된 자기소개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호텔 홍보팀 이용재 팀장은 “인사철이 다가오면 직원들의 블로그에 들어가 미리 그의 성향을 파악한다”고 말했다. 블로그는 대부분 오랜 기간 운영해 왔기 때문에 어느 한 순간에 대폭 수정할 수 없는 게 특징. 그러다 보니 블로그 방문자와 주고받는 댓글을 보면 사고방식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알 수 있다. 또 올려진 사진을 보면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를 우려해 구석구석 ‘비공개’ 공간을 마련해 두면 비밀이 많은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다.


요즘 블로그는 자기개발의 공간이다. 블로그에 미래에 대한 꿈을 쌓아간다면 굳이 취업 결정권자의 눈에 띄지 않더라도 평상 생각과 관심을 정리하며 자신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여대 4학년 박연아씨가 그렇다. 졸업 후 제빵업체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박씨는 요즘 하루 한 시간 정도 짬을 내 자신의 블로그에 빵에 관한 정보를 올리고 다른 사람들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주부들은 블로그에 겁을 먹을 수 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아무래도 ‘사이버 공간’과 익숙하지 못하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서먹서먹하다. 조인스닷컴 김동선 커뮤니티사업부장은 “자綬?보는 블로그라면 모를까 세상과 소통하는 블로그가 되려면, 적당히 자신을 보여주고 예의를 갖춰 소통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가 주부들에게 권하는 ‘파워 블로거 전략’을 정리했다. 유지상 기자, 정현주 패밀리리포터


파워블로거 전략


① 자신만의 주제를 담는다=자신의 소소한 일상사에서 시사 문제까지 방대하게 다루는 것보다는 주제를 한정하는 것이 낫다. 자신의 관심사를 쉽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주제를 담고 있다면 폴더만이라도 방문자가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테마별로 분류하는 게 좋다. 특정 주제에 전문가 수준의 정보를 쌓으면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


②댓글과 답글로 소통한다=블로그의 꽃은 방문자들과의 소통이다. 소통 방법 중에서 가장 쉬운 것이 댓글과 답글이다. 어떤 블로그는 댓글만으로 친구를 사귀고 블로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블로그에 달린 댓글에는 반드시 답글로 인사를 남기고 다른 블로그에 방문했을 때는 짧더라도 댓글을 남기는 게 좋다. 역시 중요한 건 에티켓이다.


③악성 댓글은 재치 있게 넘긴다=간혹 익명의 악성 댓글로 상처받는 블로거들도 있다. 단순한 광고성 댓글이라면 무시해도 좋다. 인신 공격성 댓글이더라도 그냥 웃어넘길 수 있도록 가볍게 답글을 남기는 재치가 필요하다.


④블로그 인맥을 만든다=블로그는 또 하나의 세상이다. 댓글과 관련글로 무한하게 연결된 네트워크는 그 자체로 자신의 ‘후광’을 드러내 보여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블로그와 통하는 게 있다면 그 블로거와 친구를 맺고 지속적으로 교류를 쌓는 것이 좋다.


⑤최소한의 정보는 공개=주민번호·전화번호·주소 등을 제외하고, 자신을 알릴 만한 최소한의 정보는 되도록 공개한다. 불가피하게 블로그를 이전·폐쇄하는 경우엔 블로그를 닫은 이유와 함께 자신과 연락할 수 있는 다른 블로그 등을 알리는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유지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