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간지 뉴스위크 진단, 세계 10대부자 중 미국인은 2명뿐, 최대 영화공급처도 인도 발리우드로, 美 세계화로 ‘나머지 세계’ 성장 뚜렷, 中-印등 新민족주의 확산 물결, G8-IMF등 강대국 위주 체제로는, 지구촌 질서 이끌어가기 한계 예고
“세계는 반미(反美)주의를 뛰어넘어 ‘미국 패권 이후의 시대(post-Americanism)’로 가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나머지 세계의 부상’이라는 제목의 최신호 표지기사에서 세계의 흐름을 이렇게 진단했다.
지난달 초 뉴욕타임스와 CBS는 “미국인의 81%가 미국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뉴스위크는 “이는 미국의 경제 침체, 끝나지 않는 이라크전쟁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다”며 “미국인들은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것을 알지만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새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시대는 갔다=뉴스위크는 근대 이후 전 세계적 권력 이동을 세 단계로 분류했다. 첫 단계는 15세기에 시작된 ‘서구의 부상’. 서유럽 국가들은 과학과 기술, 자본주의, 산업·농업혁명을 앞세워 세계 정치를 지배했다.
다음 단계는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미국의 부상’이다. 미국은 산업화에 성공한 직후 강대국으로 떠올랐다. 특히 냉전 이후 최근 20년간 미국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해왔다. 이른바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였다.
이제 세계는 ‘나머지 세계의 부상’ 시대를 맞고 있다. 군사와 정치 분야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초강대국이지만 산업 금융 문화 등의 분야에서는 세계가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포스트 아메리카니즘’의 부상을 나타내는 단편적인 사례들을 제시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대만 타이베이에 있고, 가장 큰 영화 공급처는 할리우드가 아니라 인도 발리우드이다. 세계 10대 부자 중에 미국인은 2명밖에 없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미국의 패권 시대 끝낸 경제 성장과 평화=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주된 동력으로는 미국과 서유럽 외에 다른 나라들의 눈부신 경제 성장이 꼽혔다.
하루 1달러 이하의 돈으로 연명하는 전 세계 인구의 비율이 1981년에는 40%에 달했지만 2004년에는 18%로 줄었고, 2015년에는 12%로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5년 사이 세계 전체의 경제 규모는 2배 이상 확대됐고, 같은 기간 세계 무역량은 133% 증가했다.
뉴스위크는 “오랫동안 개발도상국들을 괴롭혀온 살인적인 물가폭등은 지난 20년간 각국의 성공적인 통화와 회계 정책에 힘입어 대부분 사라졌다”며 “역사상 최초로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합리적 경제 정책을 펴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요인은 세계적인 폭력의 감소.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 이후 전쟁은 줄어드는 추세이며, 인류 역사의 여러 단계에 비추어 보면 이 시대의 폭력 수위는 낮은 편이다. 테러가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지만 테러의 80% 이상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단 두 국가에서 벌어진다.
뉴스위크는 “그동안 전쟁과 테러, 내전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머지 세계의 성장이 지장을 받았지만 세계화에 힘입어 이를 극복했다”며 “역사는 ‘미국이 세계화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했다’고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족주의의 부상과 미국의 미래=세계적인 경제 성장은 중국, 인도 등에서 두드러지는 신(新)민족주의의 확산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뉴스위크는 새로 떠오르는 국가들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키우려 할 것이므로 그만큼 국제사회의 협력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주요 8개국(G8), 국제통화기금(IMF) 등 기존의 강대국으로 구성된 기구들이 앞으로 국제 질서를 이끌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미국의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최신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고, 최고의 교육 체계를 갖고 있으며, 유연하고 개방된 사회체제를 갖췄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편협한 외교정책, 다른 국가들이 만든 국제기준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 미국 정부는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진단했다. 이어 “미국은 세계화의 이념을 전 세계에 전파했지만 지금은 미국이 세계화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훗날 역사가들이 ‘미국인들은 세계화를 잊어버렸다’고 기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동아일보 장택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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