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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보지마" 커지는 물 시장

물조아 2008. 3. 23. 11:31

늘 세계 물의 날, 생수 작년 매출 3900억… 年10%씩 쑥쑥, 웰빙열풍 타고 워터카페· 소믈리에까지 등장, 산소수·심층수 등 프리미엄 제품 출시 러시


21일 오후6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의 M카페. 매장 왼쪽 창가로 들어서자 '워터존(Waterzone)'이라는 스티커가 붙은 테이블이 눈에 띤다. 자리에 앉아 종업원에게 와인을 주문하자, "이 곳은 물만 주문하는 테이블"이라는 답이 날아온다. 메뉴판을 보니 듣도 보도 못한 물 종류만 20여 가지. '노르데나우'라는 물은 1잔에 1만2,000원으로 웬만한 술값보다 비싸다.

이 카페 대표 김홍국(39)씨는 "트랜스지방 퇴출운동 시민단체 '노트랜스클럽'이 만든 워터카페 체인점"이라며 "체중과 건강에 민감한 20대 여성이나 30~40대 남성들이 자주 찾는다"고 소개했다.

'세계 물의 날'(22일)을 맞아 둘러본 국내 물 시장은 팽창 일로에 있다. 단순히 먹는 샘물에서 벗어나 탄산수, 산소수, 해양심층수 등 기능성 생수가 속속 출시되는가 하면, 다양한 종류의 물을 파는 '워터카페'와 생수의 특성과 음용법을 알려주는 '워터 소믈리에'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국내 생수 업체들의 매출액은 총 3,900억원. 매년 10% 가량 성장하고 있다. 물 시장 확대에는 '웰빙 바람'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경제수준 향상으로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탄산음료 대신 몸에 좋은 물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12월 초까지 전국 108개 이마트 매장의 제품별 매출 순위를 보면 생수는 전년보다 20위 뛰어오른 79위를 기록한 반면, 탄산음료(109위)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특히 산소수, 해양심층수 등의 프리미엄 생수는 뛰어난 맛과 영양, 세련된 용기 디자인을 토대로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에서 나는 탄산수로 만든 '산펠레그리노'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제리 맥과이어>에 노출돼 유명세를 타고 있고, 남태평양 피지의 지하 암반에서 뽑아 올린 '피지워터'도 <위기의 주부들>, , <섹스 앤 더 시티> 등에 자주 나오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프리미엄 생수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이미 롯데칠성과 일화, 해태음료가 각각 탄산수와 산소수를 출시했고, 최근 CJ제일제당이 국내 기업 최초로 해양심층수를 음료화한 'CJ 울릉미네워터'를 선보였다. LG생활건강, 대교, 하이트맥주도 해양심층수 음료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 유철안 과장은 "물이 단순히 수분 보충용이 아닌 건강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웰빙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물과 관련된 다양한 직종과 산업이 파생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탄산수= 톡톡 튀는 맛을 느낄 수 있는 탄산이 함유된 제품. 자연적으로 발생한 탄산이 함유된 물을 담거나, 인공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만든다. 전 세계 탄산수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페리에', 이탈리아산 '산펠레그리노', 노르웨이산 '보스' 등이 유명하다.

■ 산소수= 숨쉬는 것보다 물 섭취를 통해 산소 흡수율을 10배 이상 끌어올린 물. 산소수의 산소 흡수율이 높은 이유는 구강과 위장을 통해 세포에 공급되는 속도가 폐를 통한 것보다 10배 정도 빠르기 때문이다.

■ 해양심층수=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m 이하의 바닷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바닷물. 일반 표층수와 달리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다양하고 풍부한 미네랄과 영양염류가 포함돼 있다. 한국일보 안형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