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경 조선일보 평촌교육센터 맛있는언어논술 원장
일단 논술을 준비하려면 논술 시험 문제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알아야 한다. 논술은 크게 논제와 제시문으로 나뉘어진다. 논제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조건에 맞게 쓰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제시문을 독해하고 내용을 파악하여 주장의 근거로 사용하거나 또는 요약해서 학생이 쓰는 답안에 사용하면 된다.
대부분의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논술에 나오는 제시문이 그냥 읽을 자료로 제공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제시문은 논제를 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료이므로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정리하면, 논술은 논제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는 글을 제시문을 바탕으로 쓰는 것이다. 따라서 읽기 능력과 생각을 정리하고 조직하는 구성능력,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쓸 수 있는 글쓰기 능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준비하려면 먼저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평소에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 많이 읽자
분야별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 특별하게 어려운 내용의 책들을 고르기 보다는 학생 수준에 맞는 책을 읽도록 한다. 학교마다 필독도서 목록을 발표하기도 하는데, 서울대학교의 경우 해마다 학생들이 읽어야 할 필독도서목록을 발표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학부모와 함께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논술은 대학입학을 위한 시험전형 중 하나이다. 논술원고의 채점은 대학교수가 하므로 자신이 아는 바 내에서 충실하게 국어정서법에 맞게 표현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니 평소에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학생의 논술능력 및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
■ 뉴스에 관심을 갖자
2008년도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는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에 관련된 문제를 논술문제로 출제했다. 국가가 IMF위기를 맞았던 시기에는 IMF를 극복하는 방법, IMF가 우리 국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묻는 시험 문제가 출제됐다. 평소에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고, 신문을 자주 읽는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신문이나 뉴스 읽기에 소홀해 논제와 관련 없는 일반론을 답으로 제출한 학생들이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신문은 논술의 가장 좋은 동반자이다. 필자는 사설은 추천하지 않는다. 정치적 성향이 강한 논설문이므로, 객관성을 바탕으로 쓰여 져야 하는 답안의 성격을 갖는 논술문과는 상황이 다른 글쓰기이다. 따라서 기사문을 읽는 것이 더 적합하다. 만약 사설을 꼭 읽어야겠다면 한 신문의 사설만 읽지 말고 동일한 사건에 대한 여러 신문의 사설을 비교해 읽어보는 것이 주장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비문학 문제집을 활용하자
고등학교 학생들이 공부하는 언어영역은 논술의 보고이다. 언어영역은 문학과 비문학의 두 분야로 나눠지는데, 비문학은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등 각 분야의 명저나 주요 저서들이 지문으로 출제가 되기 때문에 논술을 평소에 준비하기 매우 좋다. 비문학 문제집이나 기출모의고사 또는 수능문제를 구해서(문제집이 분야별로 다 나와 있다. 또는 인터넷 학습 사이트를 통해 기출문제를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영역별로 필요한 지문들을 읽으면서 문제를 풀어보자.
단락별로 핵심 내용을 찾되 밑줄 치는 것 보다는 글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짧은 문장으로 내용을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논술을 쓰기 위해서는 개요표를 작성해야 한다.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미리 계획하는 것인데, 이 경우 언어영역의 쓰기 문제를 활용하면 매우 유용하다. 쓰기 문제는 6번부터 12번까지다. 대개 2, 3문제 정도의 개요표 관련 문제가 출제된다. 분야별로, 이슈별로 매우 적합한 구조도가 나오기 때문에 학생들이 언어영역 문제를 풀면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문제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는 논술관련 문제들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
■ 글을 써보자
논술은 문학적 글쓰기가 아니라 실용적 글쓰기에 해당한다. 제시문을 활용하여 주어진 논제가 요구하는 내용을 논리적으로 써야 한다.
'평소 기출 문제를 풀고 유형을 익히라'는 충고를 많이 하는데 사실 학생들 중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자기가 가고 싶은 목표 학교와 학과가 명확한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현실을 생각할 때, 학생들이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의 유형만 준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어느 학교의 유형만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폭넓은 글쓰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논술 유형은 '어디까지나 이런 문제가 나왔었구나'하는 경우로만 활용해야지 그 유형이 절대적이라 믿고 준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학별 논술고사의 경우 상황에 따라 학생들을 평가하기 유리하게 유형을 바꾸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모의고사나 기출문제의 경우는 시험 유형을 파악하고 익숙해지기 위한 자료로 활용해야지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또 학교나 사설학원들이 제공하는 모범답안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100명이면 생각도 100개여야 한다. 논리적 사고력을 요하는 논술시험에서 정답은 없다. 단,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것은 조건에 맞는 글쓰기는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것임에 멈춰야한다. 답안을 외운다거나 똑같이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임을 잊지 말자.
글을 썼다면 이제 글을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것이 혼자 논술을 공부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글을 아무에게나 보여줄 수도 없고, 잘 썼는지의 여부도 모르는데 무조건 계속 쓸 수도 없다. 글을 보고 논제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게 쓴 글인지를 판단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학생들끼리 공부하는 논술스터디의 경우 앞의 세 단계는 잘 진행하다가 이 네 번째 단계에서 절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이 모여 자신들의 글을 서로 첨삭한다고 하지만 대학측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는 글쓰기인지 여부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첨삭은 논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실제 시험에서 판단되는 평가기준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학생의 글을 읽고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지적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첨삭자가 논술의 기준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인터넷 논술관련 업체들이나 현역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는 무료첨삭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찾아보자. 그리고 두드리자.
■ 교과서를 활용하자
논술시험을 실시하는 대학들은 평소에 논술 준비를 하라고 요구한다. 또 논술문제를 교과서 안에서 낼 것이라고도 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대학 입학시험에서 대학측이 이 약속을 어긴 적은 없다. 평소에 논술 준비를 하는 것은 사설 교육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평소에 언어영역 공부를 하면서, 또 사회탐구 과목들을 공부하면서 논술에 관련한 기본지식들을 공부하고, 논술의 기본을 익힐 수 있다. 중요한 건 하고자 하는 의지다. [엄선경 조선일보 평촌교육센터 맛있는언어논술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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