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의 첫번째 주자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정 전 총장은 논술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독서를 통해서만 종합적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울 수 있다”며 “같은 책을 거듭해서 읽기보다는 다양한 책을 소화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누구나 읽기를 권유하는 고전에 대해 그는 “고전은 누구나 다 좋아하면서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도, “고전을 제대로 읽으면 글을 쓰고, 토론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은 시인, 김문수 경기도 지사, 신헌철 SK㈜ 사장, 첼리스트 장한나 등이 뒤를 이었다. 고은 시인은 자신의 생애에 빛을 던져 준 한 권의 책으로 ‘백범일지(白凡逸志)’를 들었다. 그가 백범 김구 선생의 자서전인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20대 초반 6·25전쟁 직후에 폐허가 된 땅을 유랑하며 허무주의에 시달릴 때였다. 그는 “백범일지는 한국 근현대사의 근원, 즉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를 성찰하게 해 주는 책”이라며 “오늘날 읽어도 그 의미가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 정·관계 = 정몽준 의원을 비롯, 김재순 전 국회의장,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오세훈 시장, 김진선 강원도지사, 맹정주 강남구청장, 하정열 육군 소장 등이 자신의 애독서를 소개했다. 정 의원은 올해 1월5일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로마인 이야기’를 줄줄 뀄다. 그는 로마가 강해진 이유, 다양한 전쟁과 전술, 종교와 문화,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시저를 통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국민에게 기쁨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결론내렸다.
남 전 장관은 전·현직 정치인 가운데 최고의 장서가이자 독서광으로 꼽힌다. 그는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에드워드 와그너 전 하버드대 교수의 ‘이조사화(李朝士禍 - The Literati Purges:Political Conflict in Early Yi Korea)’를 꼽았다. 무오사화에서 기묘사화에 이르는 조선사를 연구한 이 책은 와그너 교수가 1959년 하버드대학원에서 박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뒤 1974년 하버드대에서 출판한 것으로 조선 건국 이래 100년간의 정치사를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한 역저로 평가받고 있다.
◆ 문화계 = 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 학장, 가수 겸 탤런트 김창완씨, 영화배우 안성기, 산악인 엄홍길씨, 화가 황주리, 탤런트 이순재씨, 이정원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등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사진작가 배병우씨, 산악인 허영호씨, 가수 송창식씨, 가수 겸 화가 조영남씨, 화가 김점선씨, 가수 윤형주씨, 김언호 한길사 대표, 김종해 전 한국시인협회장, 정인엽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 ‘컴퓨터 의사’로 통하는 안철수씨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난관을 헤쳐나갈 돌파구를 책에서 찾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악인 가운데 글읽기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신 전 학장은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으로 레마르크의 ‘개선문’,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등을 꼽다가 “좋아하는 책이 너무 많아 어느 것을 꼽을지 모르겠다”며 “많이 읽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 재계 = 신상훈 신한은행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황건호 한국증권업협회장, 제환석 FnC 코오롱 사장, 신중목 한국관광협회장, 권영수 LG필립스LCD 사장, 조현철 대명레저산업 사장 등이 주요 인사들로 참여했다. 권 사장은 “중대 결정을 내릴 때마다 어김없이 책을 곁에 두고 영감을 얻곤 한다”며 “내 뜻과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메신저’가 바로 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물경제의 앞날을 내다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박 회장은 “나에게 어떤 ‘예측력’이 있다면 그 상당 부분은 독서에 힘입은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관찰력을 가지고 지켜보면 시기마다 시장을 끌고 가는 트렌드가 보이는데, 그것을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포착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그 같은 관찰력은 독서에서 나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꼽은 ‘한 권의 책’은 ‘내일의 금맥’(마크 파버 지음). 이 책은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투자를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 기타 = 이밖에도 박철 한국외대 총장, 홍승용 인하대 총장, 김영식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공정택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등 교육계 인사들이 자신들의 애독서를 소개했으며, 이진강 대한변협 회장, 이호원 서울가정법원장, 김동건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들도 시리즈에 동참했다. 이종철 삼성서울병원장, 김린 고려대의료원 안암병원장 등 의료계 인사들과 김영수 한국농구연맹 총재, 정현숙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체육계 인사들,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 정념 월정사 주지, 신경하 감리교 감독회장, 지현 청량사 주지 등 종교계 인사들도 ‘독서를 통해 리더십을 키워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문화일보/김영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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