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쉴 수 있어 (感謝)

“부자 아니면 ‘士’자” 결혼으로 인생펴자~

물조아 2007. 12. 25. 18:14

“부자 아니면 ‘士’자” 결혼으로 인생펴자~워너비 노블레스(Wannabe Noblesse)族

 

회사원 김모(여·34)씨는 지난 11월 초 A 결혼정보업체를 수차례 졸라 이른바 ‘특별회원’에 가입하는 데 성공했다. 김씨는 단순 사무직 종사자라 업체가 분류한 특별회원 자격에 해당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씨는 “이혼남이나 나이 많아도 상관없으니 무조건 100억원대 자산가를 소개해 달라. 특별회원비를 내겠다”고 억지를 부려 특별회원으로 가입했다. 김씨는 40대 자산가 등을 소개받았지만 상대쪽에서 김씨의 자격을 맘에 들지 않아해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김씨는 한 달 만에 결혼정보업체 회원을 탈퇴했다.

 

◆‘나의 등급을 올려줘’… 늘어가는 워너비 노블레스(Wannabe Noblesse)족 = 결혼을 신분 상승의 기회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결혼정보업체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부 ‘워너비 노블레스족’은 자신의 배경이나 상대의 나이 등은 상관없이 무조건 재력가나 ‘사(士)’자 전문직 종사자를 소개받기 위해 자신의 등급을 올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초등학교 교사 이모(여·30)씨는 B 결혼정보업체를 찾아 배우자 조건으로 ‘치과의사’만을 내걸었다. 치과의사가 의사들 중 돈도 더 잘 벌고 의료소송을 당할 일도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B 업체 관계자는 “자신의 자격은 고려하지 않고 치과의사를 소개받겠다며 특별회원급 가입비와 소개비를 내고 등록했다”고 말했다.


C결혼정보업체도 자신보다 높은 등급의 여성 소개를 요구하는 한 사업가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지방대 출신으로 지방에서 200억원대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38)씨는 배우자 자격으로 ‘20대, 미인, 좋은 집안, 명문대 출신, 사교성 있고 가정적인 성격’등을 요구했다. C업체 관계자는 “이씨가 특별회원급은 되지만 이씨가 요구하는 배우자는 특별회원보다 훨씬 윗급이었다”며 “재산만 가지고 이런 배우자를 구할 수는 없다고 설득했지만 계속 요구해와 가입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결혼정보업체 듀오 최은영 상담팀장은 “정작 본인의 능력이나 자격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상위 클래스에 가입해 배우자를 찾으려는 회원들이 최근 5년간 2배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 꿈은 꿈일 뿐 = 하지만 이처럼 등급간 차이가 날 때 성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조정연 매니저는 “전문직은 전문직 이상을, 자산가는 재벌 이상을 선호하는 ‘끼리끼리 결혼문화’나 조건을 따지는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자신보다 등급이 높은 배우자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늘어났지만 실제 성사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결혼이 ‘상위계층간 이너서클의 강화’, ‘상류층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충족’ 등 신분 과시나 상승을 위한 도구로 작용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 교수는 이어 “정보화사회에서 결혼정보업체가 결혼시장의 정보를 필터링해 알려주는 역할을 하지만, 이는 참고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특히 신분상승을 위한 결혼은 성사 가능성도 낮지만 성사되더라도 파경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문화일보/지민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