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쉴 수 있어 (感謝)

95세 생일에 당신이 할말은?

물조아 2007. 10. 29. 15:18

"(65세 정년퇴임 때) 그 때 다른 무엇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었고, 늙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 그래서 지금부터 어학공부를 시작할 것입니다. 내가 혹시 10년 후에라도 왜 95세에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95세 생일에’라는 글입니다. 글 쓴 분은 정년 이후에도 다니던 직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었지만 “평생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연금을 받으며 안락한 여생을 즐기고 싶어” 정년퇴임을 자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30년 후 자녀들에게 생일 케이크를 받는 순간 의미 없이 보낸 지난 30년이 부끄럽고 후회가 돼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내가 그 때 30년을 더 살 줄 알았다면 그런 식으론 절대 살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 분은 고백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5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8년6개월(남 75년, 여 82년)입니다. 2003년 75년6개월, 2004년 77년으로 해마다 1년 6개월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암, 뇌졸중, 당뇨, 고혈압, 심장병을 예방한다면 평균 수명이 7.55년(남 8.75년, 여 6.25년) 늘어납니다. 이 병들이 없는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05년에 이미 86세며,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10년 후엔 102세가 됩니다.


수명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과 현실의 괴리는 엄청납니다. ‘95세 생일에’를 쓴 분처럼 자기 수명을 기껏해야 80세 정도로 생각하고 노후 계획을 세웠는데 90세 100세가 돼도 건강하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게다가 세계적 미래 학자들은 20년쯤 뒤엔 인간 수명이 130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합니다. 저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첫째, 인생 시계를 20~30년쯤 되돌려 놓고 살아보면 어떨까요? 65세 정년을 맞은 분은 40대에 명예퇴직을 당한 것 같은 급박한 위기감을 갖고 새 일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40대는 대학생이나 신입사원의 마음 가짐으로 일터에서 의욕적으로 일을 하고, 또 자격시험이나 어학공부 등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나이 들었다고 뒷짐지고 있다간 정말 후회하게 될 수 있습니다.


둘째, 그러나 건강에 대해선 제 나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WHO에 따르면 2005년 한국인의 건강수명(평균수명에서 질병 기간을 뺀 수명)은 68년6개월입니다. 평균수명과의 차이, 정확하게 10년이 병을 앓는 고통의 세월이고, 평균 수명이 늘어날 수록 이 기간은 계속 길어지게 됩니다. 병들고 불편한 몸으로 30~40년을 산다면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내구(耐久) 연한이 60~70년인 몸으로 90~100세까지 살기 위해선 재(財)테크 보다 ‘건강테크’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사람에게 평균수명의 연장은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고통이 될 수도 있습니다.(임호준 Health 편집장 hjl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