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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하면 가을 장어

물조아 2007. 9. 15. 10:22

요즘 난데없이 대중의 눈총을 받고 있는 생선이 장어다. 일부 중국산. 베트남산에 '말라카이트 그린'이란 발암성 물질이 들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내산처럼 발암성 성분만 없다면 장어는 훌륭한 보양 음식이다. 특히 금세 지치고 입맛을 잃은 사람에겐 좋은 보약이다.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비타민 A, 피로 회복을 돕는 비타민 B2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다. 또 표면의 미끈미끈한 물질(뮤코 단백질)은 여름에 지친 위장 점막을 보호하고, 소화. 흡수를 도와주며, 입맛을 되살린다.


그러나 '장어=여름'을 연상한다면 놈의 참 맛을 모르는 사람이다. 가을에 나는 것이 '진짜 장어'이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면 강에서 3~4년 자란 장어가 산란을 위해 바다로 향한다. 이 시기의 장어엔 각종 영양소가 꽉 차 있다. 한국의 산골에서 필리핀의 깊은 바다까지 헤엄쳐 가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다. 장어와 뱀장어는 같은 생선이다. 먹을 때 거부감을 주는 뱀을 빼고 흔히 그냥 장어라고 부른다. 붕장어(아나고, 바다 장어).갯장어(하모).먹장어(곰장어).무태장어도 모두 '사촌'이다.


우리 선조는 폐결핵. 요통. 신경통. 관절염 환자, 원기가 부족한 사람, 허약 체질인 어린이에게 장어를 권했다. 허로(虛勞, 심신이 피로하고 쇠약함)와 오치(五痴, 치질)의 예방. 치료제로도 썼다(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 영양적으론 비타민 A 공급식품으로 유명하다. 비타민 A 함량이 육류의 200배, 다른 생선의 50배에 달한다. 100g만 먹어도 성인 남자 하루 권장량의 2.5배인 5000IU의 비타민 A를 섭취하게 된다. 비타민 A가 부족하면 야맹증 등 시력 장애가 생기기 쉽고 뼈. 이의 발육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감기도 잘 든다.


장어를 먹을 때 마음에 가장 걸리는 것은 지방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장어의 지방 중 상당량이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기 때문이다. 특히 DHA. EPA 등 오메가-3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이 풍부하다. 이 지방은 혈전(피 찌꺼기) 형성을 억제해 동맥경화를 예방해준다(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


섭취 시 주의할 점은 다음 여섯 가지. 첫째, 열량이 상당히 높으므로(100g당 223㎉) 과식은 피해야 한다. 둘째, 콜레스테롤이 꽤 많이 들어 있어(100g당 200㎎) 고지혈증이 우려되는 사람에겐 권장하지 않는다. 셋째, 비타민 A를 과다 섭취할 수 있다. 특히 칠성장어의 간은 때때로 비타민 A 과잉증을 유발한다. 비타민 A는 물에 녹지 않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몸 안에 장기간 축적되면 두통. 설사. 간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넷째, 장어피와 소주를 섞어 마시는 것(정력제로 잘못 알려져 있다)은 금물이다. 장어 피엔 눈에 들어가면 결막염, 상처에 묻으면 염증을 일으키는 독소가 있다. 다섯째, 소화가 잘 안 되므로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 어린이는 과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섯째, 복숭아 등 유기산이 풍부한 과일과 함께 먹지 말아야 한다. 유기산이 장어 지방의 소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