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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인맥에서 디지털 인맥으로

물조아 2007. 1. 11. 21:35

 

아날로그 인맥에서 디지털 인맥으로


인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여전히 비즈니스에서 인맥의 힘은 유효하다. 다만 과거의 아날로그 인맥과 달리 디지털 인맥은 보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인맥의 힘을 발휘하기에 인맥이라는 말에서 묻어나오던 부정부패의 이미지는 점차 사라져갈 것이다.


아날로그 인맥은 끈끈함과 따뜻함이 좋았다면 디지털 인맥은 실용성과 열린 환경이 좋다. 기존의 혈연을 비롯한 전통적 인맥구조는 그 존재 자체로서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게 되고 영속성을 지니게 되는 반면, 네트워크 사회의 휴먼 네트워크는 유대감도 약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신경 써주지 않으면 네트워크의 고리가 사라지게 될 수 있다. 각기의 장점은 상대의 단점이기도 하다.


디지털 인맥이 각광 받고 확산되는 것은 디지털 인맥의 장점에 대해 우리들이 더욱더 공감을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디지털 환경의 확산이 디지털 인맥이라는 자연스러운 사회문화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인맥은 아날로그 인맥에 대한 반발이자 동시에 새로운 인맥 문화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인맥은 사람 간에 맺어진 유대관계로 정의 내려질 수 있다. 아날로그 인맥은 혈연, 학연, 지연 등 전통적인 유대관계를 말한다. 주로 개인적인 관계 중심으로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성되고 유지되는 관계로서 다소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디지털 인맥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거점으로 만들어져서, 정보교환과 전문성, 사회적 역할 등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유대관계 이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생성되고 유지되는 인맥으로 디지털 시대가 낳은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아날로그 인맥과 디지털 인맥의 차이는 무엇인가?


첫째, 아날로그 인맥은 수직적인 반면 디지털 인맥은 수평적이다. 아날로그 인맥은 수직적 조직체계와 상하 관계가 중요하다 보니 선후배, 상사와 아랫사람이라는 개념이 강했다. 반면 디지털 인맥은 동료이자 파트너라는 개념이 강하다. 수평적 관계는 상호 평등을 보장해주고, 이는 서로 원활한 정보 공유와 의견 흐름을 가능케 한다.


둘째, 아날로그 인맥은 수동적이자 태생적인 반면, 디지털 인맥은 능동적이자 자발적이다. 아날로그 인맥은 자신이 원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남으로써 주어지는 인맥의 힘이 강했다. 인맥을 만들고자 의도해서 만들어지기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만들어져 있던 인맥이 존재하는 셈이다. 반면 디지털 인맥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만들고 싶은 인맥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의지에 비례해서 노력이 들어가야만 자신이 원하는 인맥을 만들어나갈 수 있고, 그 인맥 속에서 목적도 이뤄낼 것이다.


셋째, 아날로그 인맥은 혈연, 지연, 학연 등의 강한 연결이 지배하였다면, 디지털 인맥은 취미, 정보, 비즈니스 등의 약한 연결이 지배한다. 아날로그 인맥에서는 어떤 가문, 어떤 지역, 어떤 학교 출신인지가 그 사람의 지위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 자기가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인맥도 아니었고, 끊고 싶다고 끊어지는 인맥도 아니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인맥의 힘이 컸었다. 그런데 디지털 인맥에서는 자기가 만들고 싶으면 만들고, 끊고 싶으면 끊을 수 있는 인맥이 확산되고 있다. 인맥의 맺고 끊음의 자유와 편리가 주어지는 것이다. 수동적이자 태생적 기반 하에 만들어진 강한 유대는 ‘패거리’ 문화를 조장한다.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면서 강한 유대에 얽힌 서로를 보호하고 서로의 특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부정부패에 노출되기 쉬웠다.


넷째, 아날로그 인맥은 닫힌 인맥인 반면, 디지털 인맥은 열린 인맥이다. 아날로그 인맥은 들어가고 싶다고 누구나 들어갈 수 없었고 나가고 싶다고 해서 맘대로 나갈 수 없다. 자기 맘대로 친인척을 바꾸고, 지역과 학교를 바꾸긴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디지털 인맥은 들어가고 나가는 것이 좀더 수월한 열린 공간인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에 좀더 자유롭다. 디지털 인맥의 관점으로 볼 때 전 세계 누구나 인맥으로 만들 수 있다. 디지털 인맥은 진입장벽에서 개인의 자율성이나 능동성이 크고, 시간적, 공간적 한계도 극복하여 전세계 어디서나, 어느 곳의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


다섯째, 아날로그 인맥은 독점을 지향한다면, 디지털 인맥은 공유를 지향한다. 아날로그 인맥은 기득권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득권을 가진 인맥끼리 서로를 지켜내기 위해 외부의 인위적인 인맥 유입을 원치 않는다.


반면 디지털 인맥은 서로 공유하고 새로운 연결을 확산시킴으로써 새로운 정보와 기회를 얻는다. 자신에게 도움 될 사람이나 공간이라면 언제든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의 인맥이다. 가진 자의 독점을 위한 폐쇄적 패거리 문화가 아니라, 공유와 나눔을 실천하는 보다 합리적인 동지 문화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인맥 문화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과거 인맥주의의 폐해가 되살아날 수 있다. 아날로그 인맥의 디지털 인맥화도 이뤄지고 있고, 디지털 인맥끼리 아날로그 인맥의 부정부패를 답습하기도 한다. 몸은 이미 디지털 인맥이지만 아직 머릿속은 과거의 인맥 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이다. 결국 인맥의 형태나 공간만 디지털이어서 되는 게 아니라, 인맥 관과 인맥문화 자체가 디지털 화 되어야 하는 것이다.


디지털 인맥은 다소 이기적이다. 디지털 세대는 함부로 연결하지 않고, 또 뭉치지 않는다. 자기 이해관계에 맞아야만 인맥으로 연결된다. 아울러 개개인이 가지는 사회적 관계성의 패러다임도 변했다. 나를 중심으로 하는 다소 이기적인 네트워크 문화가 주류가 된다.


자기중심적인 인맥 문화가 디지털 인맥에서 우려되는 폐해가 될 수 있다. 지나치게 인스턴트 화 되는 인맥 문화가 되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관계가 더욱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회는 평등하나 기회의 실현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필요하고 유용한 사람에게는 더 많은 인맥 연결의 기회가 주어지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급격히 도태되고 소외될 것이다. 인간적으로 보듬어주는 유대감이나 끈끈함이 점점 사라질 것이다 보니, 점점 실용적인 인맥만 남을 가능성도 있다. 검증되지 않거나 신뢰도 낮은 유대관계에 빠질 수도 있다. 온라인의 익명성이 자칫 거짓과 불확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 소통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이 이미 우리가 디지털 인맥 문화에 적응해나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에겐 디지털 인맥의 문제점은 극복하고, 장점은 극대화 시키는 미덕이 요구된다. 디지털 인맥은 새로운 정보와 기회를 안겨줄 것이고, 우리의 내일을 달라지게 만들 것이다.  김용섭(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