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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작일은 언제? 30년 통계로 봤더니…

물조아 2014. 3. 5. 20:29

  

경남 양산 통도사에 홍매가 핀 채로 눈이 내려 설중매의 절경을 이뤘다. ‘2013년 기상 사진전’에서 입상한 이동재씨 작품으로 2010년 3월10일 촬영했다. 기상청 제공

 

6일은 경칩인데도 전국이 영하권 추위

기상연구소, 30년 평균 내보니 3월14일

 

6일은 날이 따뜻해져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기상청은 이날 아침 최저기온이 남부지방을 빼고 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등 ‘꽃샘 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보했다. 경기 파주시와 경북 안동시는 영하 6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과연 봄은 왔는가?

 

천문학적인 계절 구분인 24절기로 따지면 입춘(2월4일), 우수(2월19일)가 지났으니 6일은 봄이 온 지 한참 지난 시점이다. 기상학적으로도 3~5월을 봄으로 구분해 막 봄 들머리에 들어선 셈이다. 하지만 둘 다 지구와는 상관 없이 정해진 계절이라 사람들이 느끼는 자연계절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기상청 기상연구소가 1919년부터 2008년까지 90년 동안 24절기의 기후변화를 분석한 <기후 변화 이해하기 5─입춘에서 대한까지>를 보면, 1919~1948년 30년 동안 경칩의 평균기온은 2.8도로 1999~2008년 최근 10년 동안의 평균기온 4.0도와 1.2도 차이가 난다. 과거 기준으로는 경칩이 2월15일께로 19일 앞당겨져야 한다.

 

자연 계절은 대표적 기압 배치의 출현율, 특정 기온의 평균 출현일, 특정 기상 현상 등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기온과 강수량 등 기후 요소의 변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이병설 전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가 제안한 것으로, 봄 시작일을 일 최저기온이 0도 이상이고 일 평균기온이 5도 이상인 날로 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올해 서울의 봄은 2월25일에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1월30일이 평균기온 5.4도, 최저기온 3.5도로 봄의 시작일이었다. 겨울에 봄이 시작한 꼴이 된다.

 

기상연구소에서는 2006년 일 최고기온, 일 평균기온, 일 최저기온을 모두 합한 기온의 7일 이동평균한 값을 기준으로 계절을 구분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병설 방법론이 지닌 세 기온 요소 간의 불일치성을 줄이고 지역마다 나타나는 일 기온 극값의 특징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새 방법에서 봄의 시작일은 이 값이 마지막으로 15도 이하인 날이다. 기상연구소가 이 방법으로 1973~2004년 30년 동안 61개 관측 지점의 계절 개시일을 평균한 결과를 보면 봄의 평균 시작일은 3월14일이다.

 

기상청은 봄철에 꽃이 피는 매화, 개나리, 진달래, 복숭아, 아카시아, 벚꽃 등의 발아일과 개화일, 가을에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의 단풍 시작일과 단풍 절정일로 계절을 나누기도 한다. 건국대와 기상연구소 공동연구팀이 1945~2007년의 봄철 식물 계절 시기 변화를 분석한 결과 봄철의 발아와 개화 시기는 10년마다 0.7~2.7일이 일러지고, 가을철 단풍 절정 시기는 10년마다 3.7~4.2일이 늦춰지는 경향을 보였다. 식물 계절은 주로 평균기온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2~3월에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가면 봄철 식물계절이 3.8일씩 앞당겨지고 가을철에는 10월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감에 따라 식물 계절이 3.1일씩 늦춰졌다.

 

한겨레 이근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