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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포커스> 무심코 남긴 ‘1인 미디어’의 글 한 줄, 사진 한 장… 잘나

물조아 2009. 9. 13. 18:32

<주말 포커스> 무심코 남긴 ‘1인 미디어’의 글 한 줄, 사진 한 장… 잘나가던 인생에 ‘날벼락’ 될수도‘2PM’의 재범·배우 김민선 등 여론 뭇매 [문화일보]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


“대학 때 ○○정당에 가입한 적이 있군요.” “그걸 어떻게, 하지만 옛날 일인데요.” “얼마 전에도 그 정당과 비슷한 주장을 많이 하셨던데요. 진보와 보수 중 어느 쪽인가요?”


취업면접의 가상 질문과 답변이지만 앞으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풍경이다. 미니홈피, 블로그, 트위터,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등 ‘1인 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무심코 올린 사진 한 장, 글 한 줄로 삶이 바뀌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평소 원했던 변화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인생의 꿈과 목표가 이뤄지려는 순간, 모든 노력과 수고가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인터넷은 생각과 사상을 마음껏 펼치는 사적 공간이자 누구라도 엿볼 수 있는 공개적 공간이라는 이중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체 인사 담당자의 32%는 채용시 구직자의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참조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다.


지난 8일 연예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돌아간 아이들그룹 ‘2PM’의 전 리더 재범도 마찬가지. 22세 재미교포 3세인 그는 아침에 눈을 뜨자 달라진 세상을 맞았다. 18세에 홀로 한국에 건너왔던 그는 어제까지만 해도 인기 정상의 스타였다. 하지만 팬들은 순식간에 태도가 돌변해 거침없는 비난과 욕설을 쏟아냈다. 4년간 힘겨웠던 연습생 시절, 마이스페이스에서 친구와 주고받은 ‘한국인이 싫어’라는 내용의 대화 때문이었다. 한때의 넋두리는 이제 막 꽃핀 젊은이의 꿈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유명인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나 사진이 유출돼 파문이 일었던 것은 재범뿐이 아니다. 수영선수 박태환 미니홈피에 일본어로 ‘오츠카레(お疲れ·수고했어)’라고 응원글을 남겼던 피겨스케이팅선수 김연아는 ‘개념 상실’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촛불시위 때 미니홈피에 ‘차라리 (미국산 쇠고기 대신)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는 글을 남겼던 배우 김민선은 수입업체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당했다. 여성 연예인과 아나운서의 흐트러진 모습의 미니홈피 사진도 종종 유출된다.


곽금주(심리학) 서울대 교수는 “미니홈피는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은 심리와 타인의 생활을 엿보고 싶은 관음증적 욕망이 결합하는 공간”이라며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지나쳐 더 자극적이고 개인적인 콘텐츠를 과시하듯 올리면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배영(정보사회학) 숭실대 교수는 “1인 미디어 사용자들은 자신의 말과 글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트위터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최근 청소년들에게 “마이스페이스에 너무 많은 개인 정보를 올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열린 공간인 인터넷은 절제와 책임, 성숙된 자기성찰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