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음식· 섹스· 술… 당신도 중독자?

물조아 2008. 8. 9. 21:56

“탐닉서 얻는 만족감, 인간관계서 얻도록”중독의 심리학/ 크레이그 네켄 지음, 오혜경 옮김


‘중독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중독의 과정, 각 단계, 결과들을 통렬하게 묘사하고 있다. 중독에 빠졌던 자아와 벌였던 힘겨운 싸움, 관계의 파괴, 그로 인해 체험했던 끔찍한 고립감 등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책은 1988년 미국에서 초판이 발간된 이후 20년간 이 분야의 필독서로 꼽혀왔다. 저자는 중독을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광범위하고 피해가 큰 질환”으로 규정한다. 중독은 더 이상 알코올이나 기타 향정신성 약물과 연관된 제한적인 영역이 아니다. 사회가 다변화됨에 따라 중독 역시 그 범위가 점점 확장돼 수많은 사람들이 각종 중독으로 인해 정서적인 고립, 수치심,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따금씩 온전하게 평화와 아름다움을 체험하지만 그런 순간은 곧 사라진다. 이것은 삶의 자연스러운 순환이며, 누구나 어쩔 수 없이 인생의 기복을 겪어야 한다. 그러나 중독자는 변화하는 행복감을 계속 충족시키기 위해 중독에 빠져든다.


음식 중독자는 음식을 먹는 동안에 자신이 행복하고 안전하며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느낀다. 섹스 중독자는 포로노 동영상을 보면서 자신의 고통이나 괴로움을 마비시킨다. 이런 중독자들에게 음식이나 섹스는 너무나 황홀하고 매혹적이다.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내면의 소리는 중독자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저자는 다른 사람들보다 중독에 빠지기 쉬운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중독된 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가정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남을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운다. 이 때문에 깊고 외로운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중독에 빠져들기 쉽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독의 회복은 중독자의 내면에서 시작된다”며 “자신이 중독자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가장 우선된다”고 말한다. 자신을 괴롭혔던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물질이나 행동에서 찾았던 만족감이나 황홀감을 타인과의 관계맺음을 통해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중독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문화일보 김영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