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 지구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 ”

물조아 2008. 4. 17. 07:08

책머리에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바른 침로(針路)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업경영에서도, 국가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 우리나라가 오늘에 처한 상황과 기회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국민적인 꿈을 만들고 이를 실현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21세기에는 정보의 바다를 자유자재로 항해하는 인터넷이 주도하는 정보화의 물결이 더욱 확산돼 세계를 하나의 장으로 엮는 동시에 지식산업화로의 이행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실로 오랜만에 세계사의 주역이 될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이 기회를 살리는 방법은 국토를 아름답게, 제도를 편하게, 사람들은 자유롭게 하여 한반도를 사람과 물자와 돈이 몰려드는 매력 있는 나라로 만드는데 있을 것이다.


1부. 서비스 무역시대가 왔다

우리나라는 일본 식민지 시대를 마감하고 맞이한 첫해인 1946년의 수출실적은 350만 달러가 전부이고 수입은 수출보다 16.3배가 많은 6,070만 달러였다. 그 후 쉬지 않고 노력을 경주하여 1억 달러 수출의 꿈은 1964년에 이루어졌는데 섬유류․가발․신발 등 노동 집약적인 경공업 제품이 일등공신이다.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의 일로 우리나라무역업계의 축제일인 11월30일, 무역의 날은 바로 이날을 기념해 제정된 것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풀 케네디 교수의 말처럼 경제력이야말로 국력의 바탕이며 국가의 흥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무역 전략은 풍부한 노동력에 주목하여 내국인에 의해, 국내에서 가공한 상품 수출에 중점을 두는 일차원적인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제 국내의 인적 자원이 경쟁력을 좌우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무한 경쟁의 세계화 시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무역이란 본래 상품과 서비스의 국제간 거래를 의미한다. 이 중 서비스의 거래가 곧 서비스 무역으로 운수, 여행, 통신, 보험, 기술, 특허, 사업서비스, 정부 서비스 등이 서비스 무역의 전형적인 대상이다. 새로운 무역 전략은 국내 자원의 활용 중심에서 벗어나 국내외의 자원을 모두 이용하는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제 미개척 분야인 서비스산업에서 다시 한 번 개발시대의 저력을 과시할 수 있는, 웅대한 비전을 준비해야할 때이다.


2부. 천시(天時)와 지리(地利가)가 우리 편에

우선 한반도를 살펴보자.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관문(Strategic Gateway)에 해당되는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 대륙의 장점과 해양의 이점을 한꺼번에 살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 한반도다. 만약에 통일이 된다면 북쪽으로는 중국, 러시아와 접해 있어 이를 통해 유럽 등 대륙과 연결되어 있으며, 나머지 삼면의 바다를 통해 오대양 곳곳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대표적인 육로 운송인 철도 수송면에서 본 한반도는 시발점이자 종착역에 해당된다. 시베리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대륙횡단철도가 지척에 놓여 있다. 중국횡단철도는 당장 우리나라의 이점을 높여주고 있다. 이들 횡단철도와 남북한관통철도가 다시 연결되는 시점부터 한반도는 유럽-아시아를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 된다. 뱃길, 철길, 하늘 길, 어느 쪽으로 보나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의 관문이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 바로 이 땅이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3부. 21세기는 ‘신무역’ 전략으로

우리 경제도 21세기의 출발이 불안해서는 안 된다. 막연히 낙관만 해서도 곤란하다. 시대적 물결이 주는 기회와 우리가 가진 역량을 한곳으로 결집시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민족적 비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무역이다. 국민총생산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4.8%(1999년 기준)에 달한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비전은 새로운 무역 전략, 바로 ‘신무역 전략’이다. 신무역 전략은 이미 녹이 슬어 버린 상품 무역을 뛰어넘어 ‘4T’를 동시에 바라보는 것이어야 한다.


무역(Trade), 운수(Transport), 관광(Tour), 기술(Technology)이 바로 그것이다. 상품 수출은 고부가화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기술을 가다듬는 데 길이 있다. 저가 저급품을 양산하는 생산기술이 아니라 기반기술, 핵심기술, 첨단기술 등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 세계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정보와 지식, 문화를 수출해 체화(體化)시킬 줄 아는 참 기술도 필요하다. 이렇게 서비스 무역의 역량을 키워 상품 무역과 더불어 선진 경제로, 매력 있는 나라로 달려가는 든든한 두 바퀴로 삼는 것이 바로 신무역 전략이다.


4부. 한반도를 물류의 십자로로

이제 세계지도를 거꾸로 놓고 한반도를 바라보자. 한반도를 감싸고 있는 일본열도는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이고 한반도는 대양으로 뻗어나가는 대륙의 돌출부가 된다. 답답함이 홀연히 사라지고, 솟아오르는 큰 기운마저 느껴진다. 우리가 사는 이 작은 반도가 동북아시아의 중심지이자 세계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인식과 발상의 대전환이 체험되는 순간이다.


이번에는 바다에서 한반도를 바라보자. 부산항, 광양항, 인천항 및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최대의 시장인 북미 대륙과 세계최대의 인구 보유국이자 제조업의 전진 기지인 중국,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최단 거리의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아시아의 아메리카 대륙을 연결하는 하늘과 바다의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트렁크(Trunk, 간선항로)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천혜의 요충지가 바로 우리 땅이다. 자전거 바퀴의 모양처럼 부챗살이 모여드는 중심 축 한가운데 위치한 한반도는 대륙에서 해양으로, 해양에서 대륙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물동량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여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이점을 이용, 한반도를 동북아시아의 물류 중심지로 발전시키는 것을 국가 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한다. 아울러 주변 국가들이 지니고 있는 여건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국부를 늘리는 데에 우리의 길이 있다. 세계적인 물류 중심지화 전략의 출발점은 그 동안 추진해 온 제조업 일변도의 성장 전략을 탈피하는 것이다. 우리가 물류 산업을 국가적 전략 산업으로 삼아 육성해 나갈 때 한반도는 비단 물류 중심지에 그치지 않을 것이며 무역중심지, 관광중심지, 산업중심지, 국제비즈니스중심지가 새롭게 펼쳐질 것이다. 거꾸로 보면, 바다에서 보면 21세기 한국의 미래가 보인다.


21세기는 무한경쟁의 시대이다. 국가간에 총성은 들리지 않지만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제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길이 무엇인지 뻔히 알면서도 정부와 기업이 서로에게 할 일을 떠넘기고 있다. 이 같은 실정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 있는 물류 중심지로 발돋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의 소극적인 자세는 ‘동북아시아의 물류 중심지’라는 청사진도 함께 퇴색시키고 있다. 좀더 월등한 병기 개발에 역량을 모아 물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한다.


5부. 한반도를 국제 비즈니스 중심지로

한반도를 국제 무역의 수출입 화물을 끌어들이는 것이 ‘물류 중심지화’라면, ‘국제비즈니스 중심지화’는 사람과 자본, 정보를 끌어 모으는 것이다. 국토는 아름답게, 교통과 통신은 편리하게 만들고, 외국인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등 시장 진입이 자유롭도록 행정 규제를 풀어 사람과 돈이 모일 수 있게 하는데 힘써야한다. 아울러 한번 들어온 돈은 다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함으로써 옹골찬 경제를 일궈 내어야한다.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한다.


이제 새 천년을 맞은 우리 국민의 한결같은 소망은 살기 좋고,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이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나침반의 방향을 서비스산업에 맞추어야한다.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물류 중심지가 되고, 국토를 아름답게 가꾸어 관광 대국으로 일어서고, 비즈니스 여건을 개선해 국제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탈바꿈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국인과 외국인이 한자리에 모여 정보, 상품, 서비스, 문화를 교류하는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이 과정에서 외화를 자연스럽게 벌어들이는 게 바로 컨벤션산업이다. 세미나, 토론회, 학술대회, 심포지엄과 같은 국제회의와 문화․스포츠 행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세계 각국은 지금도 대규모 컨벤션센터를 경쟁적으로 건설하고 있다. 일본 도쿄의 포름, 홍콩의 CEC, 싱가포르의 선택시티, 미국 시카코의 맥코믹센터, 독일 베를린의 ICC 등 세계 유수의 컨벤션센터가 새로 건설되거나 증․개축을 서두르고 있다. 컨벤션산업이 21세기에 떠오른 또 하나의 유망한 지식 산업임을 확인시켜 주는 좋은 예이다. 우리나라에는 한국무역협회가 2000년 ASEM회의에 대비해 건설한 COEX가 바로 그것이다. 기존의 종합전시장을 확충해 만든 COEX는 한꺼번에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과 1,000명을 수용하는 회의장, 편의시설을 갖춘 사상 초유의 컨벤션센터로 세계 어느 컨벤션센터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6부. 가자 관광대국으로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미래 산업이다. 관광코리아의 다섯 가지 과제는? 첫째는 중계 관광을 촉진하는 일이다. 둘째는 해양 관광 상품의 개발이다. 셋째는 해외와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넷째는 비즈니스 투어의 극대화다. 다섯째는 쇼핑 관광의 활성화다.


7부. 소프트웨어가 제조업을 좌우한다

경제가 선진화될수록 제조업의 비중이 줄고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커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선진국은 요원해진다. 21세기 선진국으로 가는 신무역 전략의 비전은 제조업을 등한히 한 채 이뤄 낼 수는 없다. 그러므로 현재의 제조업 형태와 구조는 크게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경영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경쟁력의 원천이 과거 노동이나 자본에서 기술과 지식으로 바뀌고 있다. 기술․지식 집약형 제조업, 서비스가 체화된 고부가 제조업이 돌파구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지식 기반 경제(Knowledge- Based Economy)는 우리가 시급히 체화해야 할 영역이다.


에필로그

지금 우리는 새로운 역사의 분수령을 넘어서고 있다. 오랜 빈곤과 정체의 질곡에서 벗어나 세계사의 당당한 주역으로 우뚝 설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미래는 개인의 꿈이자, 국가와 민족의 이상이다. 사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수천 년의 과거는 되짚어 보면서도 1년 앞은 캄캄한 것이 인간의 한계다. 그러기에 하루 앞이 궁금하고 어떤 방법으로든지 미래의 단면을 엿보고 싶어 하며 앞날을 보는 지혜, 즉 선견지명(先見之明)을 갈구하는 것 역시 인간의 습성이다. 미래는 예측할 수 는 없지만 만들 수는 있다. 미래는 단순히 다가오는 시간이 아니라 창조되고 건설되는 것이다.  끝.

 

201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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