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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금, 펀드로 마련하자

물조아 2008. 1. 20. 21:48

 

적정 수익률 정기예금 이율 2배… “40세 가장 현재 1억7,000만 원 필요” 펀드 따라잡기


펀드 투자가 급증했다지만 그 속내는 외국과 너무 다르다. 우선 펀드 투자기간이 평균 10개월 미만이라는 어느 은행의 자료를 보면 아직도 펀드가 단기적 고수익 상품으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펀드가 이미 생활의 일부로 정착한 선진국에서는 펀드의 평균가입기간이 최소 5년 이상이다. 10년 이상 펀드 투자를 지속하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의 펀드 투자기간이 짧은 이유는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방법 때문인 듯하다.

은퇴 설계가 잘 발달한 미국의 경우 펀드 자금 중 60% 정도가 노후자금과 관련돼 있다. 이에 반해 국내의 펀드 투자 자금은 대부분 단기간 고수익을 노린 자금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20대 초반에 기업에 취직하자마자 기업연금과 개인연금을 통해 펀드 투자를 시작한다. 제도상 60세가 되기 전에는 연금을 해약하기 어렵기 때문에 근로기간에 계속 연금을 통해 펀드 투자를 하는 셈이다.

그래서 펀드는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최적의 상품이라고 한다. 투명성이 높아 부실 염려가 없고, 주식 펀드부터 부동산 펀드까지 종류가 다양해 펀드만큼 은퇴자금용으로 적합한 상품도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 속에서 어떻게 노후를 준비할까?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중 44.3%가 노후자금을 전혀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 대부분이 주택자금이나 자녀 사교육비 마련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요즘은 누구나 자식들에게 노후를 의지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안다. 병들고 돈이 떨어진 노후를 대비해 자금을 준비해야 하지만 워낙 빠듯한 생활을 하다 보니 뒤로 밀리는 실정이다.

또한 스스로 은퇴자금을 준비하더라도 보험·적금·채권형개인연금·부동산 같이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적합하지 못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물론 은퇴 후 노후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전문적인 방법을 통해 추정해본 사람은 거의 없다. 노후생활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얼마가 필요한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언제부터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지 못한 것이 우리의 노후준비 실정이다.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저축상품이나 부동산으로 모든 노후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은 불합리하다. 단기적으로 보면 투자위험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적립식으로 펀드나 변액보험에 투자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펀드형 상품의 활용방안이 될 수 있다.

비록 단기간 수익률은 확정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확정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때 주식과 같은 위험한 투자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충분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년 이상의 투자기간이 필요하며, 주식투자로 기대할 수 있는 연평균 수익률은 정기예금의 2배 정도가 적합하다.

이제 고령화 시대의 펀드 투자 방법을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우선 가장 먼저 노후생활에 필요한 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은퇴 설계를 할 때 반드시 준비해야 할 사항이 4가지 있다. 부부가 함께 생존할 경우 생활비, 남편의 사망 전후 필요한 자금, 부인이 홀로 생존할 때의 생활비, 부인이 사망할 때 필요한 자금 등이다.

일반적으로 은퇴 설계라고 하면 이 4가지 중 앞의 두 가지, 즉 부부 생활비와 남편 사망비용 정도를 마련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가기보다 품위 있게 살다 사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따져 준비해야 할 요소들이다.

물론 여기서는 최소한의 비용만 고려했기 때문에 은퇴 후 취미생활비, 거액이 드는 치명적 질환에 대한 의료비, 상속에 관련한 비용 등이 빠져 있다. 이런 요소들을 어느 정도 보완해야 비로소 완벽한 은퇴 설계가 된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은퇴 후 필요한 노후생활비가 얼마인지 추정해 보는 일이다. 대부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은퇴 후 월간 생활비로 200만~300만 원 정도를 원한다. 일부 응답자는 100만 원대로도 생활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렇게 낮은 생활비로 노후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롭고 불편한 시골생활을 감수해야 한다.

정확한 추정은 불가능하지만 대략 200만 원의 필수적인 생활비와 50만 원 정도의 여유자금을 계산하는 것이 최소한의 추정일 것 같다.

그렇다면 만약 현재 40세인 직장인이 65세에 은퇴생활을 시작할 경우 얼마의 생활비가 필요할까? 대략 계산하면 25년 후 은퇴 시점에서 1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약 1억7,000만 원이 된다(이때 투자수익률은 7%로 가정).

이렇게 현재가치(1억7,000만 원)와 미래가치(10억 원)의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목돈으로 계산한 데다 물가상승률과 투자수익률, 25년간의 투자기간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필요한 노후자금, 은퇴 시점까지의 투자기간, 기대수익률 등 은퇴 설계 기본요소들에 대한 계획을 세웠으면 다음으로는 실제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노후자금을 마련할 때는 여러 가지 금융상품이 존재한다.

노후자금을 운용할 때 가장 애용되는 금융상품은 주식펀드나 펀드를 이용하는 변액보험이다. 적립식으로 매달 월급 중 일부분을 펀드에 투자하도록 제도가 잘 발달해 있고, 국내외 주식시장에 분산투자해 높은 기대수익률을 달성하기 때문이다.

은퇴자금을 계산할 때 은퇴 후 부부가 20~30년간 사용할 노후자금과, 남편이 사망한 후 홀로 약 10년을 더 생존할 부인이 사용할 노후자금은 따로 구분해 마련하자.

이런 두 가지 노후자금을 위해 국내 주식펀드, 해외 주식펀드를 몇 개 선택한 다음 매월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정기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면 된다. 펀드는 가능하면 대형주펀드, 글로벌펀드, 이머징마켓펀드 같이 좋은 주식을 골고루 사는 펀드가 좋다.

또한 펀드를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투자자라면 나이가 들어 은퇴할 때쯤 되면 펀드에서 목돈을 찾아 연금상품으로 전환해야 한다. 은퇴 후에는 목돈보다 매월 생활비를 일정하게 지급하는 연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펀드는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다. 평생 고생한 후 편안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훌륭한 상품이 될 수 있다./월간중앙/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