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을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러면 아이들을 잘 관찰해 보세요. 아이들이 협상 전문가입니다. 세계 최고의 협상 전문가로 꼽히는 허브 코헨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가 한국을 찾아와 기업인들을 상대로 협상술 특강을 해 화제다. 교수는 14일 한국능률협회가 주최한 글로벌 경영 석학 초청 세미나에서 연사로 나와 한국의 CEO들에게 협상의 기술을 전파했다.
코헨 교수는 "인생은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제시하고 "협상이란 처음에 다른 의견을 갖고 있던 공통 관심사에서 합의된 공동의 결정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편적인 협상의 정의에서부터 세부적인 실전 요령까지 다양한 예를 들어 가며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탁월한 협상가'인 아이들을 보면 협상 요령을 잘 알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원할 때에는 이미 그것이 무리한 요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당연히 부모들이 'No'라고 답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떼를 쓰다 어머니에게 통하지 않으면 아버지에게 접근하면서 틈을 노린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통하지 않으면 다음 윗선인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 부모를 공동의 적으로 설정한 연합 전선을 형성해 결국 원하는 것을 얻어 낸다.
그는 아이들의 사례를 들며 협상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처음에는 목표를 높게 설정해야 하고 ▲처음부터 상대방의 'No'를 받아들여선 안 되며 ▲필요할 때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대를 찾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끈기 있게 달라붙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상에서 상대방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듣는 자세가 중요하며, 자신이 상대 의견을 동감하고 이해한다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협상은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겸손하게 하되, 끌려간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적절히 '침묵'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협상 상대방에게 처음부터 너무 양보만 하다가는 협상을 망칠 수 있다고 코헨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이 야세르 아라파트와 중동 평화 협상에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것은 클린턴이 처음부터 너무 양보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상대방에게 처음부터 기대치를 너무 높여주면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에서 이슈를 몇 가지 사항에 국한하기 보다는 다양한 범위의 주제를 논해야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인질 협상을 하는데 처음부터 돈 이야기만 하면 결국 돈만 주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그는 협상에서 협상가의 스타일도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예를 들며 "레이건 전 대통령이 인기가 많았던 것은 정책이 좋았다기 보다는 스타일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라며 "TV에 나오는 세련된 모습의 레이건을 보고 미국 국민은 '저 사람이라면 무슨 문제든 해결할 수 있을 거야'라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코헨 교수는 굵직한 기업의 인수 합병부터 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사태와 TWA 여객기 납치사건 등 1970-1980년대 세계 주요 테러 사건의 협상까지 도맡았던 협상 전문가로, 국내에는 '협상의 법칙'이란 명저로 잘 알려져 있다.(서울=연합뉴스)
☞ 협상의 기술?
요즘 ‘협상’이란 단어가 일반인들 사이 유행이다. 협상 관련 실용서가 인기를 끌고, 국내 협상 전문가들은 기업과 대학들의 강연 의뢰로 눈코 뜰 새 없다. 한국협상아카데미 대표로 외교통상부와 행정부에서 오랫동안 협상 컨설팅을 해온 김성형씨는 “몸싸움·대화 단절·극적 타결 같은 부정적 단어로 협상에 대한 이미지가 왜곡돼 있는 우리 사회에서 성숙한 협상 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반겼다.
그렇다면 협상은 훈련 받은 전문가들만 할 수 있는 걸까? “아이를 달랠 때, 자매끼리 옷을 빌릴 때,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정리하거나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연봉을 재계약할 때 등등 우리의 일상이 협상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몇 가지 노하우만 알면 누구나 훌륭한 협상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 1단계: 협상장에서 커피가 중요한 이유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일단 협상을 터부시하는 분위기를 깨뜨려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협상의 기술’(베텔스만)을 펴낸 일본 심리학자 나이토 요시히토가 일러주는 협상 분위기 조성 노하우는 이렇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첫 협상은 감성 시간대인 오후에 할 것. 특히 떠나가려는 애인에게 울며 매달려야 할 때는 이성 시간대인 오전보다 감성이 풍부해지는 오후가 좋다. ▲좋은 향기가 나는 장소에서 협상이 성공할 확률은 56%, 아무 향기가 없는 장소에서 성공할 확률은 20%. 부탁해야 할 입장이라면 커피와 따뜻한 쿠키를 준비해 협상장 분위기를 전환시켜야 한다.
▲떨지 않고 침착하게 협상에 임하려면 상대를 낮춰 평가하라. ‘저 인간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머리 스타일은 저게 뭐냐?’ 하는 식으로. ▲옷 색깔도 신중히. 난항을 겪을 것 같은 바이어와의 협상, 우리 회사의 의견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땐 반드시 검정색 정장과 검정색 줄의 손목시계를 찬다. ▲협상 초반엔 냉랭하게, 시간이 흐를수록 따뜻한 표정과 어투로 옮아가라. 일명 ‘게인(gain) 효과’. 상대의 기쁨이 배가되고 협상의 여지도 커진다.
◆ 2단계: 상대의 성향, 취미를 온전히 파악하라
새로 만난 상사, 부하, 혹은 새로운 거래처 직원과 협상해야 할 때 필수 요건은 취향을 파악하는 것. 김 대표는 “지난번 북핵 관련 6자 회담이 진행될 때 회담 시간의 절반 이상을 스키로 화제를 삼았다는 뒷얘기가 있다”면서 “상대를 잘 파악해 관계를 잘 맺는 것이 협상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영화나 주식, 감명 받은 책 이야기 등 일상적인 주제에 대해 질문을 한 후 상대가 다음 4가지 중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는지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 ①수치를 사용하면서 논리적으로 말하는지(합리적 자아), ②한 가지 이야기를 세밀하고 순차적으로 설명하는지(안정적 자아) ③인간적이고 감성적으로 말하는지(감성적 자아)
④여러 가지 주제를 넘나들면서 산만하지만 독창적으로 얘기하는지(혁신적 자아) 지켜보면 그 사람의 유형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 새댁도 마찬가지. 시어머니가 냉장고를 어떻게 정리해놓았는지, 장농에 걸린 옷들의 색상과 브랜드가 비슷한 계열인지, 시아버지가 주로 읽는 책과 취미는 무엇인지 그 일상을 면밀히 살펴보면 ‘육아협상’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 3단계: 일단 “No!”를 외쳐라
협상의 대화 노하우를 알아야 승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라. 신빙성이 높아진다. ▲인칭어를 많이 써라. ‘당신’ ‘나’ ‘○○씨’ 등 인칭어가 많을수록 상대가 내 이야기에 쉽게 집중하고 말려든다. ▲상대가 말할 땐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모습을 보인다. ▲낮은 목소리가 신뢰감을 높인다. 밀고 당기는 전략도 중요하다. ▲상대보다 정보를 더 많이 가졌다고 확신하면 자신이 먼저 제안한다. 생선을 살 때 내가 꼼꼼히 조사해간 자료를 제시하며 먼저 가격을 부르면 주인도 그 가격을 중심으로 흥정하려고 한다.
▲단, 상대보다 정보가 부족한 경우 먼저 제안해선 안 된다. ‘당신이 이 분야의 전문가이니 먼저 말씀해보시라’ 하고 띄워준 뒤 그 사이 대안을 마련한다. ▲상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제안을 했을 경우엔 일단 “No!” 하라. “Yes” 를 외치는 순간 상대방은 판을 깰 생각부터 한다. 구두쇠 남편이 모처럼 “주말에 백화점에서 쇼핑이나 할래?” 하고 제안했을 경우 “정말?” 하고 감탄할 게 아니라 “좀 바쁘긴 한데, 귀고리 하나 사주면 생각해볼게” 하고 대답하라는 뜻.
◆ 4단계: 단숨에 해결하기 벅찬 문제는 ‘야금야금’ 전술을
쟁점이 큰 문제는 쪼개서 해결해야 한다. 이른바 살라미(salami) 전술. 얇게 썰어 조금씩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처럼 조금씩 순차적으로 세워놓은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다. “게으른 남편을 가사와 육아에 동참시킬 때 ‘빨래 개어주면 손만두 쪄줄게, 아이랑 축구하고 놀아주면 여드름 짜줄게’ 하면서 조금씩 목표를 일궈가는 방식.
컴퓨터 게임만 하는 아이를 타이를 때에도 활용할 수 있다. 상대가 감당하기 크고 어려운 부탁을 먼저 해 거절하게 한 뒤 미안한 마음을 이용해 진짜 원했던 ‘작은 것’을 부탁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해외출장을 앞둔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1년만 아기 봐주시면 안 될까요?’ 했다가 예고된 거절을 당한 뒤 ‘그럼 출장 가 있는 1주일만이라도 부탁드릴 게요’ 하는 식이다.
■ 상대방을 움직이는 협상 전술
▲ 매사에 화를 잘 내는 상사= 일목요연하게 사실(fact)만 얘기한다. 섣부르게 자기의 의견이나 감정을 덧붙이면 바로 핑계로 여겨져 상사를 더욱 분노하게 한다.
▲ 본심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부하= 이른바 ‘중계법’을 활용한다. “네 진짜 목적이 뭐야?” 하고 다그치는 순간 협상은 깨진다. “김 대리가 말하려는 건 그러니까…” 하면서 운을 뗀 뒤 부하의 부연 설명을 이끌어내라.
▲ 체면 때문에 속마음을 꽁꽁 숨기는 시아버지= 회갑을 기념해 잔치를 원하시는지 여행을 원하시는지 알고 싶은데 대답 대신 공연히 투정만 부리시는 경우 “신문에 보니 요즘 유럽으로 회갑 여행 떠나시는 커플들이 엄청 많대요” 하면서 제안해 보는 게 좋다.
▲ 아내의 말이라면 무조건 쓸데없는 소리라고 여겨 “No!”부터 외치는 남편= 호기심을 유발하는 피크(pique) 기술을 활용한다. “봄 옷 한 벌 사내라” 대신 “23만원만 나한테 투자해봐, 뭔가를 보여줄 테니”가 더 효과적이다.
▲ 컴퓨터 게임이냐, 성적 올려 휴대전화를 선물로 받을 것이냐 사이에서 흔들리는 아이= “대학 못가는 책임은 전적으로 너에게 있는 거야” 하면서 강하게 밀어붙인 뒤 냉큼 자리를 떠난다. 단 최후의 수단이라고 여겨지는 상황에서만 활용할 것.(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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