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水)과 관련하여

수영영웅 박태환은 무엇이 다른가?

물조아 2007. 4. 12. 23:17
17세 초밥 食神 수영황제 등극하다!
한자리서 50접시 ‘꿀꺽’ … 타고난 부력·폐활량·성실성 완벽 조화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younglo54@yahoo.co.kr
 

박태환이 한국을 몸달게 하고 있다. 한국 수영 80여 년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 변방의 한국 수영을 만방에 알린 이 청년은 다른 선수에 비해 어떤 점이 뛰어난 것일까?

 

부력

박태환은 선천적으로 물과 친한 몸을 갖고 있다. 키는 182cm밖에 안 되지만 타고난 부력 때문에 자신보다 한 뼘이나 큰 그랜트 해켓, 켄릭 몽크(이상 호주), 마시밀리아노 로솔리노(이탈리아), 마이클 펠프스(미국) 등 190cm대 거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수영 폼이 예쁘고 깨끗해 물의 저항을 최대한 줄여가며 역영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양수겸장

박태환은 1500m가 주종목일 정도로 근지구력이 뛰어난 데다 순간스피드, 즉 순발력도 뛰어나다. 단거리인 200m에서도 동메달을 딴 이유다. 자유형 400m 결승전에서 막판 20여 m를 남겨놓고 앞서가던 해켓과 우사마 멜루리(튀니지)를 제칠 때의 스피드는 세계를 경악시켰다. 당시 박태환은 350m를 헤엄치고도 막판 50m를 26초09(첫 50m는 26초16)에 주파하는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했다.

 

황영조 이봉주가 ‘마라톤 폐’를 가졌듯 박태환은 ‘수영 폐’를 갖고 있다. 그의 폐활량은 7000cc로 일반 성인(4000cc)보다 2배 가까이 크다. 1500m를 헤엄치고도 마지막 순간에 스퍼트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폐활량은 타고나야 한다.

 

인내심

박태환은 참는 법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한창 인터넷을 즐기고 친구와 놀고 싶은 만 17세다. 그런데 박태환은 초등학교 때부터 10년 가까이 지도해온 노민상 감독이나 지금의 박석기 감독 모두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우거나 훈련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밸런스

박태환은 좌우 날개로 난다. 그의 밸런스는 완벽하다. 좌우 힘의 균형을 보면 하체의 미는 힘은 좌우가 각각 34.5kg, 35kg이며 굽히는 힘은 각각 72.9kg, 72.7kg으로 비슷하다. 좌우 악력도 51.17kg, 48.5kg으로 별 차이가 없다. 이처럼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가 박태환의 어뢰 같은 영법을 가능하게 한다.

 

 

   

여자

어머니 유성미(50) 씨는 조용히 뒷바라지만 하는 성격이다. 아버지 박인호(57) 씨와 함께 멜버른으로 응원을 갔지만 아들과는 눈빛만 교환하고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연아(17)와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서로의 미니홈피에 격려글을 남기는 각별한 사이다.

 

초밥

덩치 스머프, 박태환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초밥이다. 마음먹고 먹으면 50접시(100개)를 게 눈 감추듯 먹는다. 그런데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하던 날도 점심으로 초밥을 먹고 출전했다.

 

개인혼영

박석기 감독은 앞으로 박태환에게 개인혼영을 시킬 생각이라고 한다. 개인혼영은 단거리선수가 주로 하는 종목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장거리 전문 선수인 데다 평소 접영과 배영은 곧잘 했지만 평영은 서툴다. 자유형 1500m 등 장거리 종목 훈련를 하면서 배영 접영 평영을 함께 다듬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박 감독은 박태환의 정신력이라면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한다.

 

호주 언론 박태환에 반했네!
“수영 영웅 이언 소프와 너무 닮았다”


호주의 신문 ‘디 에이지’.
3월25일 오후 호주 ‘채널9’의 캐스터는 마치 테러 소식을 전하는 듯한 목소리로 박태환의 우승 소식을 전했다. 자유형 400m 결승에서 한국의 박태환이 믿어지지 않는 막판 스퍼트로 호주의 영웅 그랜트 해켓(27)을 제쳤기 때문이다.

박태환이 연일 호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호주의 슈퍼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기 때문. 자유형 400m는 호주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종목이다. 앞마당을 라이벌 미국이 아닌 한국에 빼앗긴 것이다.

그동안 남자수영 중장거리는 호주가 우승을 독차지해왔다. 이제는 ‘전설’이 된 키에렌 퍼킨스, 이언 소프의 계보를 해켓이 잇고 있다. 호주 언론은 중장거리에서 호주의 ‘금메달 릴레이’가 깨진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표정이다.

호주 일간지 ‘디 에이지’는 “한국의 베스트에게 호주가 졌다”면서 ‘사냥꾼이라는 별명의 해켓이 한국의 어린 선수에게 오히려 사냥당했다”고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박태환의 막판 스퍼트를 TV 중계로 지켜본 호주인들은 박태환의 ‘무서운 집중력’과 뛰어난 체력’, 그리고 우승이 확정된 뒤 카메라에 잡힌 ‘해맑은 미소’에 적지 않게 매료된 모습이다.

박태환은 은퇴한 ‘호주의 영웅’ 이언 소프(195cm)보다 13cm나 작다. 그러나 호주인들은 “이언 소프와 박태환의 경기 모습이 너무나 닮았다”고 말한다. 마지막 순간에 경쟁자를 물리친 소프의 경기 스타일과 박태환의 우승 장면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해켓도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태환이 소프를 연상시키며 마지막 스퍼트에서 놀라운 기량을 선보였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그는 더욱 뛰어난 기록을 낼 것”이고 말했다. 애들레이드 = 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