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윤희일기자 yhi@kyunghyang.com ㆍ“고인을 자연으로 되돌려보내 안도감 느낀다”
지난 5일 오후 3시쯤 경기 양평군 양동면 계정3리에 위치한 하늘숲추목원. 이곳은 지난 5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국유수목장림이다. 김모씨(43·서울 중랑구)는 가족·친지 등 30여명과 함께 이틀 전 숨진 아버지의 유골을 나무 주변에 묻었다.
“나무와 함께 편안히 잠드세요.”
김씨 가족들은 “엄청난 슬픔 속에서도 고인을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드렸다는데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상을 당한 뒤 회의를 열고 고인을 어떤 장묘법으로 모실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했다. “묘지를 쓰자”, “납골당으로 모시자”는 의견도 일부 나왔지만 다수의 의견은 ‘수목장’으로 모아졌다.
김씨는 “가족 중 상당수가 국토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 장묘법인 수목장의 가치를 이미 이해하고 있었다”며 “앞으로는 모든 가족이 하늘숲추목원의 나무 아래에서 잠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개념의 친환경 장묘법인 수목장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월 하늘숲추목원이 개원한 이후 최근까지 이곳에 638기(이장 포함)의 유골이 안치됐다. 한 달 평균 150여명의 고인이 나무 아래에서 영면한 것이다. 추석 연휴 중에도, 연휴가 끝난 뒤에도 수목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 등이 사망할 경우를 대비해 하늘숲추모원의 추모목(나무)을 미리 확보해 놓고 싶다”는 국민이 늘어나면서 수목장 ‘계약 건수’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산림청 산림휴양등산과 염종호 서기관은 “개장 이후 수목장 계약만 벌써 1920여건에 이르고 있다”며 “아직 부모 등이 생존해 있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미리 나무를 확보해 놓겠다고 나선 사람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장방문이나 전화 등을 통해 수목장 이용 방법을 상담한 건수도 2만5000건을 넘어서고 있다.
하늘숲추목원 오준석씨는 “지방자치단체, 장묘관련업체 등이 수목장림 조성을 견학하기 위해 하늘숲추목원을 찾고 있어 앞으로 전국적으로 수목장 바람이 거세게 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인천가족공원 내 2개 공설수목장림도 하루 평균 2~3기의 유골이 안치되고 있을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일부 수목장림 이용자들이 풍수지리 등을 의식, 추모목의 위치를 너무 따지거나 추모목 주변에 꽃이나 차단막 등을 설치하려고 하는 등 문제점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수목장은 묘지로 인한 산림훼손 등을 줄이기 위해 고인의 유골을 화장한 뒤 골분을 나무 밑에 묻는 장묘방식으로 우리나라는 2007년 5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 도입했다.
<윤희일기자 yhi@kyunghyang.com> 사진: 경기 양평 하늘숲추목원에서 유족들이 고인을 안치한 뒤 명복을 빌고 있다. 산림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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