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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부자도시 울산마저…"외환위기때도 불황 비켜갔는데"

물조아 2008. 11. 15. 19:07

 

 

 

"IMF 외환위기 때도 손님 걱정 안 했는데 지금은 가게세도 못 낼 형편이야.요즘 같으면 차라리 문을 닫는 게 속편하겠어…."


울산 중구 우정동에서 40년간 굴국밥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복희 할머니(72)는 "늘 붐비던 식당에 손님이 뚝 끊겨 5000원 하던 국밥 가격을 3000원으로 내렸는데도 손님 보기가 힘들다"며 안타까워했다. 울산의 '명동'인 중구 성남동 패션가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시계탑 사거리에서 울산초등학교 방면 대로변에 자리잡고 있는 패션가엔 문을 닫은 업소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부 가게에는 급매물 광고가 나붙어 있다. 조재윤 중구상가번영회 회장은 "10년 전 IMF 외환위기도 울산을 비껴갔는데 지금은 체감경기가 말이 아니다"며 "울산에 이렇게 돈이 안 돌기는 30여년 장사에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인근의 롯데백화점 관계자도 "울산인구(110만명)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차와 현대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씀씀이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불황 무풍지대'로 IMF 외환위기에도 끄떡하지 않던 울산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도시인 울산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최고 부자도시.최근 통계인 2006년 기준으로 1인당 GRDP(지역 내 총생산)가 4만154달러로 전국 16개 시ㆍ도 중 가장 높다. 2위인 충남(2만7563달러)과 경제중심지 서울(2만200달러)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울산경제 버팀목인 전통 제조업체들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일찌감치 투자 연기,감산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 7~9월 노조 파업 때문에 밀렸던 주문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특근을 하고 있지만 상당수 근로자들의 표정엔 불안감이 역력하다. 생산라인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실물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는 한두 달 후엔 조업이 단축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10여년간 장기 호황을 구가했던 조선업종도 감량 경영에 돌입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월 이후 단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했다.


울산이 이 지경인데 다른 도시들은 말할 것도 없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방경제 동향' 보고서는 지방 경제가 꽁꽁 얼어붙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3분기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대형 소매점 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1분기 6.3%,2분기 3.0%로 증가율이 둔화되다 3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 같은 마이너스 성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부문별로도 백화점 판매액(-1.3%)과 대형마트 판매액(-1.2%)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서울의 대형 소매점 판매액 지수 증가율은 2분기 4.1%에서 3분기 0.8%로 둔화되는 데 그쳤다. 서울보다 지방의 경기 침체가 훨씬 심각하다는 의미다. 3분기 지방의 제조업 생산도 전년동기 대비 5.9% 증가하면서 2분기(9.9%)에 비해 증가율이 급감했다.


이두철 울산상의 회장은 "기반이 약해 취약한 지방 경제와 수출 기업을 위한 정부의 강도 높은 지원책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 울산=하인식/주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