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한비자 (상)

물조아 2008. 9. 25. 15:37

한비/노재욱 조강환 엮음/자유문고


선량하고 온후하며 순수한 것은 세상에서는 어리석은 민중이라 한다.

 

어머니가 자식 사랑하는 것은 아버지의 배나 되지만 아버지의 명령이 자식에게 행하여지는 것은 어머니의 열배나 된다. 무릇 엄한 가정에는 사나운 노비가 없고, 인자한 어머니 밑에 못된 자식이 난다. 이를 미루어본다면 위세로 난폭한 것을 다스릴 수 있으나 후덕한 은정으로서는 혼란을 막을 수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재물이 넉넉하면 노력함을 게을리 하고, 위의 다스림이 너그러우면 제멋대로 나쁜 짓을 저지른다. 요즘 통치자들은 부자로부터 거둬들여 가난한 민중에게 나눠주고 베풀고 있으니, 이는 노력과 검소함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의 사치하고 게으른 것에 나눠주는 일이 되고 만다.


현명한 통치자는 부하를 임용할 때는 재상은 반드시 고을관리의 말단에서부터 경험하여 승진한 사람을 기용하고, 명장은 반드시 일선 부대의 병졸에서부터 진급한 사람을 발탁한다.

 

법에 의하여 다스리는 도리는 처음에는 고달프지만 긴 장래에는 이로운 것이며, 인으로써 다스리는 도리는 한 때는 즐거울지 몰라도 나중에는 궁색해진다. 민중이란 본래 권세에 복종하는 것으로 세력만 있으면 사람들을 복종시키기란 쉬운 일이다. 민중이란 본래 사랑에는 교만, 방종하고 위세에는 순종하기 때문이다.


임금이 현명한가, 무능한가, 슬기로운가, 어리석은가를 결정적으로 헤아리는 방법은 상벌의 경중에 있는 것이다. 상을 후하게 주면 바라던 일을 쉽게 이룰 수 있고, 벌을 무겁게 내리면 싫어하는 일이 갑자기 그치게 된다.


☞ 임금의 마음이 좁고 성급하여 쉽게 흔들리고 앞뒤의 이해득실을 헤아리지 못하여 앞을 내다보는 식견이 없으면 그 나라는 망한다.


☞ 임금이 성내야 할 때에도 가슴에만 품어 밖으로 나타내지 않고 벌해야 할 때에도 죄목을 들출 뿐 처벌하지 않으면, 그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마침내 반란을 일으키게 되므로 그 나라는 망한다.


☞ 임금의 길이란? 신하로 하여금 처음 말한 것과 나중의 일이 한결 같지 않고 나중에 한 말이 처음과 같지 않으면 비록 일을 성공시켰더라도 반드시 그 죄에 복종하여 벌을 받도록 해야 된다.


임금의 길이란? 신하에 대해 반드시 그가 말한 것은 책임을 지우고, 또한 마땅히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말의 앞뒤가 맞지 않거나 내용이 좋아도 효과가 없을 때는 공론에 그치므로 그 변론에 증거가 없으면 그 말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


☞ 권력의 자루란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지배력이고 위세란 뭇 사람을 이겨내는 바탕인 것이다. ☞ 임금이 비방과 칭찬을 한결같이 행하면 사람들은 감히 시비를 가려 비판하지 못한다. 실제로 공로 세운 것이 있으면 포상하고 잘못을 보았을 때는 반드시 처벌하면 곧 속이는 잘못은 없어질 것이다.


☞ 먼 곳의 일에는 귀를 기울이고, 가까운 곳의 일에는 눈을 돌려 조정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살펴 잃는 것이 없도록 한다. ☞ 적은 지혜를 가진 사람에게 국가의 정사를 맡겨 꾀하게 하지 않으며, 조그마한 충성이 있는 사람에게 법을 맡겨 운영토록 해서는 안 된다.


☞ 다스리는 술(術) 무릇 상벌을 행하는 법술은 임금만이 굳게 쥐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로가 없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지 않고, 한편 죄를 범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처벌을 하게 된다.


훌륭한 임금은 포상을 분명히 하고 이익을 베풀어 공을 이루도록 독려하여 민중으로 하여금 공을 따르면 상을 받게 하지, 인의를 바탕으로 상을 베푸는 일은 하지 않는다.이 가해지면 아무리 슬기로운 사람이라도 논쟁으로 벗어날 수 없으며 아무리 용기 있는 사람이라도 감히 다투어 이길 수 없다.


☞ 남을 설득하는데 있어 힘써야 할 요건은? 설득할 상대가 자랑으로 여기는 것을 은근히 칭찬하고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 말고 은근히 덮어주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 법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한 이른바 정법의 선비는 반드시 의지가 굳건하여 바르게 행동한다. 만약 그가 강직하지 못하면 남의 잘못된 일을 바로잡을 수가 없다.


☞ 임금으로서 신하를 통제하지 못하면서 스스로를 억제 하는 것을 겁(劫)이라하고, 아래에 있는 신하를 바로잡지 못하면서 스스로를 바로잡는 것을 난(亂)이라 일컬으며, 신하로 하여금 절약하지 못하고 스스로 절약하는 것을 빈(貧이)라 한다.


사무처리를 함에 있어 자기 직분 이상은 참견하지 말 것이며, 비록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말하지 않아야 한다.


술(術)이란 오직 임금의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 두었다가 많은 증거와 대조하여 몰래 신하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은 명확하게 드러날수록 좋고, 술은 남에게 드러나 보이면 좋지 않다.

 

임금의 재앙은 환란을 예견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뿐 아니라 때로는 그것을 미리 알고도 가차 없이 제단 할 만한 능력이 모자라 오는 경우도 있다.

 

일이란 은밀하고 교묘하게 추진하면 성공하고 크게 벌리고 조잡하면 실패한다. 아주 미세하여 감추어진 것이라도 밝혀내 꿰뚫어 보는 것을 명철하다고 말하며, 일체의 범죄를 용서하지 않는 것을 엄정하다고 말한다.


재저설상: 칠 술(임금이 신하를 통제하는 일곱 가지 술을 설명한 것)


첫째 여러 가지 단서를 바탕으로 서로 비교 검토하여 참고하는 것. 둘째 죄를 범한 사람은 반드시 처벌하여 임금의 권위를 명확하게 하는 것. 셋째 공적을 올린 사람은 반드시 상을 주어 신하의 능력을 다하는 것. 넷째 신하의 말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들어 그 실적에 문책하는 것. 다섯째 임금의 명령을 의심하는 신하를 꾸짖는 것. 여섯째 임금 스스로는 분명하게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신하에게 물어보는 것. 일곱째 일부러 반대되는 말을 하고 거꾸로 일을 행하여 신하를 살피는 것을 말한다.


위나라 공손앙이 말하는 법이란? 가벼운 죄도 무거운 벌로 다스리는 것이었다. 사람으로 하여금 범하기 쉬운 작은 허물을 범하지 못하게 하고 어려운 것에 걸리지 않게 하는 일이 바로 세상을 잘 다스리는 도인 것이다.


형벌을 시행함에 있어 가벼운 허물을 무겁게 처벌하면 가벼운 죄도 범하는 사람이 없어지고 무거운 죄를 범하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형벌로써 형을 없애는 것이다. 무릇 작은 허물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큰 죄를 짓지 않게 한다면 이로써 죄인은 없어지고 어지러운 반란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저설하: 육 미 신하들에게 감추어진 여섯 가지 기미라는 뜻으로 임금이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첫째 임금의 권력을 신하에게 빌려 주어 운용하게 하는 것을 말하며, 둘째 임금과 신하의 이해가 다르므로 신하가 외국의 세력을 빌려오는 것을 말하고, 셋째 신하가 임금을 현혹하기 위해 유사한 일을 내세워 사사로운 이익을 도모하는 일을 말하며, 넷째 서로의 이해가 언제나 상반되므로 그 기미를 살피는 것을 말하고, 다섯째 신하가 임금의 세력에 버금가는 권세를 길러 내분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며 여섯째 상대방 적국이 내정에 간섭하여 본국의 대신을 임면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끝. '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