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멋진 인생

물조아 2008. 5. 1. 06:12

이시형 언어문화사 / ☞ 아는 게 병이란 말도 있지만 아는 게 있어야 면장도 한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말하지만 알고 난 후 괴로운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의 기쁨 또한 큰 법이다. 모르면 고통이사 없겠지만 해결된 후의 기쁨도 없다.


☞ 필생의 목표가 내 집인가? 그게 전 인생의 목표일 순 없다. 그걸 위해 전력투구하기엔 내 인생이 아깝지 않은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밑천 안 들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성이나 논리보다 감정과 감동으로 경청하는 것이다.

 

당신은 해결사가 아니다. 그의 답답한 가슴을 풀어줌으로써 그로 하여금 한숨 둘려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를 갖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화란 말보다 듣는 것이 먼저다.


☞ 온 천하를 다 갖고 싶은 엄청스런 욕심쟁이이라면 혼자라야 한다. 철저히 혼자일 때 비로소 삼라만상이 강력한 생명력을 갖고 내게로 다가올 것이다.


☞ 도둑질도 쉽지 않지요~ 판사 왈 “세상을 그리 쉽게 살려니 도둑질이나 하게 되지!” 도둑놈 왈 “판사님, 도둑질도 쉽지 않습니다. 전들 왜 따뜻한 아랫목이 그립지 않겠습니까. 밤이슬 맞아가며 남의 집 담을 뛰어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요. ~ ” 그렇다. 도둑질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이 어려운 세상을 쉽게 살려니 더 어렵다.

 

쉽게 사는 방법이 없을까? 이 생각이 우리를 좌절의 세계로 몰고 간다. 내가 하는 일이 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바로 좌절의 함정인 것이다. 쉬워야 할 일이 안 되니까 좌절한다. 세상을 원망하고 자신의 무력을 한탄하고 드디어 모든 걸 포기하고 만다.

 

세상살이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전제라면 우리에게 좌절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게 삶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허황한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다.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다 죽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 그녀에겐 큰 충격이었다. 이제 그는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꿈속의 여인이었다. 멋진 인생을 소리 높여 구가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허구였다는 걸 자각한 것이다. 허망한 환상의 세계에서 이제야 인간다운 세계로 돌아 온 것이다. 멋진 인생을 만났다.


☞ 언젠가 태평양 하늘을 국산 비행기가 활개를 칠 것이다. ☞ 체념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 갑자기 가슴이 뛰면서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인 것이다.

 

이시형 : 1934년생. 경북대 의대를 나와 미국 예일대에서 의학박사를 했다. 1977년, 민간에서 통용되던 ‘화병’을 임상 연구, 한국 문화와 관련된 정신의학적 증후군(culture bound or culture related psychiatric syndrome)으로 규정했다. 이후 ‘Wha-byung’은 세계적 정신의학 용어가 됐다. ‘배짱으로 삽시다’ ‘터놓고 삽시다’ ‘자신 있게 사는 여성’ 등 대중적으로 쓴 정신 치료 에세이가 80, 90년대 잇달아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글 쓰는 정신과 의사’ 시대를 열었다. 지금까지 40여 권의 책을 냈다. '10.6.6  '12.1.10  20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