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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설계’ 내 몸 상태 파악부터

물조아 2008. 1. 6. 15:05

 

무자년 새해가 시작됐다. 해마다 신년계획을 거창하게 세워보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다고 건강까지 건너뛸 수는 없는 일. 건강은 질병예방이 최고의 지름길이다. 내 몸에 맞는 건강관리계획을 세우는데 필요한 정보에 대해서 알아보자.


○ 건강나이는 내 몸의 건강 척도


38세의 회사원인 ㅂ씨의 생활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보통사람과 같다. 18세 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서 하루에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우고, 일주일에 평균 서너 번은 술을 마시며, 한 번에 평균 소주 한 병 반 정도는 마신다. 식사는 일이 바빠서 규칙적으로 먹지 못하고, 아침은 대개 거르는 경우가 많다.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퇴근이 늦는 경우가 많아서 잠은 6시간 정도 자고, 운동도 특별히 하는 것이 없다. 지난달에 회사에서 정기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키 173cm, 체중 78kg으로 체중관리 요망 소견이 나왔다. 혈압도 138/90으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나에게 맞는 건강설계를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1단계는 건강 관련된 생활습관, 가족력, 환경요인 중에서 교정해야 할 건강위험요소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기초로 해서 개인의 사망위험도를 평가한다. 생년월일을 따져서 확인하는 ‘달력상의 나이’와 구별되는 ‘건강나이’의 개념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면 ㅂ씨의 건강나이는 얼마나 될까. 여러 단계의 계산과정을 거치는 건강위험평가법에 따라 ㅂ씨의 이런 생활습관을 적용해서 계산해 보면, ㅂ씨의 건강나이는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5세가 늘어난 43세가 나온다. 다시 말하면 ㅂ씨는 건강의 측면에서 5년 정도 더 늙었다는 얘기가 된다.


특별한 병이 없는데 건강나이는 왜 더 많이 나오는 것일까. 지금 당장 약으로 치료해야 할 병은 없지만, 건강을 위협하는 몇 가지 건강위험요소, 다시 말해 흡연, 음주, 운동부족, 짠 음식과 불규칙한 식사, 비만 등이 ㅂ씨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런 생활습관을 앞으로도 계속한다면 박 씨는 같은 또래에 비해 뇌혈관 질환과 허혈성 심장질환의 위험도가 매우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박 씨의 경우, 담배를 끊으면 0.9년,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 1.1년, 소량의 음주를 하면 1.2년, 규칙적 운동을 하면 0.3년, 혈압을 이상적으로 유지하면 4.9년 젊어져 현재의 건강나이보다 8년이나 젊어진 35세가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철저히 관리하면 실제 나이보다 몇 년은 더 건강나이를 젊게 만들 수가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종합건진센터 박경희교수는 “자신의 건강나이를 알고 싶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http://hi.nhic.or.kr/whad/whada/whad-opin.html)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며 “만약 공단에서 시행하는 검진을 한 경우에는 그 데이터를 가지고 바로 자신의 건강나이를 확인 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 연령별 건강관리 포인트


◇ 청장년기(25~39세)


사회활동이 왕성한 시기로 스트레스, 운동부족, 불규칙적인 생활 등으로 몸에 지방이 쌓이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취업과 취직, 직장생활, 출산과 육아 등 긴장의 연속인 생활을 하면서 술, 담배, 스트레스 등으로 몸을 혹사시킨다. 피로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지만 아직은 버틸 만하다. 중·노년기에 성인병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조깅, 빨리 걷기, 등산, 에어로빅 운동 등으로 뱃살을 빼고, 중력운동으로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정기검사로는 매년 키, 몸무게, 혈압, 콜레스테롤, 간기능, 대변, 흉부(X선사진) 등에 대한 기본검사를 받아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년마다 제공하는 건강검진은 중요한 성인병 관리 항목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빠뜨리지 말고 착실히 받도록 한다. 정기검사에서 성인병 위험요인이 발견된 사람은 이를 조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만하면 고혈압,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이 3배정도 높아지고, 사망률도 2배정도 높아진다. 반드시 체중을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중년기(40~55세)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이다.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 나타난다. 술과 담배, 균형을 잃은 식사 등으로 고혈압, 협심증, 관상동맥질환, 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질환의 징후가 서서히 감지된다. 최소 2년 단위로 정기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 과음을 피하고 금연해야 한다. 이 시기의 운동은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비만치료에 효과가 있다. 걷기, 달리기, 수영, 줄넘기, 자전거 타기 등 심폐지구력 운동이 좋으며, 근력운동과 유연성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체력검사와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정기검사에 필요한 항목은 기본검사 이외에 암에 대한 검사가 포함돼야 한다. 성인 남성은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등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위암 선별검사는 남녀를 불문하고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특별히 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후에는 2년 간격으로 받는 것이 좋다. C형 간염, B형 간염 혹은 보균자, 만성간염이나 간경화 등이 있는 사람은 6개월에 한번씩 간 초음파검사와 간 관련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폐암은 정기검사를 통해 미리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예방을 위한 금연이 최선이다. 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매년마다 대변검사를 통해 잠혈(대변에 섞여 나오는 혈액)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고, 50세 이후부터는 대장내시경검사도 같이 하는 것이 좋다.


◇노년기(55세 이상)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과 각종 암 등이 생명을 위협하는 시기이다. 오랜 기간의 흡연, 운동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 가져온 질병의 위험 속에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1년에 한 번씩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이나 약의 오남용을 피해야 한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무기질 등이 균형 잡힌 식사를 하도록 한다.


운동은 효과가 높으면서도 안전한 걷기, 수영, 자전거타기, 체조와 정적인 근력운동 중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선택해서 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양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체지방 비율이 높아져서 체중은 많이 나가나 근력이 약해질 수도 있으니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경향신문/이준규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