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스] 신세대·쉰세대 골이 깊어지다. No Baby, 老老老…‘늙은 사회’가 임박했다. 시내버스 일반석 모두를 노약자석으로 바꿔야 할 판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이른 아침부터 노약자석이 부족하다. 그렇지 않아도 종로3가 파고다공원과 청량리 경동시장 등 노인유동인구가 많은 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낮시간 노약자석이 부족했는데, 천안까지 전철화한 뒤 전철요금 부담 없이 온양온천(아산)을 오가는 노인이 늘어나 노약자석 자리 잡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부족한 노약자석을 놓고 더 나이 든 할아버지와 상대적으로 젊은 할아버지가, 때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다투는 경우마저 있다. 부족한 노약자석에서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노인이 일반석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세대갈등이 빚어진다. “하도 피곤해 졸고 있는데 누가 머리를 툭 치는 거예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어떤 할아버지가 노려보고 있더라고요.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나고 해서 아무 말 않고 일어나 다른 칸으로 옮겼어요.”(20대 후반 미혼 직장여성)
“앞에 할아버지가 서 있었지만 임신 4개월이어서 그냥 앉아 있었어요. 그러자 옆 자리 할머니가 뭐라고 해요. 그래서 ‘저 임신했어요’ 했더니 ‘우리 젊을 때는 논일 하다가도 쑥 낳고 잘만 살았어’라는 거예요. 그날 집에 가서 한참 울었어요.”(30대 직장여성)
“자리를 양보했는데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아무 말 없이 ‘왜 이제야 일어나’ 하는 묘한 표정을 짓는 분도 있어요. 노약자석도 말 그대로 몸 컨디션이 안 좋은 젊은 사람도 앉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20대 남자 대학생)
지하철에서는 시니어패스(어르신 교통카드)를 가진 ‘지공거사(지하철 공짜 손님)’와 젊은 세대 간 자리를 둘러싼 갈등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40, 50대 기성세대는 20대 젊은 남녀가 자기 집 안방인지 공공장소인지도 구분하지 못한 채 서로 끌어안고 비비고 꼬집고 머리 박으며 웃고 떠드는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런가 하면 젊은 여성은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있는 기성세대 ‘쩍벌남’이 너무 싫다. 이처럼 2009년 10월 서울 지하철은 갖가지 세대갈등의 집합소와 같다. 지하철은 막힘 없이 죽 달리는데, 그 안 대한‘국민’은 생각과 행동이 따로따로인데다 때로는 갈등이 지나쳐 충돌하기까지 한다.
7년 뒤 ‘아이보다 노인이 많은 나라’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특징은 ‘세계 최저 출산율 속 최고로 빠른 고령화’로 요약된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이 2.1명은 돼야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는데, 2005년 1.08로 급감했다. 2006년 쌍춘년(1.12)과 2007년 황금돼지해(1.25)의 영향으로 반짝 높아지더니 지난해 1.19로 다시 낮아졌고, 올해는 잘해야 1.1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어디 저출산만 문제인가? 아이는 덜 낳는데 수명은 길어지니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빠른 속도로 늙어간다. 이미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 7% 이상)를 넘어선 데 이어 2018년 고령사회(14% 이상),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가 예고된 상태다.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인구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다만 그 진행 속도가 완만해야 사회와 당사자들이 은퇴 이후를 대비할 텐데, 워낙 빠르다 보니 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생긴다. 2009년 7월1일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519만 명으로 총인구(4878만 명)의 10.7%. 아직은 10명 중 한 명꼴로 노인인데도 이러니, 불과 ‘10년 뒤의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바로 2020년이 문제다. 이 땅의 베이비붐 세대(1955~63년 출생)가 고령층(65세)에 진입하는 시기여서 그렇다. 이때 가면 대한민국은 이미 ‘아이보다 노인이 많은 나라’가 된다. 2016년부터 고령인구(658만 명)가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653만 명)보다 많아진다. 더구나 2029년에는 고령인구가 유소년 인구의 2배를 넘어선다.
베이비붐 세대가 거대 노인집단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 무렵이면 지금의 시내버스와 지하철의 노약자석을 유소년석으로, 일반석을 경로석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63년 태어난 714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는 1970, 80년대 젊고 값싼 노동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궜지만 이제 서서히 ‘인구부채’로 전환하는 길을 걷고 있다.
한 나라의 인구구조가 얼마나 건강하느냐는 인구 피라미드로 가늠한다. 열심히 일해 다른 연령층을 먹여살리는 청장년층이 튼실하고, 그 밑을 유소년인구가 떠받치는 선진국 형태인 종(鐘)형이 안정적인데, 우리나라는 1990년대 출산율이 급락하면서 제대로 된 종형을 거치지도 않은 채 바로 항아리형으로 가고 말았다.
유소년층이 떠받치는 아래쪽이 너무 빈약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깨질 것처럼 불안하다. 게다가 10년 뒤부터 714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인구로 편입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청장년층의 노인 부양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2009년만 해도 15~64세 생산가능인구 6.8명이 함께 노인 한 명을 부양하면 되는데 2020년에는 4.6명, 2030년에는 2.7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 노인 한 명을 책임지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 만큼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은 커지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 본격 은퇴 ‘2010년 문제’ 걱정
2004년 일본에서는 ‘2007년 문제’ 소동이 일었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을 맞아 은퇴하면서 여러 문제가 나타날 것이므로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일본의 베이비부머는 1947~49년에 태어난 680만여 명으로 덩어리처럼 잘 뭉친다고 해서 ‘단카이(團塊) 세대’로 통한다.
이들이 60세 정년을 맞는 2007년부터 대량퇴직함으로써 산업현장의 인력이 부족하고 기술 전승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데다 많은 퇴직금을 주려면 기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본은 그 대비책으로 2006년 고령자고용안정법을 바꿔 정년을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하도록 했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는 1946∼64년에 태어난 약 7700만 명으로 총인구의 26.8%에 이른다. 이들은 매스미디어 시대, 비틀스 등 로큰롤 문화, 마약, 프리섹스, 반전운동, 이혼 증가, 정보기술(IT) 발전 등 지난 50년 동안 미국사회를 주도했다. 미국 내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세대의 첫 주자가 2006년 환갑을 맞자 비아그라의 대박에서 보듯 실버시장이 들썩였다.
베이비부머는 한국에도 있다. 6·25 전쟁 이후인 1955년부터 가족계획사업이 시작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714만 명으로 총인구의 14.6%다.
이들이야말로 한국경제 압축성장의 중추였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베이비부머 이전 세대에서 386세대로 건너뛰었다. 외환위기 때 직격탄을 맞고 힘겹게 살아남았지만 그 처지는 ‘사오정(45세 정년)’과 ‘오륙도(56세까지 남아 있으면 도둑)’라는 말이 보여준다. 올해 나이 만으로 46∼54세.
기업들이 가장 많이 채택하는 정년이 55세라지만 실제 정년은 52.3세(LG경제연구원 조사)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이미 시작됐다. 55세 정년을 꽉 채워도 내년부터 매해 적게는 69만 명, 많게는 85만 명이 줄퇴직할 판이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에서는 당장 코앞에 닥친 ‘2010년 문제’에 대한 걱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이들은 정년까지 무사히 마치고 퇴직금까지 두둑하게 챙긴 일본·미국 베이비부머와 달리 은퇴자금으로 쥔 것이 별로 없다. 자녀 뒤치다꺼리만 했지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자식 과외비와 결혼비용으로 다 쓰고 겨우 남은 것은 집 한 채 정도다. 얼마 안 되는 국민연금마저 불안하고, 그 동안 보살펴준 것과 달리 자식에게 기대 살기도 어려워진 ‘낀 세대’다.
아이를 덜 낳는 것을 두고도 세대 간 인식차이가 뚜렷하다. 나이 든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너무 이기적이고 혼자만 편하게 살고자 한다고 나무란다. 하지만 요즘 젊은 엄마들은 임산부와 아기를 배려하지 않는 사회구조를 탓하며 면세인 일본산 기저귀를 인터넷을 통해 공동구매해 쓴다.
한두 장 쓰고 마는 것이 아니므로 10%의 부가가치세가 붙는 국산보다 환율 리스크가 있지만 세금이 없는 일본산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영국의 경우 이유식·옷·책 등 어지간한 유아용품이 전부 면세여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아이들은 빨리 크고 어른들보다 소비를 많이 하므로 면세 혜택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로 유아용품 면세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것처럼 출산장려금을 얼마 주는 방식으로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속수무책 저출산 고령화 … 선거에도 영향 미쳐
2005년 출산율이 1.08명까지 추락하자 참여정부는 대통령이 위원장, 장관들이 위원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었다.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없어지고 대신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위원장, 차관이 참여하는 위원회로 격하됐다.
그러다 지난해 출산율이 2006~2007년보다 떨어지자 8월 하순 급히 당정협의를 갖고 저출산대책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자고 논의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이미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지금처럼 속수무책으로 진행되면 부양세대와 피부양세대 간 균열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두드러진 특징인 저출산 고령화는 이제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파른 고령화 속 노인의 힘이 세지는 반면 20, 30대 청년층 유권자는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17대 대통령선거 당시 총 유권자는 3765만3518명으로 2002년 16대 대선보다 약 266만 명(7.6%) 늘었다.
이를 연령별로 보면 40대 이상 유권자는 증가한 반면 20, 30대 청년층 유권자는 오히려 줄었다. 30대 유권자가 16만2800여 명, 대통령선거에 처음 참여한 19세(62만3000여 명)를 포함한 20대 유권자도 16대에 비해 17만6400여 명 적었다. 바꿔 말하면 5년 사이 늘어난 유권자는 전부 40대 이상으로, 총 유권자 대비 비중도 16대 대선 당시 51.7%에서 17대 대선에는 56%로 껑충 높아졌다.
이처럼 20, 30대 청년층 유권자가 감소한 것은 이들이 1970년대 이후 태어난 ‘저출산세대’라서 그렇다. 1970년 초까지만 해도 한 해에 100만 명 넘게 태어났던 신생아는 1972년부터 90만 명대로 줄어든 데 이어 1980년대에는 85만 명 안팎으로 더욱 감소했다. 17대 대선에서 첫 투표권을 행사한 1988년 출생아는 63만 명에 못 미쳤다.
그런데 1955~63년생 베이비붐 세대는 2007년 당시 44~52세로 중장년층의 중심을 이뤘다. 50대 유권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은 베이비붐 초기 세대가 5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균수명이 길어져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60대 이상 노년층이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권자 수로만 보아도 이런데, 전통적으로 ‘청저장고(靑低長高=청년층은 낮고 장년층이 높음)’ 형태를 띠는 투표율을 감안하면 40대 이상 유권자의 힘은 더욱 커진다. 실제로 17대 대선 투표율은 평균 63.0%를 보인 가운데 50대가 76.6%로 가장 높았고, 20대 후반이 42.9%로 최저를 기록했다.
그 결과 20대가 유권자로는 60대 이상보다 많은데 실제 투표자는 60대 이상보다 적게 나타났다. 이처럼 투표권 행사는 1980년대 출생 20대 젊은층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와 보릿고개를 겪은 60대 이상 노년층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잃어버린 가족애를 찾아서
10월11일 막을 내린 KBS 2TV 주말 연속극 <솔약국집 아들들>이 왜 시청률 40%대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을까? 할아버지와 부모, 그리고 네 아들 등 3세대가 한 지붕 밑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잃어버린 가족애를 찾았기 때문이다.
1956년생 베이비붐 세대인 김모(53) 씨. 그는 어젯밤 늦게 들어온 대학 3학년짜리 둘째아들이 가운데를 꾹 눌러 짜는 바람에 모양이 비틀어진 치약을 끝부분부터 눌러 편 뒤 양치질을 하고선 출근길에 올랐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잠깐 눈을 붙이기 전에 두 아들과 아내에게 문자를 보낸다. 네 식구 함께 앉아 식사하기 힘든 판에 그가 고안해낸 디지털 소통수단이다.
처음에는 답장을 보낼 때마다 ‘ㅋㅋ’로 끝내는 아들에게 “이 녀석이 애비를 뭘로 보고…”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중에 젊은 세대에게는 자연스러운 이모티콘이라는 것을 알고서야 익숙해졌다. 자신의 문자를 받은 세 식구 중 몇 명이, 그리고 누가 먼저 답장을 보내오느냐에 따라 그날 기분이 달라진다. 더욱 기분이 좋을 때는 아들이 먼저 문자로 선수를 치는 날이다.
“새로운 한 주 알차게 준비해 출발! 아자아자 파이팅! ♥사랑해요 아빠”(10월12일 오전 7시)
“상쾌한 기분으로 한 주 시작하세요 늘 수고하시는 당신께 감사♥♥”(오전 8시15분 아내)
“이제 회의 끝났습니다ㅋ 조은 하루 보내세요!!!ㅋ”(오전 8시27분 큰아들)
“네 알게씁니다 저도 사랑합니다”(오전 8시45분 둘째아들)
오늘 타율은 4타석 4안타. 소통률 100%니 일이 술술 풀릴 것 같다.
글 양재찬 월간중앙 편집위원 [jayang@joongang.co.kr]
'숨을 쉴 수 있어 (感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촌 묘지 ‘Sold Out’… 묘안 찾아라 (0) | 2009.11.01 |
---|---|
[르포] 美 항모 조지워싱턴호에 타다 '바다위의 군사기지' 홍콩항 정박 (0) | 2009.10.30 |
사람 잡는 '보험금 청구 스트레스' (0) | 2009.10.29 |
삼신불, 삼위일체, 천지인 셋 모여 하나가 되는 코드 [중앙일보] (0) | 2009.10.29 |
박정희, 이토 히로부미, 스탈린 (0) | 2009.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