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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주식 →2000년 닷컴 →2007년 신용 ‘버블’붕괴

물조아 2008. 9. 22. 09:01

 

美기업 흥망 20년!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전세계가 떨고 있다. 158년 전통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팔리는 것을 지켜보며 월스트리트는 물론 전세계가 ‘신용 버블 붕괴’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80년대 ‘주식 버블’ 붕괴, 2000년대 ‘닷컴 버블’ 붕괴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파산하고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던 전례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20여년에 걸쳐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던‘미국의 10대 기업 파산’사례를 제시했다. 21세기 ‘신용 버블’붕괴가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변화시킬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점점 짙어지는 분위기다.


◆1980년대 ‘주식 버블’ 붕괴 = 1980년대 초반 월가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업간 인수·합병(M&A)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금융시장은 서서히 살아났고 다우지수는 3000선에 육박했다. ‘정크본드(투기등급채권)’ 관련 투자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투자자들은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정크본드를 발행한 후 그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정크본드의 활황은 결국 버블을 낳았고, 1987년 10월19일 ‘블랙먼데이’와 함께 버블은 붕괴됐다. 주가는 하루동안 20% 이상 떨어졌다. 대공항이 시작된 1929년 10월24일의 대폭락을 웃도는 낙폭이었다. 그러자 월가에는 저축대부조합(S&L)을 중심으로 한 금융위기가 몰려왔다. 1988년 340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파이낸셜코프(Financial Corp. of America)는 결국 파산했다. 이보다 앞서 1987년 4월에는 정유회사인 텍사코가 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기도 했다.


내부자 거래 스캔들도 드러났다. 정크본드의 천재였던 마이클 밀켄은 주식 버블붕괴 후 증권사기와 내부자 거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2000년대 ‘닷컴 버블’ 붕괴 = 1990년대 말 정보통신(IT) 버블은 월가의 자산가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첨단 기술주가 시장을 지배했던 이 시기 정보통신 기업의 주가는 기존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이는 기업 가치 산정에 혼선을 가져왔고 2000년 3월 다우지수는 미 역사상 최고인 5000을 웃돌면서 ‘닷컴 버블’로 이어졌다.


그러나 두달 뒤인 5월 주가는 곧바로 곤두박질쳤고 2001년 12월 미국 최대의 에너지 회사였던 엔론이 파산했다. 엔론이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의 성격을 악용해 재무 부실을 숨겨온 게 드러난 것이었다. 통신회사 월드콤도 회계 조작으로 2002년 파산했고, 통신회사 글로벌크로싱은 닷컴 버블을 믿고 투자했다가 2003년 파산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2005년 선물중개회사였던 레프코도 회계부정 등으로 파산했고, 금융보험사인 콘세코 역시 2002년 같은 처지를 맞았다.


퍼시픽가스·전기는 정부가 관련 분야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도매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2001년 파산했다.


◆ 2007년 ‘신용 버블’ 붕괴 = 2007년 7월 월가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베어스턴스가 헤지펀드 손실을 고백하면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가 표면화됐다.


조지 W 부시 정부는 5년이상 지속된 저금리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자 정책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대출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한 파산자들이 속출했다. 그 결과 집값 및 주가급락→모기지 관련 부실채권 급등→신용경색→소비침체의 악순환을 가져왔다. 올 7월 미국내 2위 규모였던 독립 모기지 대출업체 인디맥과 지난 14일 158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것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됐다. 결국 2005년 닷컴 버블 붕괴 때와 마찬가지로 부시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주택경기 부양정책이 현재의 신용위기를 불러온 셈이다. 문화일보 이현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