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씨춘추 ”
동양의 고전은 번뇌의 티끌을 털어 버리는 방식으로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어내는 철학서로서 오랫동안 우리의 삶을 움직여 왔고, 앞으로도 참선과 윤리, 사상의 틀이 된다.
2. 중춘기, 3. 계춘기
道의 실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를 보전하는 것이요, 그래도 여력이 있다면 국가를 다스리고, 그래도 여력이 있다면 천하를 다스린다는 말이다. (대학: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 그래서 모든 일에서 우선해야 할 것은 자신의 생명, 즉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
또한 모든 현상과 행동에는 동기와 원인이 있고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반드시 이를 깨우쳐야 한다. 즉 모든 일은 그 이치와 원리를 알아야 이를 통해 도를 논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일에는 먼저 할 것과 나중에 할 것이 있으니 이를 알면 도에 가깝다. 즉 지혜롭다는 것은 현실 상황의 변화와 추이를 잘 파악하여, 무엇을 먼저하고 무엇을 나중에 할 것인가, 무엇을 멀리하고 무엇을 가까이 할 것인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잘 세울 수 있다는 말이다.
1. 맹춘기
맹춘인 정월에는 하늘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오고 땅의 기운이 위로 솟구쳐 올라가므로 천지가 전체적으로 잘 어울리고 초목이 바쁘게 움직여 소생한다. 始生之者는 天也요, 養成之者는 人也라.(시생지자는 천야요, 양생지자는 인야라.): 처음 생명을 탄생시킨 것은 하늘이요, 이를 양육하여 성장하게 하는 것은 사람이다.
천하와 국가를 통치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인재를 얻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 군주의 노릇을 잘했던 사람은 사람을 따져서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선발하여 임용하는 것에 정력을 쏟았고, 어떤 부서를 설치하거나 폐지하고 어떤 일들을 맡을 것인가 하는 것 등에 너무 치중하지 않았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인재의 선발과 등용은 모든 분야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훌륭한 인재가 없다고 한탄하는 일이 많지만 사실 훌륭한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게 심각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그리고 천하가 아무리 소중하다 해도 자신보다 소중할 수는 없다. 자기 자신이 없으면 천하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것은 그만큼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므로 그런 인물을 얻는 것에 힘써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기를 알아주고 이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헌신하기 마련이며, 이런 훌륭한 인물들은 기꺼이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익이 생기는 것이라면 사람들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어 온 천하가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즉 날으는 화살을 무릅쓰고, 날카로운 칼이라도 밟는다. 또한 흘러내리는 피를 마시고 간이 몸에서 헤쳐져 나올지라도 그것을 추구한다.
그리고 아무리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군주나 천자도 절개와 지조를 지키며 정의를 위해 투신하는 인물은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리고 재상으로써 해야 할 주요한 일 중의 하나가 여러 사람들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다.
또한 상관할 필요가 없는 것은 들어보려고 하지 않으며, 알 필요가 없는 것은 물어 보려고 하지 않는다. 즉 사소한 일은 그냥 사소하게 생각하고 넘겨버리는 것이 좋은 것이다.
이 세상에는 생명이 중요한 것이요, 외물은 하찮은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외물에 현혹되어, 외물을 추구하다 도리어 생명을 해친다. 또한 물욕에 빠지는 것은 눈만 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해치니, 더더욱 삼가야 한다.
생명의 가치를 모르고 아낄 줄 모르는 사람은 무엇이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인지, 무엇이 생명을 해치는 길인지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하늘이 화를 내리는 대상이다. 생명의 도를 아는 사람은 눈앞의 결과에 매달리지 않고 그 결과를 가져온 원인에 눈을 돌릴 줄 안다.
9. 계추기
정치의 요체는 민심을 얻고 민심을 따르는 것에 있다. 민심을 얻는다는 것은 그만큼 지지를 받는다는 말이다. 민심을 얻는 것에 방법이 있으니 그것의 기본 요인은 무엇보다 먼저 민심을 얻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데 있다. 그래서 백성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민심을 얻어진다.
또한 무언가 원하고 즐기고 선호하는 것이 없는 사람은 없다. 이를 잘 파악하여 백성이 원하는 것과 즐기는 것을 성취하게 하는 것이 민심을 얻는 관건이다. 굳이 땅을 차지하려고 할 필요 없이, 민심을 얻으면 백성이 저절로 그를 믿고 따를 것이니, 이는 저절로 그 땅을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4. 맹하기
아무리 훌륭하게 되고 싶어도 그 방법과 이치를 깨닫지 못하면 불가능하니, 반드시 그 방법과 이치를 배워야 한다. 배우는 것은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난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에게 없는 것을 어디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자기에게 부여된 성현의 본질을 되찾게 하는 것이다. 즉 배움은 하늘로부터 타고난 본성을 완성하는 길이다.
7. 맹추기
폭군을 주벌하고 고난에 빠진 백성을 구제하면 백성들이 기뻐할 것이다. 전쟁이란 포악한 정치와 사악한 무리를 징벌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의의 전쟁이다. 폭군을 응징하고 고통을 덜어 주는 전쟁을 싫어할 백성은 없다.
8. 중추기
부득이한 경우 살상이 행해지는데 흉기를 들면 반드시 죽여야 하는데, 그 살상의 대상은 악한 사람이다. 악한 사람을 없애는 것은 곧 그 악한 사람 밑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살려 주는 것이므로, 흉덕을 행하는 것이 오히려 생명을 살리는 길이 되기도 한다.
전쟁에서는 도저히 자기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최상의 경지라는 말이다.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 적은 전의를 잃을 것이요, 이는 싸우지 않아도 이미 승리를 거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일단 적의 실수가 보였다 하면 그 틈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은폐하여 동향을 살피며 힘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0. 맹동기
이 세상에 살면서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일로는 養生과 喪事를 들 수 있다. 양생은 살아 있는 사람이 생명을 잘 유지하도록 보살피는 것이요, 상사는 누구나 한 번은 죽기 마련인데, 죽으면 죽은 사람이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보살피는 것이며, 장례의 참뜻은 죽은 사람이 편히 잠들도록 배려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 두 가지를 제대로 해야 사람 노릇을 다한 것으로 생각한다.
11. 중동기
태평성세에 충성하기는 쉽지만, 난세에 충성하기는 어렵다. 猶不可反(유불가반): 이미 돌이킬 수 없다. 與死無擇(여사무택): 죽음과 다를 바가 없다. 不可不知(불가부지): 모르면 안 된다. 끝.
사진출처: 여불위 '10.4.12 2013.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