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예방접종·채식·운동하면 암 70% 예방”
/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 ㆍ유근영 아·태암예방기구 사무총장
한국의 암 치료율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5년 생존율이 선진국 수준인 64.1%(2006~2010년 암 진단자 기준)나 된다. 열명 중 여섯명은 암을 너끈히 극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2010년 1년 동안 발생한 암 환자는 20만명이 넘는다. 10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암 완치율이 갈수록 높아지지만 그럼에도 한 해 7만명 이상은 암으로 생명을 잃는다.
전체 암 환자 숫자가 계속 느는 것도 문제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최근 발표한 국가암등록 통계를 보면 1999~2010년 암 진단을 받고 2011년 1월1일 기준으로 생존한 암 유병자는 96만654명에 달한다. 암은 여전히 국민건강과 생명을 해치는 ‘공공의 적’ 1호다.
유근영 아·태암예방기구 사무총장(58·서울대 예방의학)은 “암의 조기검진이나 적극적인 치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암 발생 자체를 줄이려는 개인적 노력과 사회국가적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내 암 치료율 높아졌지만 발생률·사망률 계속 증가 개인 실천과 국가 시스템으로 암 환자 100만 시대 극복해야
- 암 치료율이 좋아진 것은 희망적인 소식이다. 하지만 암은 여전히 국민 사망원인 1위다.
“1996~2005년 1차 암정복 10개년 계획 이후 조기검진의 효과로 한국은 암 환자의 생존율이 증가해 전체적으로 60%를 넘어섰다. 전국민 건강보험으로 암 조기검진이 가능해지면 조기발견에 따라 생존율이 증가하고, 의료수준이 향상되면 치료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위암, 자궁경부암, 간암 등에서는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지만 전체 암사망률은 아직 뚜렷한 감소 경향이 없다. 특히 암 환자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환자가 늘면 사망자 숫자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투병자 및 생존자도 증가하기 때문에 국민보건상의 계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의료비 앙등, 암환자 치료의 보장성 부담, 치료의 불균형 등 문제를 야기한다. 2015년까지의 2차 암정복 10개년계획 후반기를 맞아 암 예방에 더 치중해야 하는 이유다. 암 예방에 적극 나서야만 암환자 100만명 시대를 극복하는 활로를 찾을 수 있다.”
- 암 환자가 계속 증가하는 원인을 분석한다면….
“통상적으로 암은 어떤 원인에 노출되기 시작한다 해도 상당 시간이 지나야 발견된다. 사람의 생명이 연장되면 될수록 암의 발생 확률은 높아진다는 뜻이다. 10년 내지 15년, 혹은 20년까지 소요되기도 한다. 어린 나이나 청소년기, 심지어 30대 내지 40대 초반의 청·장년기 초반에는 암이 그렇게 잘 발생되지 않는다. 이후 연령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암 발생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서 60~70대에 이르러 최고 정점을 이룬다. 50대 이후를 소위 ‘암 연령’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젊었을 때부터 암 예방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암에 걸리게 될 확률은 그만큼 더 높아질 것이다.”
유 총장은 대통령이 NCI(국립암센터) 원장을 직접 임명하는 등 암 국가관리체계가 안보분야 못지않은 미국의 사례를 들어 예방 및 예방적 관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은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후 천문학적 액수의 연구비를 암연구에 투자했다. 오늘날 암 치료의 획기적 성공을 거둔 화학요법, 면역요법, 방사선요법, 양성자요법, 그리고 최첨단 진단기기인 CT, MRI, PET(양전자 단층촬영) 등 개발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진단과 치료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암 예방·관리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 40년이 지난 현재 미국은 암정복에 실패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학자들 사이에서 높다. 한국처럼 암 치료율은 좋아지고 있지만 암 발생은 줄어들지 않고 사망자는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 암 예방, 즉 발생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나.
“암 예방은 원천적으로 본인의 노력으로 성취되어야 한다. 수많은 연구논문을 분석 종합하면 금연, 예방접종, 채식, 운동 이 네가지만 실천해도 암의 70%를 막을 수 있다. 모든 암 중에서 금연으로 30%, B형 간염이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접종해 15%,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으로 30% 정도를 추방하는 것이다. 그래도 생기는 암은 조기진단을 통해 치료하고, 불행히도 늦게 발견된 암도 최근 계속 발전하고 있는 표적 항암제, 방사선치료 등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간접흡연, 국가 예방접종, 식이개선 및 인스턴트 음식의 조절 등의 과제는 국가와 보건의료기관의 조직화된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 조기진단이 암 치료율 향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3~4기의 암도 10년 전에 비해서는 생존율이 많이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암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암 예방은 100%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늦게 발견하면 치료도 힘들고 생존율도 떨어진다. 따라서 조기진단이라는 안전벨트를 꼭 매야 한다.”
- 국가와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하나.
“1996년 암 정복 10개년 계획을 처음 시작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이 이미 겪었던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그 초기 단계에는 치료의 수준이 향상되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암 환자가 생존하는 확률이 늘어난다. 즉 한국은 현재 ‘생존율 증가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생존 환자의 수가 증가하는 동시에 새로운 암 환자의 발생도 같이 증가하기 때문에 당연히 병원을 찾는 암 환자의 누적 수가 증가한다. 따라서 의료 부담은 그만큼 높아진다. 암 선제적 예방 시스템, ‘암 예방의 날’ 행사와 같이 현재 아시아 각국이 배우려 하고 있는 예방적 정책 및 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암 예방 실천 의지와 정확한 의료정보 전달, 그리고 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국민캠페인과 더불어 암 맞춤예방 연구 등이 더 필요하다.”
유 총장은 “암에 걸렸다고 당황하지 말고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즉 암에 기죽지 말아야 한다”며 “온 국민이 젊었을 때부터 암을 올바로 알고 제대로 예방하는 방법을 미리 숙지해서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유 총장은 암 예방뿐 아니라 모든 질병의 예방과 조기진단에 기본이 되는 ‘암 예방 10계명’을 반드시 실천하라고 했다. 자신이 국립암센터 원장 재직 시에 보건복지부와 함께 제정한 수칙이다. 유 총장은 지난해 말부터 술자리 횟수를 줄이는 한편 ‘1가지 술로 1차만 하고 9시 전에 귀가하는’ 119수칙을 실천하고 있다.
▲ 암 권위자인 서울대 의대 유근영 교수(아·태암예방기구 사무총장)가 2일 서울 연건동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 교수는 “암 완치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전체 암 환자와 사망자 숫자도 늘어나고 있어 개인적, 국가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유근영 교수는
암 역학·예방·관리 분야의 권위자로, 2006년부터 아·태암예방기구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최근 3연임을 해 임기가 2014년까지다. 국립암센터 원장을 지냈으며 지난 30여년간 암 역학 및 한국인의 생활방식 등에 관한 연구논문이 280여편이다. 아·태암예방기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암 예방관리에 대한 교육, 훈련, 국가자문, 학술교류 등을 수행하는 학술 비정부기구다. 2011년 본부를 한국의 국립암센터로 옮겼다. 유 교수가 지난해 발간한 일반인을 위한 암 예방 지침서 <암 올바로 알고 제대로 예방하기>는 보건복지부 우수도서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