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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통증에 응급실 간 40대, 병명이… [중앙일보]

물조아 2012. 11. 22. 08:18

‘황제병’ 통풍 남성이 여성의 10배 / 고기·술 즐기는 40·50대가 절반 / 대사 안 된 요산, 관절에 쌓여 통증 / 여성은 호르몬 덕분에 적어

 

올해 초 회사원 김모(41)씨는 갑작스러운 발가락 통증을 견디다 못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빨갛게 부어올랐는데 살짝만 스쳐도 통증이 심했다. 혼자서는 서 있거나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다. 딱히 부딪치거나 다친 적도 없었다.

 

 진단 결과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하는 통풍(痛風)이었다. 몸무게가 100㎏에 육박하는 김씨는 평소 술과 육류를 즐겼다. 고지혈증에 지방간도 있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지만 치료를 받고 나면 금방 통증이 사라져 제대로 몸관리를 하지 않았다가 재발한 것이다.

 

 너무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라고 해서 ‘황제병’ ‘귀족병’으로 불리는 통풍 환자가 5년 만에 5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10배나 많았다.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통풍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07년 16만3000명에서 지난해 24만 명으로 5년간 47.5% 증가했다. 통풍은 음식물이 몸에서 대사되고 남은 요산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서 관절과 주위 조직에 쌓여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요산은 적정량이 있으면 면역기능에 도움이 되지만 정상수치를 넘어서면 통풍뿐 아니라 요로결석, 신장질환, 심장병 등을 유발한다.

 

 분석 결과 통풍 환자 2명 중 1명은 40~50대 중년층이었다. 50대가 25.6%로 가장 많았고 40대(22.6%), 60대(17.9%) 순이었다. 평가원 관계자는 “ 나이가 많아질수록 신장이나 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요산을 잘 배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10배나 많았다. 여성은 폐경기 이전까지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을 제거하는 능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중년 남성은 신장 기능이 떨어진 데다 과식과 과음, 운동 부족이 겹쳐 요산이 많이 생기고 배출은 잘 안 돼 통풍에 많이 걸린다. 지난해 기준으로 40대 남성 통풍 환자는 5만 명, 50대 남성 환자는 5만6000명에 달한다.

 

 통풍 환자는 비만인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정상 체중을 회복하고 술을 끊거나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김씨도 정기적으로 요산을 떨어뜨리는 약물을 복용하면서 체중조절을 했다. 최근엔 70㎏대까지 살이 빠지면서 통풍 증상이 사라졌다. 또 고지혈증과 지방간 약도 끊을 수 있게 됐다.

 

 삼성서울병원 차훈석 류머티스내과 교수는 “통풍은 식이조절이나 생활습관 변화를 통해 재발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육류와 해산물·유제품은 요산을 만들어내고, 술은 요산 배출을 방해하기 때문에 먹는 횟수나 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스피린 자주 먹었다간 이 병에…공포

 

[온라인 중앙일보] 통풍의 예방과 치료법: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정수 교수

 

통풍(痛風)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07년 16만3167명이던 통풍 환자가 지난해 말 기준 24만638명으로 급증했다. 4년 사이에 47.5%가 늘어난 수치다. 특히 전체 통풍 환자의 90%가 남성이다. 전체 환자 중 40~50대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48.2%)가량이다. 통풍 환자 두 명 중 한 명이 중년 남성인 셈이다.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정수(사진) 교수에게 통풍의 증상과 예방에 대해 들었다.

 

-통풍은 어떤 병인가, 왜 생기나.

 

“요산이란 물질이 몸속에 과다하게 쌓여서 생기는 병이다. 요산은 고기나 생선 등에 많이 들어 있는 퓨린이라는 아미노산이 에너지로 사용되고 남은 찌꺼기다. 소변을 통해 배출이 돼야 정상인데 신장에서 요산을 잘 배출하지 못하면 남은 요산이 몸속에 쌓이게 된다. 덩어리가 돼 피를 타고 돌아다니다 몸의 혈관과 콩팥에 쌓이면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동맥경화·중풍·심장병·만성 신부전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증상은.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으로, ‘질병의 왕’으로 불린다. 여성이 출산할 때의 고통 못지않게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엄지발가락 뿌리 부분에 통풍이 가장 잘 생긴다. 요산이 중력의 영향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타고 몸의 가장 아랫부분인 엄지발가락에 쌓이면서 발작 증상이 나타난다. 염증이 생긴 부위가 심하게 붓고 빨갛게 변하고, 손도 못 댈 정도로 아프다. 심하면 발열 증상이 나타난다.

발등이나 발목·무릎 등에 터질 것 같은 심한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피부 결절이 울퉁불퉁 튀어 나와 신발을 제대로 신지도 못한다. 한 번 통풍 발작이 생기면 해가 갈수록 발작의 간격이 짧아지면서 횟수가 증가한다.”

 

-어떤 사람에게 잘 생기나.

 

“과거엔 왕이나 귀족처럼 잘 먹고 뚱뚱한 사람에게 생긴다고 해서 귀족병으로 불렸다. 최근엔 비만이면서 술을 많이 마시는 중년 남성에게서 많이 생긴다. 신장에서 요산을 제거하는 능력이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와 잦은 회식으로 과식을 하고, 상대적으로 운동량이 적은 젊은 남성에게 잘 생긴다. 40세 이상 비만한 남자, 고혈압이나 신장병을 가진 환자, 통풍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 술을 많이 먹는 사람 등에게 주로 생긴다. 여성은 폐경 이전까지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되지만 폐경이 되고 10~20년이 지나면 통풍이 생길 수 있어 의사에게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

 

-통풍 환자에게 가장 좋지 않은 술은.

 

“통풍 환자에게 최악의 음식은 맥주가 섞인 폭탄주다. 요산 성분인 퓨린의 함량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막걸리와 전통주에도 요산이 일부 들어 있다. 소주와 레드와인·위스키·고량주에는 퓨린이 거의 없거나 아예 들어 있지 않다. 하지만 퓨린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알코올 자체가 몸에 있는 요산이 소변을 통해서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특히 알코올은 많이 마실수록 통풍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퓨린이 아예 없는 소주라도 많이 마시면 위험하다.”

 

-약물 때문에 통풍이 생기기도 한다던데.

 

“이뇨제를 복용하는 고혈압 환자는 통풍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뇨제가 신장에서 요산이 배설되는 것을 억제해 혈액 내 요산의 양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중풍이나 심장병을 예방하기 위해 매일 복용하는 저용량의 아스피린도 요산 배설을 억제해 통풍 위험을 높인다. 결핵약도 요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약을 복용하면 쉽게 치료가 된다. 혈액 내 요산을 배출시키거나 억제하는 약을 복용하면 된다. 하지만 약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요산 수치가 올라가고 통풍 발작이 생기기 때문에 평생 복용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조절해야 하는 만성질환인 셈이다. 약을 복용하면 통풍으로 인해 생기는 만성 신부전이나 고지혈증·동맥경화·심장질환·중풍 등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장기간 복용해도 심각한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산으로 생긴 피부 결절은 해당 부위를 녹이거나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면 쉽게 치료가 된다.”

 

-통풍을 예방하려면.

 

“과음과 과식을 피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핏속의 요산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루에 2L 이상의 물을 마셔 소변으로 요산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한다. 퓨린이 많이 들어 있는 소고기·돼지고기를 포함한 육류, 특히 간과 내장을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새우·바닷가재·청어·정어리·고등어·꽁치 등이 대표적이다. 음료수 중에도 과당이 많이 포함된 콜라·사이다 등 청량음료와 과일 주스는 요산을 증가시켜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다. 커피는 요산 배설을 촉진해 통풍 환자에게 비교적 권할 만하다. 쌀·보리·밀·메밀·감자·고구마와 같은 곡류와 우유·치즈 등의 유제품, 김이나 미역 같은 해조류, 과일과 두부 등을 먹으면 좋다.

 

적당한 운동도 도움이 된다. 땀을 적당히 흘릴 수 있는 유산소운동이 좋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가벼운 등산, 수영, 산책하기 등이 좋다. 너무 과격한 운동은 몸속에 젖산이 축적돼 요산 배설이 감소되면서 통풍 발작이 생길 수도 있다.” / 장치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