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죽는 男… 오래 사는 女… 왜?
왜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가 / 마리안 J. 레가토 지음, 송설희 옮김/홍익출판사 [문화일보]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79.4세로 여성은 82.5세, 남성은 75.9세이다. 추가의 통계 자료나 과학적 데이터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남자는 왜 여자보다 일찍 죽을까. 유전적 기질 탓인가 아니면 후천적 요인 때문인가.
미국 컬럼비아 의대교수인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저자가 내놓는 원인은 선천적·후천적 요인의 결합이다. 우선 유전적으로 남성은 취약하다고 한다. 알다시피 여성의 유전자는 X염색체 2개로 구성된 XX형이지만, 남성은 XY형이다. 그래서 여자는 염색체 하나가 손상돼도 나머지 X가 즉시 보완해 주지만 남자는 그렇지 못하다. 게다가 Y염색체의 크기는 X염색체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고, Y염색체의 변이 가능성은 X염색체보다 3∼6배나 더 커 남자들은 여러 선천적 결함에 빠지기 쉽다. 또 산모의 자궁도 남자 태아에게 불리한 구조이며 호르몬도 한몫을 한다. 예를 들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심장 질환을 예방하는 데 비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심리적 요인도 가세한다. 저자는 남성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가장 큰 원인으로 우울증을 꼽는다. 남자다움이라는 전통적 통념 때문에 사회적으로 또 남성 스스로도 우울증을 과소 평가한다는 것이다. 마음속 응어리를 혼자 삭이는 남자들의 이같은 폐쇄적 행위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우울증은 온갖 치명적 질병과 자살을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자살 시도는 여자가 더 많지만, 자살하는 경우는 남자가 여자에 비해 4배나 더 높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10대 소년들은 사회와 가정의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위기에 처해있고, 노년의 남성은 여성에 비해 훨씬 더 상실감과 무력감을 느끼며 스스로 죽음을 앞당긴다.
이어 저자는 남자들이 위험한 직업에 더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죽음을 앞당기고, 과다한 흡연과 음주로 스스로를 사지로 몰아넣는다고 한다. 스포츠에 대한 열광도 원인으로 지적됐는데, 스포츠에 대한 극도의 감정 분출은 심장에 지속적인 긴장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운동 전후에 분출되는 테스토스테론은 남성들에게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의지를 증진시키고 속도와 집중, 근육의 조화를 향상시키지만 결국 몸에는 치명적인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남자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10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1.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라. 2. 의사와 가깝게 지내라. 3. 무모한 행동을 남자답다고 착각하지 마라. 4. 비만을 예방하라. 5. 흡연은 장수를 가로막는 최고의 적이다. 6.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하라. 7.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피해가 크다. 8. 스트레스는 그때 그때 해소하라. 9. 노년의 무력감에서 벗어나라. 그리고 마지막 열 번째는 ‘나만은 예외라는 생각을 버려라’이다. 다 아는 사실이라고 코웃음을 칠 수 있다. 물론 놀랄 만큼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머리로 안다고 아는 것은 아니다.
최현미기자ch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10-01-29 사진: 밀레 晩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