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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자전거로 1만3500km 달린 20대 청년의 꿈은..

물조아 2010. 1. 22. 18:01

[조선일보] /곽래건 인턴기자·고려대 언론학부 4년 lihiya@daum.net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뙤약볕 내리쬐는 네바다 사막과 험준한 안데스 산맥도 그를 막지 못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칠레의 남쪽 끝 푸에르토 나탈레스까지. 자전거에 40kg 넘는 여행꾸러미를 싣고 20대 청년은 달렸다.

 

매일 100km씩, 때로는 200km까지 이동했다.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 중고 MTB 자전거는 바퀴 속까지 삭았다. 타이어는 50번 넘게 터졌다.

 

지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년 가까이 북미·남미 대륙을 누빈 김태현(28·부경대 재료공학과 4년)씨가 입국장에 들어섰다. 양쪽 어깨에 멘 검정색 자전거 가방 2개는 출국할 때와 달리 연보랏빛으로 변해 있었다. 운동화 발끝에는 어린아이 주먹만한 구멍이 나 있다. 신발 속의 누런 양말까지 보였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부터 36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왔지만, 김씨는 졸린 기색 하나 없었다. 그가 지난 2008년 4월부터 1년9개월간 여행한 국가는 미국·코스타리카·페루·칠레 등 총 15개국. 이동 거리는 1만3500km가 넘는다. 서울~부산 거리를 15번 넘게 왕복한 셈이다. 김씨는 공사장, 다리 밑, 숲 속에서 노숙하며 ‘세상 구경’을 했다.

 

이날 공항에 김씨를 마중나온 친구 A(28·회사원)씨는 “다들 취업 정보 구하느라 바쁠 때 (이 녀석) 혼자서 여행 준비하는 걸 보고 신기했다”며 웃었다. 남들이 취업에 목 멜 시기에, 그는 왜 홀연히 세계여행을 떠났을까.

 

김씨가 처음 자전거 세계여행을 생각한 것은 2007년 8월이다. 일본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던 때였다. 김씨는 “우연히 만난 한국인 여행객이 이시다 유스케의 ‘가보기 전엔 죽지 마라’라는 책을 추천하더라”고 했다.

 

“7년 넘게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한 이야기였어요. 갑자기 ‘나라고 못할까’라는 생각이 끓어오르군요.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서 최배달이 그러잖아요. ‘젊을 때는 모험을 하는 곳에 길이 있다’고. 제 얘기 같더라구요. 한번 보고 싶었어요. 바깥 세상을.”

 

김씨가 훌쩍 여행을 떠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겨울, 그는 125cc 오토바이를 끌고 전국을 일주했다. 같은 해 여름에는 일본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세계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예행 연습 삼아 무일푼으로 2박3일 경상도 자전거 여행도 했다.

 

김씨는 “막상 세계여행을 하려니, 여행 경비문제부터 해결해야했다”고 했다.

 

“취직할 나이에 여행을 떠나겠다는데, 어느 부모님이 좋아하시겠어요. 돈 달라거나 그런 말은 전혀 안했어요. 그랬다간 여행을 못 떠날 것 같았거든요.”

 

김씨는 낮에는 방송국에서, 밤에는 피씨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다. 술 한방울 마시지 않았다. 반년만에 자전거·카메라·비행기값을 빼고도 600만원 넘는 돈이 모였다. 2008년 4월, 김씨는 부푼 가슴을 안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김씨는 길을 따라 남미대륙 남쪽 끝까지 갈 생각이었다. 여행경비는 노잣돈 600만원이 전부였고, 이동 수단은 중고 MTB자전거 1대 밖에 없었다.

 

빠듯한 예산을 쪼개쓰다보니, 김씨는 숲이나 공사장에서 캠핑을 자주 해야했다. 해병대 출신이라서 노숙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하루 여행경비는 5000원 이상 쓰지 않았다.

 

“LA에서 텍사스까지 가는 두달동안 100달러(약 11만원) 정도만 썼어요. 멕시코에서는 60달러(약 7만원) 정도 썼나? 기나긴 여정을 마치려면 아무래도 돈을 아끼는 게 중요했어요.”

 

아메리카대륙 종단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김씨는 “다들 험상궂게 보이는데다가 총소리가 어찌나 자주 들리는지, 처음 한 동안은 긴장을 풀 수 없었다”고 했다. 특히 멕시코처럼 치안이 어지러운 곳은 ‘빨리 지나가는 게 상책’이었다.

 

“멕시코에 막 입국했을 때였어요. ‘국경도시 레이노사에서 한국인 5명이 무장단체에 납치당했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멕시코 사람들이 3명 넘게 모여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빨리 지나가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 뒤로 긴장 탓인지 일주일 넘게 대변도 못 봤어요.”

 

멕시코 경찰이 돈을 뺏아가기도 했다.

“경찰이 길에서 저를 부르더군요. 그때 세수도 못하고 찢어진 티셔츠에 거지 몰골이었죠. 경찰관들이 제 가방을 뒤지더니 ‘돌라르, 돌라르(스페인어로 달러)’라고 소리쳤어요. 말이 안 통해서 손으로 비는 흉내를 내도 막무가내였죠.”

 

김씨가 빼앗긴 돈은 미화로 5달러. 한화로 약 5000원 정도였다. 빼앗기고 남은 건 멕시코화폐 50페소뿐이었다. 5달러와 비슷한 금액이었다. 가진 돈의 반을 빼앗긴 셈이다.

 

“멕시코에 머무는 한달동안 60달러밖에 안 썼는데… 어찌나 억울하던지 일주일동안 빼앗긴 돈만 생각났어요. 그 돈이면 콜라를 몇 번이나 더 사먹을 수 있었는데 말이죠.”

 

안데스 산맥에서 캠핑을 하며 비포장도로를 지날 때는 고산병(高山病)에 걸리기도 했다. 페루에서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순식간에 배낭을 도둑맞아 노트북·외장하드·옷·카메라 렌즈를 잃기도 했다.

 

“정말 힘들었어요.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돈도 거의 떨어졌을 때였는데, 정말 여행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죠. 하루가 지나니까 마음이 바뀌더군요. 자전거는 아직 남아있었으니까… 일단 남미 땅끝까지는 가보기로 했어요.”

 

2년 가까이 여행을 하면서, 김씨는 네티즌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부모님을 안심시키려고 며칠에 한번씩 블로그(www.cyworld.com/tecggo)에 여행기를 썼는데, 그걸 본 네티즌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졌다. 블로그의 누적 방문자수는 60만명을 훌쩍 넘겼다. 2008년 2월부터는 사진잡지에 여행기도 연재했다.

 

생면부지의 후원자들도 생겼다. 여행을 할 시간이 없는 고시생, 다리가 부러져 입원중인 환자 등 ‘대리만족’을 느낀 50여명이 여행 경비를 보내줬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내가 20대일때는 이런 여행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편지와 함께 항생제·진통제가 담긴 상비약 한 상자를 부쳐주기도 했다. 자전거 용품과 함께 홍삼까지 보내준 스포츠업체 사장도 있었다.

 

“댓글을 보면 도와주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비타민을 보내주고 싶다. 육포를 좋아하니 육포를 보내주고 싶다. 어딜 지날때는 우리 집에 꼭 들려라’는 등, 너무 고마웠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갚고 싶어요.”

 

김씨의 부모님은 이 ‘무모한’ 여행을 반대하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취업하라고 하셨죠. 빨리 졸업해서 돈 벌어야하지 않겠냐고. 오토바이로 전국일주할 때도 말리셨거든요. 그런데 블로그도 사람들이 많이 봐주고 잡지에 여행기도 실리고하니까 어느 정도 마음을 놓으시는 것 같아요.”

 

그는 “힘들게 여행을 하면서, 평범한 것에 더 감동하게 됐다”고 했다.

 

“저를 보고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는 현지인이 참 많았어요. 거의 거지행색이었는데 말이죠.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걸 느꼈어요. 사막의 개똥벌레, 여우, 수많은 별들, 여행하며 본 모든 것들이 너무 소중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씨는 “1년 정도 돈을 벌고 재정비를 해서, 다시 자전거 여행을 떠날 거예요. 취업도 중요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어요. 제 블로그에 세계일주 전편을 업데이트 하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했다.

 

ㅎㅎ 어려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당신에게 뜨거운 환영을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용기, 꿈, 희망 등 많은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단어들을 떠오르게 한다.

 

세계일주는 모든 이들의 꿈이 아닌가?

 

이렇게 용기 있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당신을 보면서 벅찬 감격을 느끼게 한다.

 

정말 당신은 꿈을 나르는 사람이다. 꿈을 만드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