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생들이 말하는 '공부의 기술'
[조선일보] 이재원 조선닷컴 비즈니스앤TV 기자 sulperman@chosun.com 이슬기 조선닷컴 비즈니스앤TV 기자 leesulgi@chosun.com 이상민 조선닷컴 비즈니스앤TV PD tv30000@chosun.com
‘공부의 달인’ 3인방, “나만의 공부 ‘기술’을 터득해라” 명문대생들의 공부 노하우 공개
이제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정인경(18)양은 최근 학업문제로 고민이 많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10시간 이상이지만, 성적은 전혀 오르지 않는다는 것.
교육성과연구소 소장 박순형 씨는 정인경 양과 같은 고민에 빠진 수험생들에게 “학생들의 체형에 따라 입는 옷이 다르듯, 성향에 따라 공부방법도 달라야 한다”며 문제풀이에 앞서 본인을 파악하고 알맞은 학습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명문대의 일명 ‘공부의 달인’들은 어떤 학습법으로 공부했을까?
◆“과목당 교과서든 문제집이든 한 권만 봐라”..집중형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수석 졸업한 배재현(25)씨는 스스로를 “집중형”으로 분류한다. 배씨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생활패턴도 최대한 단순하게 유지한다고 밝혔다.
‘배재현 식 학습법’의 핵심은 뭐든지 ‘단순화, 간소화’ 시키는 것. 일단 주변환경도 최대한 깔끔하고 단순하게 연출해 집중력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고, 문제집이든 교과서이든 단 한 권만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그에 따르면 어차피 책의 내용이 문제집 별로 다 달라 보이지만 기본은 같기 때문에 여러 권을 보는 것은 오히려 정신을 산만하게 할 뿐이다.
또한 배씨는 “수학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개념’을 아는 것”이며 “공식도 가장 최소화 시켜 본인이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파악하라”고 강조했다. 10개의 공식을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 1개의 공식을 확실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실제로 수능은 전혀 새로운 유형이 나오기 때문에 문제 푸는 기술만을 익히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수학의 초보라면, 한 개의 개념서로 기본을 확실하게 반복한 후, 문제를 보면서 출제자가 왜 그 문제를 냈는지 고민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것이 배씨의 주장이다.
배씨는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는, 라이벌을 정해놓고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100점을 맞자”라는 목표보다 한 명의 상대를 구체적으로 설정해 “저 친구보다는 잘하자”라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스스로의 성향에 더 잘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
◆“분석과 분류를 통한 나만의 정리 법을 터득하라”..정리형
서울대 법학과 07학번에 재학중인 유바믜(24)양은 스스로를 “분석형, 정리형”이라고 강조한다.
어릴 때부터 신문을 보며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것과, 토론하는 것을 좋아했던 유 양은 “어릴 적, 엄마에게 혼난 날에도 일기를 쓰면 감정은 쓰지 않고 문제에 대한 분석만을 썼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한 유 양은 공부는 첫째도 정리, 둘째도 정리라고 강조하면서 어떤 과목이든 먼저 교과서를 한 번 읽어 흐름을 파악한 다음, 노트에 꼼꼼하게 정리하는 것이 공부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유양의 노트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모든 내용이 일목요연하고 단정하게 정리돼 있었다.
특히 유양은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세부 항목을 나누어 다각도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세계사는 나라별, 시대별, 영역별로 따로 나누어 정리해야 한다는 것.
유양에 따르면 외국어 역시 분석적 접근이 필요하다. 언어는 단어-문장-문단으로 된 구조이기 때문에 가장 기본이 되는 단어부터 확실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유 양은 정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며, 본인의 마음에 쏙 드는 필기구와 노트를 준비해 정리를 시작한다면 반드시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확신했다.
◆산만하다 싶으면 “탁 트인 공간을 활용하라”..창의형
마지막 공부의 달인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08학번에 재학 중인 김정서(22)양. 김양은 스스로를 ‘창의적’유형으로 분류한다.
“어릴 때부터 엉뚱한 생각을 잘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교실 안에서 교과서를 읽는 대신 교과에 나온 내용을 직접 경험해보자”는 생각으로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를 했다. 1 년간 영화보기, 책 읽기, 여행하기, 영어 그룹스터디 등을 통해 경험의 세계를 넓힌 김 양은 어떤 분야든 결국에는 서로 통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김 양은 수능시험 당시, 언어영역은 독서, 외국어는 그룹스터디, 사회탐구영역은 역사서나 여행 등을 통해 미리 체험했기 때문에 별도의 공부를 하지 않아도 수월했다고 한다.
김 양은 “만약, 본인이 조금 산만하고 창의적인 유형의 학생이라면 답답한 독서실 보다는 탁 트인 카페나, 도서관 등에서 공부를 할 것”을 추천했다.
공부 시간도 길지 않게 잡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노트 등 에 영화나, 책을 보면, 혹은 주제를 하나 정해 생각나는 대로 브레인스톰을 해두는 방법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김 양의 노트는 마치 낙서장처럼 자유롭게 씌어져 있었으며, 영화에 대한 감상, 사건에 대한 본인의 의견 등이 이쪽 저쪽에 메모되어 있었다. 김 양은 이렇게 정리해놓은 노트를 수능 당일, 논술 당일에도 챙겨 봤다.
또한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그룹스터디를 즐겼다는 김양은 집중력이 부족해 혼자 공부하면 딴 짓을 하게 되지만, 함께 문제에 관해 토론하면 본인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견도 알게 되고, 노는 것처럼 공부하기 때문에 답답하지도 않다며 강력하게 추천했다.
공부를 특별하게 선정된 사람들만이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하나의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표준화된 젓가락 질이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연필 잡는 것처럼 하는, 어떤 사람에게는 세 손가락만 사용하는 젓가락 질이 편한 것처럼 말이다.
스스로가 어떤 성향인지 먼저 파악해보자. 그리고 위의 유형들을 참고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맞춤형 공부방법’을 스스로 만들어보자.
<이 기사는 15일 밤 9시50분, 11시50분에 비즈니스앤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http://www.businesstv.co.kr>> 사진출처: 야후 재미존 잼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