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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 고독에 대하여… 김소연 시집 ‘눈물이라는 뼈’

물조아 2009. 12. 4. 08:50

[경향신문] 이영경기자


김소연 시인(42)은 아픔의 표정을, 고독의 표정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마음의 표정을 말간 눈으로 들여다보는 특별한 시력을 가졌다. 그에게 시인은 “세상에 존재하지만 세상 논리에 완전히 속해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상 곳곳을 배회하는 존재들”인 “유령”이다. 그래서 시인이 바라보는 내면 풍경은 생생하고 또렷하다. 김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눈물이라는 뼈>(문학과지성사)는 그 생생한 삶과 마음의 자리들을 그려낸 결과물이다.


고독을 노래하는 시인의 말을 들어보자. “버림받은 이가 버림받은 이에게/ 마음 여린 이가 마음 여린 이에게 만들었던/ 덥썩덥썩 잡았던 손목들이/ 싹둑싹둑 잘려나갈 때 … 그는 집에 돌아와/ 울음이 그칠 때까지 주름상자를 접고 접어/ 오로지 탄식만으로 발성하는/ 아코디언을 발명하게 되었으리라.”(‘고독에 대한 해석’)


사랑은 “겨울이면/ 뺨이 트는 한 사람과/ 겨울이면/ 손이 트는 한 사람의/ 접착 불가능한 해후”(‘뒤척이지 말아줘’)이며 “우리라는 자명한 실패를 당신은 사랑이라 호명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돌아서서 모독이라 다시 불렀다”(‘투명해지는 육체’)처럼 어긋난다. 시인은 텅 빈 고독의 자리를 있는 그대로 응시할 뿐이다.


이번 시집에는 인생의 중년으로 접어든 김 시인의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자의식과 아픔 또한 솔직하게 담겼다.


“나잇값만큼 깊어지는 여자의 우울과/ 우울을 모독하고 싶은 악의 때문에…늙어가는 몸 때문이 아니라/ 나이만큼 무한 증식하는 추억 때문에/ 여자의 심장이 비만증에 걸린 오후.”(‘고통을 발명하다’)


깊은 시선으로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재조명하며 “육포처럼 말라버린 엄마의 발목을 만지며/ 내 생이 그녀의 생을 다 먹어버린 건 아닌지”라며 “엄마는 딸에게 거울이 되어주었지만/ 거울은 원하는 표정만을 비추는 공범자를 자처했다/ 딸을 엄마는 창문이라 말하곤 했지만 꼭꼭 밀봉한 채로 문풍지를 발라주셨다”(‘경대와 창문’)라고 읊는다.


지난해 마음의 다양한 표정들을 섬세한 감수성으로 날카롭게 그려낸 산문집 <마음사전>을 펴낸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고독, 고통, 사랑, 눈물 등 마음의 깊은 풍경을 그려낸다. 김 시인은 “우주, 세계, 관계, 일생 등 모든 것들이 결국 우리 마음으로 수렴된다”며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건 불가능하며 그 불가능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끝없이 탐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씨는 “마음의 섭생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산문으로 옮겨 적으면 사라지고 마는 종류의 진실들을 이번 시집에 수습해두었다”고 평했다. <이영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