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책(冊)

한비자(하)

물조아 2008. 9. 29. 17:46

 

한비/노재욱 조강환 엮음/자유문고


요즘 세상에는 백이와 같이 청렴한 사람은 한사람도 없지만 간사한 사람은 끊어지지 않고 뒤를 잇는 형편이니 임금은 먼저 법령을 세워 일정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


☞ 어렸을 때 부모의 보살핌이 허술했다면 그 자식이 자라서 부모를 원망한다. 자식이 장성하여 성인이 된 후 부모 봉양을 소홀히 하면 부모는 화가 나 그 자식을 책망하게 된다.


자식과 부모사이는 원래 가장 친밀한 관계인데도 혹은 책망하고 혹은 원망하게 되는 것은 서로가 자기를 위해 주기를 바라는데 그 바램을 상대가 충분히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 무릇 임금이 신하의 말을 듣지 않고 스스로 몸소 실천한 뒤에 비로소 민중으로 하여금 이에 따르도록 하는 것은 마치 임금이 농부가 되어 농사를 지어 먹을 것을 수확하고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병사가 되는 셈이다.


옛말에 이르기를 “사람의 흥망성쇠는 같이 지내는 사람이 누구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일을 꾀하는가에 있는 것이다.”


조간자가 측근의 신하들에게 말했다. “무릇 관은 아무리 낡았어도 반드시 머리에 얹는 것이며, 신발은 비록 훌륭한 것이라도 반드시 발에 신는 것이다. ~ 무릇 아래에 있는 것을 훌륭하게 하여 위에 있는 것을 소모한다면 이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인 것이다.”


관리가 세상을 어지럽게 할 때 홀로 자신의 몸을 결백하게 지키는 민중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민중이 세상을 어지럽히는데 홀로 나라를 잘 다스리는 관리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한다.


무릇 민중이 구제되고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것보다는 민중이 죽더라도 나라가 잘 다스려지는 것이 더 나은 일이오.


지혜 있는 사람들의 위사람 노릇: 현명한 임금은 마음을 비우고 고요한 태도로 상대를 지켜봄으로써 신하가 스스로 자기의 주장을 말하게 하며, 그 책임을 지워 자연스럽게 실적을 올리도록 기다린다.


☞ 닭에게는 밤에 때를 알리도록 하고 고양이에게는 쥐를 잡게 하듯이 모두 그 능력에 따라 일을 맡겨 쓰면 위에 있는 임금은 할 일이 없게 된다.


무릇 윗자리에 있는 임금의 재앙은 반드시 신하들의 의견에 함부로 동조하는데서 비롯된다. 임금이 신하가 말하는 의견을 믿기는 하지만 함부로 동조하지 않는다면 천하의 모든 민중은 하나같이 임금을 따를것이다.


임금이 신하의 의견을 듣는 방법은 신하의 입을 통하여 나오는 말에 따라 그것을 거슬러 그가 세운 공적에 알맞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옛말에 이르기를 “신하에게 많은 봉록을 주어 넉넉하게 살도록 하는 것은 좋지만 임금에 버금가게 해서는 안 되고, 신하의 지위를 높여 귀하게 하는 것은 좋지만 임금의 권세까지 나눠줄 임금이 위협을 당하게 해서는 안 되며, ~ 예컨대 종아리가 허벅지보다 굵으면 빨리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다.


임금이 신통한 권력을 잃으면 신하는 범으로 변해 뒤에서 임금을 노릴 것이며, 임금이 법술을 엄하게 시행하고 상벌을 공정하게 집행하면 아무리 큰 범 같은 간신이라도 두려워 할 것이다.

 


☞ 신하의 마음속을 미리 짐작하고 그 위세를 떨치지 못하게 미리 빼앗는 임금의 모습은 번개 불처럼 재빨라 상대에게 대비할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 일을 처리함에 있어 마치 목수가 나무를 자르는데 먹줄 밖으로 나가도 안 되고 먹줄 안으로 들어가도 안 되듯이, 법칙 이상으로 엄하게 처리하지도 법칙 이하로 가볍게 처리하지도 않아야 한다.


현명한 임금은 자신이 남을 잘 살필 수는 있지만 남으로 하여금 자신을 살피지는 못하게 감추어 나타내지 않아야 한다. 도를 터득한 신하는 그 집을 부유하고 귀중하게 꾸미지 않으며, 도를 터득한 임금은 그 신하의 지위를 함부로 귀하게 하지 않는다.


노자는 “무릇 소중하게 아낀다는 것은 일찌감치 자연의 도리에 복종하는 것이다.”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지금 만족할 줄을 모르는 사람은 죽을 때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조정에서 나라 다스림을 논의할 때도 서둘지 말고 남의 의견을 다 들은 뒤에 자기 의견을 말하면 그것이 인정된다는 것을 권모에 능한 선비는 잘 알고 있다.중한 사람은 경박한 사람을 부릴 수가 있고, 안정된 자리에 있으면 서두는 사람을 부릴 수가 있다.


현명한 임금은 공적을 세우고 명성을 떨치는 조건으로 첫째 하늘의 때를 잘 타야하고, 둘째 민중의 마음을 사야하며 셋째 재주가 능해야 하고 넷째 권세와 지위가 확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재능이 있더라도 세가 없으면 비록 현명한 사람이라도 어리석은 사람을 통제하지 못한다. 알지 못하면서 의견을 말하는 것을 지혜롭지 못하고, 알면서도 의견을 말하지 않는 것은 충성스럽지 못하다.


일의 흔적을 없애려면 그 뿌리를 남겨서는 안 되고, 재앙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면 아예 재앙은 존재하지 않는다. 끝. '10.10.3  '1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