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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주무르는 미다스의 손 PB의 세계

물조아 2008. 9. 7. 19:20

 

[커버스토리-은행 PB의 세계] 우리은행 스타PB 김인응 팀장 24시, "고객이 부를 땐 '무조건' 달려가죠"


금융시장에 불안한 기운이 감돌면서 재테크에 관심있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PB(Private Banker)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PB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선망하는 직종인 동시에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은행의 스타 PB인 김인응 강남투체어스센터 PB팀장을 통해 PB들의 세계를 엿보았다.


약속된 시간 2시를 훌쩍 넘긴 2시 반에야 인터뷰가 이뤄질 수 있었다. 고객과의 상담 때문이었다. 상담이 아니더라도 김 팀장은 매우 분주해보였다. 오전에는 방송 출연으로 방송사에 다녀왔다는 그는 인터뷰 후에도 재테크 강의 콘텐츠 녹화가 있다고 말했다. 숨 돌릴 틈 없는 일상이지만 어떠한 질문에도 자신감있고 막힘없는 답변은 현재 그의 위상 뿐 아니라, 나아가 PB라는 직업의 위력을 느끼게끔 해줬다.


김 팀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3년 연속 우리은행 금융상품 판매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02년에는 금융부문 신지식인과 자랑스런 우리인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2005년에는 우리은행 통산 판매왕을 수상했다. 투자설계, 은퇴설계, 위험관리, 증여 및 상속 절세 설계 등의 재테크 강의도 수 백번 넘게 하고 있으며, 방송ㆍ신문을 통해 그는 이미 유명인사다.


김 팀장은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전날 뉴욕, 런던 등 해외시장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회사에 출근해 시장리서치를 한 다음 오전 9시부터는 팀 회의가 있다. 시장동향을 공유하고 주요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9시 반부터는 김 팀장이 관리하는 고객들의 자료를 정리한다. 현재 김 팀장이 관리하는 고객은 52명으로 총 자산은 1100억원.


지금이 고객들을 관리하기 적당한 규모라고 생각하지만 30억 이상 고객 전담을 맡게 돼 앞으로 관리한 고객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스케줄 확인이 끝나면 본격적인 하루의 일정이 시작된다. 고객이 부르는 곳으로 직접 달려가거나 또는 찾아오는 고객들을 상담한다. 이 밖에도 재테크 강의, 고객의 사적모임 등에 참여하다보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보통 밤 11시를 가리킬 때 쯤 퇴근하는 김 팀장은 토요일에는 대부분 재테크 강의를 나간다.


1997년 부터 PB업무를 시작해 올해로 만 11년째 PB를 하고 있는 김 팀장은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할 때 PB의 업무는 전방위적으로 확대했다고 말한다.


"요구하는 수준이 10년 전과 다릅니다. 지금은 비재무적인 비중이 더욱 커져 고객들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상의해 옵니다. 그래서 고객과의 인간적인 관계가 더욱 끈끈해져 마음으로 믿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니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일이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 PB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성과가 잘 나오면 고객은 그것이 당연한 줄 알고, 시장이 나빠서 성과가 조금 떨어지면 고객들의 성화가 대단합니다. 좋은 성과는 잊고, 하나의 실수만 기억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도 PB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지요. 특히 기업을 일궈 성공한 분들 중에는 경제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분들이 많이 있어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항상 철저하게 준비해 고객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증권사, 보험사 등 자산관리전문가들이 넘쳐나고 있어 이미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이 된 PB의 세계에서 김 팀장의 은행 PB로서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은행이 보수적인 경향이 있어서 안전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부유층 컨셉과 맞다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 고객들과의 관계 형성이 좋고 보험, 펀드, 은행의 고유상품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자산관리를 할 수 있어 타 금융기관보다 유리한 측면이 많다고 말한다.


"2010년 금융 하이마트가 생기고 PB 수수료 제도도 시행되는 등 앞으로 자산관리인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있는 PB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이론과 실무의 겸비는 물론이고 철저한 윤리의식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팀장은 PB들의 주제가가 '무조건'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필요할 때 '무조건' 달려가야 하는 것이 PB의 원칙이라는 뜻이다. 더불어 그는 '장인정신'을 강조했다.


"앞으로 PB가 전문직으로 자리잡아갈 것이기 때문에 꾸준한 자기계발과 전문자격증 취득을 통해 '장인정신'을 갖고 임해야 유능한 PB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정지연 기자 사진 안훈 기자